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100년 권위 스스로 추락시킨 오래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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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객관적 수치, 문학은 작가 상상력에 기반
작가의 편향된 세계관과 성적 판타지 보편화는 불편
‘억압받는 대한민국’ 아닌 ‘성공한 대한민국’이 현실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18 06:31:30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요리사들끼리 경쟁하여 우승자를 뽑는 ‘흑백요리사’가 화제다. 그중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함께 한국 유일 ‘미슐랭 3스타’로 인정받은 안성재 셰프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당초 ‘미슐랭(미쉐린) 스타’ 등급은 타이어 판매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으로 만든 ‘미쉐린 가이드북’에 가볼 만한 식당을 소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와 비슷한 것이 ‘기네스북(Guinness book)’이다. 정식 이름은 기네스 세계 기록(Guinness World Records)으로 아일랜드의 주류회사인 ‘기네스’가 연례적으로 발간하는 기록 리스트이다. 1954년 기네스의 전무이사였던 ‘휴 비버’가 자신의 사냥클럽 멤버들과 가장 빠른 사냥감이 무엇인지 언쟁을 벌인 것을 계기로 세계 신기록을 찾아 기록하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그 외 각종 국제영화제 등 서구인들이 만들어 낸 각 분야별 순위 선정 행사들은 해당 분야의 최고 작품 또는 권위자로 인정받는 기준이 되었다. 그중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여 공교롭게도 많은 인류를 죽게 만든 노벨이 반성의 의미로 기부한 재산(약 2200억 원)을 기반으로 하며 수상자에게 ‘명예는 물론 고액의 상금’이 부여되면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벨상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통칭되지만 문학상의 경우 스웨덴 한림원에서 선정하며 물리학상·화학상·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에서, 생리학·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당초 노벨의 유언에는 없었던 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별도로 만든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노벨 기념상)’이 시작이다. 다만 왕립과학아카데미에서 선정을 병행하다 보니 큰 틀에서 자연스럽게 합쳐져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선정 위원회가 다르니 그만큼 선정 기준이나 방향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스웨덴 국왕은 노벨평화상 선정 주체를 당시 피지배국이던 노르웨이에 부여한 것을 두고 그 자체를 비난했다고 한다.

특히 문학상의 경우 평가위원(18명)으로 선정되면 스스로 그만두기 전까지 ‘종신 자격’을 가진다는 아주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주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심사위원의 성폭력 사건은 물론 뒷돈 거래 적발로 심사를 포기한 적도 있으며 성별과 인종 차별 방지를 목적으로 남녀 작가가 교대로 수상하며 지역 안배도 있다. 올해는 아시아권 여성이 될 것이라는 사전 루머도 있었다. 차별을 막겠다는 논리 뒤에 숨은 또 다른 차별이 존재한 셈이다.

노벨상 주최국 스웨덴은 높은 독서율로도 유명하다. 2023년 기준 평균 85.7%로 전 세계 1위에 위치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여타 국가들과 독서량 비교 시 월 0.8권(미국 6.6권·일본 6.1권)으로 하위권인 166위이다. 책을 지독히도 안 읽는 나라다. 그렇다 보니 순수문학보다는 자극적인 페미니즘이나 왜곡된 역사 또는 선동주의 책들이 종종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최근 한강의 작품이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자 그녀의 책들은 단 며칠 만에 판매량 100만 부를 넘어섰다. 도서 구입 자체를 꺼리던 우리 현실을 고려할 때 출판업계에는 희소식이다. 다만 작가의 세밀한 감정 표현과 필력·문학적 가치를 떠나 그녀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평범하지 않은 성적 판타지’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작품처럼 편향된 세계관은 우리 사회의 윤리관과 가치관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하위권의 독서량을 자랑하는 우리 국민이 소설과 현실을 분별할 소양을 갖추고 있을까. 또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남녀관계를 이야기할 때조차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처럼 순수한 사랑을 바라기에는 너무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변한 것일까.

이런 와중에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대런 아제모을루와 사이먼 존슨 MIT 교수 등은 기자회견에서 1950~80년대(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에 걸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또한 공동 저술했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inclusive) 제도와 착취적(extracting) 제도를 설명하며 한국은 정부 주도로 ‘사유재산과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호’라는 포용적 정책을 추진하여 놀라운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고 기술했다.

경제학상 수상자가 말하는 ‘모범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와 문학상 수상자가 말하는 ‘선량한 국민을 총을 쏘아 죽이고 짓밟는 국가’는 정녕 같은 나라일까. 우리는 지금 둘 중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일까. 경제는 ‘객관적 수치’로 평가되며 문학은 ‘작가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 만큼 상상 속의 세상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객관적 수치로 증명된 성공한 나라이다. 그것이 소설이 아닌 현실 속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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