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산의 울림] 믿음은 충성을 낳고 의심은 배신을 낳는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좌파에서 전향한 김문수 노동부 장관 취임
故장기표 선생에 국민훈장 추서 잘한 일

김태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08 06:31:30

북한에서 온 탈북인이 이런 글을 쓰자니 생각이 많다. 다 알겠지만 요즘 좌익운동을 하다가 우익으로 돌아선 김문수 선생이 노동부 장관이 되고, 또 비슷한 길을 걸었던 장기표 선생이 별세하는 희(喜)와 애(哀)가 겹치는 일이 있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보수우파 속에서 김문수의 장관 취임과 장기표 선생에게 추서된 국민훈장을 놓고 말이 많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나도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민주주의로 이념 전환을 한 사람이다 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마음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은 “한번 변절한 사람은 두 번 세 번 또 변절한다” “나라를 반역하는 좌파 짓을 하던 자를 어떻게 믿고 장관까지 시키냐” “좌파 노릇을 한 사람에게 국민훈장이 말이 되냐” “그러면 열심히 애국운동만 한 사람들은 도대체 뭐냐” 등 옆에서 듣기도 거북한 불평불만을 쏟아 낸다.

한마디로 김문수나 장기표처럼 사상 전향을 한 사람이 잘되는 것이 배가 아프고 애국을 한 자기에게는 아무 보상이 없어 배알이 꼴린다는 질투심이 다분히 깔려 있다. 물론 본인들은 절대 그런 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옆에서 듣기에는 십분 그리 들린다.

물론 그런 사람의 말이 다 틀린 것은 아니다. 한번 변절했던 자가 다시 변절한 실례도 있다. 또 이 김태산이처럼 이념 전향을 한 사람들이 ‘나는 진실로 전향을 했다’고 증명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래서 “버선목처럼 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참 답답한 노릇이다”는 말이 생긴 듯하다.

그러나 역사에는 한번 변절한 사람이 또 다시 변절한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항한 장수가 자신을 믿어 준 것에 감복하여 목숨을 걸고 큰 공을 세운 실례가 더 많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을 살린 박정희 대통령도 사상 전향자다.

또 역사에는 전향한 적국의 장수를 벌하지 않고 대담하게 믿고 받아 준 명장과 명인이 많다. 북한의 김일성도 공산주의를 그렇게 증오하던 김구를 믿고 포섭해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잖은가. 그래서 옛날부터 믿음은 충성을 낳고 의심은 배신을 낳는다는 유명한 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김문수나 장기표 같은 사람을 믿지 않고 의심부터 하는 사람은 오히려 적을 도와주고 애국을 분열시키는 또 다른 적이라고 본다. 이런 사람들은 입으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말하고 뒤에서는 분열시키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김문수·장기표를 만나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지난날 좌익운동을 했던 사람들 중에서 그 두 사람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애국운동과 탈북인을 위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한국 정치 역사에 수천 명의 국회의원이 있었지만 김문수 장관처럼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발의한 자가 있었는가. 또 장기표 선생처럼 병든 몸을 끌고 추운 겨울에 탈북인 강제 북송 반대와 탈북인 보호를 위해 1인 시위를 벌인 정치가가 있었는가.

만약에 그들이 가짜 전향을 했다면 정체를 더 깊이 숨기려고 더 많은 사람과 언론의 주목을 받을 그런 톡톡 튀는 반 좌파운동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도 관심 없는 탈북인 생존을 위한 투쟁 따위나 하며 조용히 살아온 사람들이다.

기계도 아닌 인간에게 어찌 결함이 없겠는가. 특히 보수우파 진영은 사람을 의심하고 뒤를 캐는 방첩기관도 아니다. 그러니 우선 사람의 장점부터 보고 결함은 고쳐 주면서 애국 우파의 대오를 다져나갈 생각을 해야지 왜 인간을 의심하고 배척해서 애국진영을 분열시키는가.

사실 1국1당 독재 정당인 북한의 노동당도 이러지는 않는다. 노동당은 결함을 범한 사람을 내쫓는 것이 아니라 비판하고 바로잡아서 힘을 합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 적의 편도 교양하여 공화국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노동당 대중운동의 기본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