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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칼럼] 대홍수에 떠내려가는 북한 체제
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06 06:31:00
 
▲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북한을 건국한 김일성은 오랫동안 북한 주민들 모두에게 ‘흰쌀밥과 고깃국’을 먹게 할 것이며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사는 나라를 만들어 주겠다고 호언했다. 북한의 어린이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지상낙원’이라며 노래 불렀다. 
 
사실 1948년 9월9일 북한이 건국될 당시 북한은 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대한민국을 압도했다. 1960년대 초반까지도 북한 주민의 일 인당 소득은 대한민국 국민의 일인당 소득보다 3배 정도 높았다. 그러던 북한은 이제 지구상 최악의 거지 나라로 추락했으며 홍수 한 번에 나라 및 체제 전체가 떠내려가는 상황에 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빌리면 “(북한) 김정은의 나라는 할아버지가 만들고자 했던 천국(지상낙원)이 아니라 아무도 갈 수 없는 지옥”이 되고 말았다.
 
올해 7월 말부터 8월 초에 걸친 폭우는 북한의 서북부 지역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평안북도와 자강도 지역은 홍수 때문에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다. 자강도에서 1만4000명 이상이 홍수 때문에 사망했다고 하며 매몰된 사체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하니 전체 인명 피해가 얼마나 될지는 계산조차 할 수 없다. 김일성이 만들겠다고 호언했고 그 아들과 손자가 대를 이어 만들어 놓은 나라는 홍수 하나에도 쓸려 나갈 허약한 나라가 되었을 뿐이다.
 
주민에게 흰쌀밥과 고깃국은커녕 옥수수를 제공할 능력도 없는 북한의 지도자는 세계에서 몸무게가 제일 많이 나가는 지도자일지도 모른다. 몸무게가 140kg이 넘는다 하니 지도자의 모습만 보면 북한은 먹거리가 넘쳐나는 나라여야 맞다. 북한 주민은 홍수에 돼지와 사람이 떠내려오면 돼지를 구한다고 한다. 사람을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북한 주민의 민심이 이토록 흉흉해진 탓인지 김정은은 이번 홍수에 즈음해 부지런히 평안북도 수해 지역을 돌아보며 구호 및 재해복구사업을 독려하는 괴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인지 바다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범람한 강 위를 모터를 장착한 고무보트를 타고 달리는가 하면 일본제 고급 렉서스 SUV 차량이 절반쯤 잠긴 채 물속에 갇혀 있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할아버지 김일성은 가랑잎을 타고 바다를 건넜다면서 손자 김정은은 렉서스를 타고 강도 제대로 가르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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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평안북도만 자주 방문하는 모양인데 정작 폐해가 더 큰 곳은 평안북도보다 자강도 지역이다. 김정은이 자강도 지역을 방문하지 않는 이유는 자강도 지역의 엄청난 군사시설들이 홍수 때문에 입은 피해를 노출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사진에 의하면 자강도 강계 지역의 한 수력발전소 일부가 유실되었다. 수력발전소는 전기 생산은 물론 홍수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데 그 시설조차 유실되었다 하니 마치 소방서가 불타 버린 꼴이다.
 
북한은 주요 군사시설을 중국과의 국경 부근에 많이 건설해 두고 있다. 유사시 미국의 폭격을 어렵게 하기 위한 지전략적(geostrategic) 발상에 의한 것이다. 이번 홍수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과 북한 주민의 탈북을 막는 전기 철조망 등 감시 및 방어 시설들이 많이 망가졌을 것임이 확실하다. 홍수 직후, 압록강 유역의 탈북 방어 장치가 붕괴된 북한 정권은 탈북자를 신고할 때 엄청난 보상금을 주겠다는 유혹으로 주민의 이탈을 막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미 주민들은 등을 돌렸다.
 
김정은 체제는 홍수가 날 때마다 반복적 모습으로 대응해 왔다. 주민을 총동원해서 복구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피해 규모가 너무나 컸던지 감옥소에 수감된 죄수까지 동원해 하루에 12~15시간 뼈 빠지게 삽질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삽을 통한 복구는 항상 똑같은 허술한 시설물을 만들어 놓을 뿐이다. 다음 홍수까지만 버티면 된다. 다음은 홍수를 막지 못한 죄지은 자를 찾아 처벌하는 것이다. 이번 홍수로 강계 군수를 비롯해 수십 명이 즉결 총살당했다. 
 
북한의 연례행사가 된 홍수 피해의 직접 원인은 김씨 왕조가 만든, 누구도 반대의견을 제시할 수 없었던 엉터리 치산치수 정책의 결과이지만 책임은 늘 불쌍한 중간 간부들 몫이다. 그리고 홍수 피해가 잠잠해지면 김정은을 칭송하는 노래가 드높이 울려 퍼질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이 엄혹한 상황 와중에 김정은은 러시아의 ‘오를로프 트로터’(OrlovTrotter)라는 품종의 명마 24마리를 구입했다. 
 
홍수 하나에도 떠내려가는 북한의 마지막 숨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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