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야성 지닌 강한 정보기관 더욱 필요한 시대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정보기관 역할 중시되는 시대에 우리도 각성해야
권력형 기관 아닌 실력 갖춘 진정한 정보기관 필요
실질적 공작·작전 능력 갖춘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10 06:31:30

국가를 수호한다는 것은 외형적인 영토 보전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아주 고귀한 일이다. 그러하기에 그만큼 힘이 드는 일이며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투철한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적국이 침범한 전쟁 상황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그 행위를 ‘소리 없는 전쟁 또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 말한다. 정보작전의 성패는 실질적 국가의 안위는 물론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이번 이스라엘 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Mossad·정보특수작전국)’의 능력은 세계 최고임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이스라엘은 모사드 이외에도 국내 정보기관인 ‘신베트(Shin Bet)’, 군사 정보기관인 ‘아만(Aman)’ 그리고 2017년 총리실 산하 국가사이버국(INCB)과 국가사이버보안국(NCSA)을 통합하여 만든 ‘국가사이버안보부(INCD)’를 가지고 있다.

해외 공작의 대명사인 모사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1948년에 건국된 이스라엘이 이듬해 12월 외무부 산하에 설립한 ‘정치국’을 모태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답게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로 이긴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적은 잠언 11장 14절을 인용하여 ‘지략이 없으면 망하고 지략이 많으면 평안을 누린다’를 원훈으로 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고라는 이스라엘의 대공방어 미사일시스템 명칭이 ‘다윗의 돌팔매’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주는 상징성도 크다.

모사드의 정원은 대략 15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요 부서는 첩보 수집과·기술 공작과·정치활동 및 대외 연락과·분석과 등이며 70명 내외로 추정되는 암살 전문팀 ‘키돈(kidon)’을 보유하고 있다. 키돈은 암살을 주제로 하는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활용된다. 물론 시련이 있었다. 여느 국가들처럼 정권을 차지한 정치인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악용된 시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다시금 제자리를 찾았으며 이번에 보여 준 ‘헤즈볼라 수뇌부 제거’ 및 ‘3000곳 동시 삐삐 폭발 공작’처럼 정보작전 역사에 기록될 만큼 경이로운 성과를 도출했다. 이보다 앞선 1월31일 이란 내부의 스파이를 이용, 5만 페이지 분량의 자료 등 500㎏에 달하는 이란 비밀 자료를 빼 오기도 했으며, 이와 연계해 이스라엘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만든 이란의 ‘모사드 색출 부대’ 책임자와 요원 20여 명도 이스라엘의 첩자였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이스라엘은 모사드의 능력을 토대로 미국조차 통제할 수 없는 강인함을 가지고 아랍 국가들로 둘러싸인 중동에서 압도적 작전 능력을 보여 주고 있다. 이란이 헤즈볼라를 지원하기 위해 미사일 200여 기를 발사하자 철통 대공방어 시스템으로 무력화시켰다. 솔로몬의 글을 원훈으로 쓰는 정보기관의 정보력과 ‘다윗의 돌팔매’라 불리는 대공방어 시스템에 의해서 말이다.

정보기관이 하는 일은 그런 것이다. 검은 선글라스와 검은 양복으로 대변되는 그런 모습이 아닌, 전시가 아닌 평시에도 철저한 비밀 속에서 일반적 군사작전 차원의 비정규전 수준을 넘어선 ‘아주 은밀한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 일을 수행하는 요원들은 전쟁법이나 제네바협정의 대상도 아니며 작전 중 체포되면 국가는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재판 없이도 사형을 당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오직 국가를 위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진 요원들이 필요하다.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원훈(院訓)은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휘둘리고 난도질당하면서 돌고 돌아 다시 창설 당시의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원훈이 창설 당시로 회귀됐다고 현재 국정원 직원들이 모사드와 같은 정보활동이나 특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까. 지난 수십 년간 내세울 만한 특수작전이나 공작 사례도 없었을 뿐더러 3차례·15년간의 좌파 정부를 거치면서 ‘요원이 아닌 직원화’된 공무원들을 갑자기 목숨을 건 정보작전에 내몰면 과연 그 일을 감당이나 할 수 있을까.

정보기관에 근무한다고 위세를 떨던 시대도 끝났다. 북한은 물론 이를 지원하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세계 각국들과의 정보 전쟁에서 오직 실력만으로 정보기관의 명성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미 국내 정보·방첩 기능은 제거되어 정보기관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상태이고 실질적 해외 공작이나 특수작전 역량과 경험이 부족한 상태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보도에 따르면 9월 말 네팔에서 공작관 경호요원(707특임단 부사관 출신) 2명이 산사태로 순직했다고 한다. 경호요원이 필요한 위험성 높은 작전일 수도 있다. 우수한 재원의 순직은 안타까운 일이나 그것이 올바른 정보기관의 모습을 찾아 가고 있다는 방증일까. 기존의 지연·학력 위주의 공채가 아닌 자기희생적 국가관과 실질적 작전 역량과 ‘경력’을 갖춘 요원들이 즐비한 정보기관으로 탈바꿈하기를 바란다.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말이다.

박진기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