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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돼지 오줌보(?)에 바람을 잔뜩 불어 넣어서 축구공 대신 차고 놀았다. 럭비공보다 훨씬 재미있게 튄다. 이때 “축구 차러 가자”고 했더니 5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축구(蹴球)가 ‘공을 찬다’는 뜻인데 뭘 또 차느냐고 하셨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축구 차다’를 선호했다.
“정구 치고 탁구 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어요.” 이런 단어들은 모두 정구(庭球)하고, 탁구(卓球)하고, 족구(足球)하는 것으로 써야 한다. 요즘은 족구장이 많이 생겼다. 그만큼 대중화되었다는 말이다. 지금은 ‘족구 찬다’는 사람은 없다. 참으로 다행이다.
‘축구 차다’라는 말은 축구(蹴球·찰 축, 공 구·공을 차다)에 이미 ‘차다’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역전앞’ ‘월요일날’과 같이 같은 의미의 다른 어휘를 반복하는 것이다. ‘박수 치다’도 마찬가지로 박수(拍手)에 ‘치다’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굳이 ‘ㅡ치다’를 쓰고 싶으면 ‘손뼉 치다’라고 하는 것이 옳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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