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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악몽이 다시 불어닥치고 있다.
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6일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원화 및 외화 기준)을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나신평이 신용등급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 1월 포스코에너지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나신평은 “피평가기업의 요청에 따른 등급 취소다”고 설명했다.
페퍼저축은행이 등급 취소를 요청한 것은 등급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영향으로 풀이된다. 등급 취소 전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BBB-(부정적)로 투자등급 중 가장 낮았다. 여기서 한 단계 내려가면 투기등급인 BB+다. 등급이 BB+ 이하로 내려가면 은행이 판매하는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서 배제된다. 퇴직연금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페퍼저축은행은 손익·건전성 악화에 직면했다. 2분기 264억 원 순손실을 거두며 1분기(-379억 원)를 포함해 6개 분기 연속 분기 적자를 이어갔다.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하기 어려운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19.15%로 1분기(16.83%)보다 약 2%p 올라갔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1.31%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권고치(11%)에 0.3%p로 거의 근접한 상태다.
등급 전망이 하락한 저축은행도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5일 KB저축은행의 등급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한 단계 내려 잡았다. 등급을 하향 조정한 배경으로 자산건전성 악화를 꼽았다. 이에 따르면 KB저축은행의 6월 말 연체율은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2.5%로 2022년 말(2.1%) 대비 10%p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2.5%에서 7.2%로 급등했다.
저하된 수익성도 부담이었다. KB저축은행은 1분기 178억 원 흑자를 거뒀으나 2분기 29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1개 분기 만에 순손실로 돌아섰다. 정호준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가계신용대출에서의 가파른 연체율 상승세, 여전히 비우호적인 부동산 경기 상황, 하반기 저축은행 업계 수신금리 상승전환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수익성 추가 저하 압력은 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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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실적 악화로 등급 추가 하락 가능성 커
문제는 저축은행 대부분이 2분기 저조한 실적을 거둬 하반기 신용등급 강등 또는 취소를 맞이할 저축은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신평·한국기업평가·나신평은 올 상반기 신용등급을 매긴 저축은행 30곳(BNK·신한·IBK·SBI·JT친애·KB·푸른·키움YES·한국투자·더케이·바로·NH·JT·모아·OK·웰컴·스마트·키움·대신·고려·한화·DB·하나·우리금융·다올·예가람·OSB·애큐온·유안타·페퍼) 중 16개사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신평·한기평·나신평에서 등급을 공시한 저축은행 29곳(페퍼저축은행 제외)의 2분기 정기공시를 각각 확인한 결과, 이들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총 8조1433억 원으로 전체 여신의 10.36%를 차지했다. 1분기 말(7조2239억 원, 9.76%)과 비교해 석 달 만에 9000억 원의 부실채권이 더 쌓였다. 분석 대상 29곳 중 23곳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3개월 전보다 올라갔다.
이 중 바로(18.48%)·IBK(16.06%)·더케이(14.89%)·OSB(14.18%)·웰컴(13.02%)·대신(13.06%)·모아(12.85%)·키움(12.67%)·KB(12.51%)·JT(12.16%)·하나(11.98%)·OK(11.99%)·예가람(11.89%)·NH(11.55%)·키움YES(11.26%) 등 15곳은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1%를 웃돌았다.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 요구도 등급에 악재로 다가올 전망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6일 저축은행업권 간담회에서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은 6개월 내 경·공매 등을 통해 조속히 정리하는 등 사업성 평가결과 등에 따라 마련한 재구조화·정리계획을 이행하는데 소홀함도 없도록 하고 손실가능성에 대비한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확충에도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다.
충당금 적립은 손익 악화를 불러와 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신용등급 공시 저축은행 29곳의 2분기 순손실은 총 976억 원으로 1분기(-741억 원) 대비 석 달 만에 200억 원 이상 더 늘어났다. 이 가운데 10곳(BNK·IBK·JT친애·키움YES·바로·JT·고려·하나·우리금융·예가람)은 1분기·2분기 연속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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