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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 광진구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많은 사람이 어린이대공원과 뚝섬 등을 꼽았다. 성수동이라는 사람도 꽤 있었는데, 성수동은 광진구와 인접해 있을 뿐 사실 소재지는 성동구다.
광진구에는 군자동이라는 지명이 있다. 군자동이라는 지명은 왕이 행차하다가 현재 동일로변에 있는 행궁에 머물렀는데 왕비가 이곳에서 왕자를 낳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현재 군자동은 성동구와 강동구 및 구리시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군자동에 특별한 가게가 있다고 해서 찾아 보았다. 이곳이 허허벌판일때부터 영업을 시작해 번화가가 된 현재까지 변함없이 지역을 지키며 주민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 왔다. 30번째로 찾은 백년가게는 ‘능동아구찜’이다.
40년 넘는 전통의 백년가게… 지금의 맛 내기까지 여러 번 시행착오
‘능동아구찜’은 1984년 10월15일 이명선 대표가 창업했으며 40년째 군자동을 지키고 있다. 이 대표는 본래 호텔업에 종사했는데 음식에 관심이 많아 아귀 요리집을 창업한 것이다.
“제가 호텔에 근무하면서 주방장이 음식하는 것을 눈여겨봤어요. 호텔에는 요리가 정말 다양하니 주방장들과 친해지면서 여러 요리 비법들을 물어봤죠. 그러면서 창업을 위해 어떤 업종을 할까 고민하던 중에 명일동에 아구찜을 먹으러 간 적이 있어요. 그 아구찜을 먹고 아귀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해서 군자동에 가게를 차렸습니다.”
이 대표는 창업 당시만 해도 아귀는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아귀는 잡아도 버리든지 시장에 싸게 파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만큼 찬밥 신세인 생선이었는데 각종 양념에 버무린 아구찜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 아귀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현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죠.”
이 대표는 현재 가게가 있는 군자동 인근은 말 그대로 허허발판이었다고 설명했다. 가게 앞은 포장도 안 된 도로였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군자동이 서울 서북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길목이라 도로와 상권이 엄청나게 발달해 있지만 예전 군자동엔 아무것도 없었어요. 15년 전 하남 미사동이 발전하기 전 딱 그모습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래서 처음엔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서 장사가 잘 안 됐어요. 조금 시간이 지나 하나둘씩 손님이 오실 때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서비스로 대접해 드리며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그 손님들이 덕분에 잘 먹고 간다고 흡족해 하시면서 인근 마장동과 장안동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몇 년 후에는 손님이 정말 북적북적할 정도로 많아졌죠. 당시 아구찜 가격이 2500원이었는데 장사 시작 후 몇 달 뒤 처음으로 매출 30만 원을 넘겼을 때 기뻤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대표는 처음 아구찜을 요리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시행착오도 여러 번 겪었다.
“처음엔 제가 아구찜을 잘 모르는데다 서빙에 집중하려다 보니 전문 요리사를 고용했어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요리사에게 아귀 다루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배웠고 요리도 직접 하면서 감을 익혔죠. 맛을 내기 위해 여러 번 연구를 거듭했고 마침내 만족할 만한 맛이 나왔어요. 여러 가지 일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친절하게 서비스 하는 것은 잊지 않았어요.”
이 대표의 말을 듣다 보니 ‘능동아구찜’의 아귀 요리 맛이 궁금해졌다. 대표 메뉴인 아구찜과 다른 곳에서 잘 볼 수 없는 ‘아구수육’을 주문했다.
먼저 이 대표의 오랜 손맛을 맛볼 수 있는 아구찜을 한 입 먹어 봤다.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에 간이 세지 않아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대표는 고춧가루를 특히 신경쓰는데 꼭 국산만 고집하며 그중에서도 최상급만 쓴다고 강조했다. 아구찜은 양념이 특히 중요한데 기본 재료인 고춧가루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요리 전체가 망가진다는 것이었다. 또한 육수도 중요한데 다시마·무·새우·멸치 등을 넣고 1시간 반을 끓인다고 했다.
아구수육도 맛보았다. 수육엔 고춧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매운 것을 꺼리는 사람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맛이 깔끔하고 부드러운 아귀의 살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대표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개발한 메뉴로 아구찜과 같이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능동아구찜’을 운영하며 힘들었던 적은 없었을까. 그는 ‘코로나19’사태 때와 ‘광우병 파동’ 때를 꼽았다.
“4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면서 여러 일이 있었지만 제일 기억이 남는 것은 그 두가지예요. ‘코로나19’ 때는 거리두기 등 각종 제재로 손님이 거의 없었어요. 가게를 열어도 파리만 날렸고 계속 이러다간 폐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죠. 그래도 배달 수요는 조금 있었기 때문에 그마나 버텼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광우병 파동’ 때는 하필 ‘비브리오패혈증’이라는 것이 유행해 저희 가게 뿐만 아니라 수산물 가게 전체가 타격을 입었어요. 그 때문에 한동안 손님이 뚝 끊겼고 회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죠. 이 두 사건만 떠올리면 정말 아찔합니다.”
2대 가업 잇는 능동아구찜… 현판처럼 100년 맞이 기원
‘능동아구찜’은 이 대표의 아들 이태훈 씨가 가업을 잇기 위해 10년 넘게 수업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이제 아들에게 믿고 맡길 때가 됐다며 곧 대표 자리를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2008년부터 가게에서 일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창업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처럼 서툴렀는데 지금은 저를 능가할 정도로 일취월장 실력이 늘었어요. 저도 이제 나이가 70대에 접어들었고 아들도 믿음직하니 가업을 물려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들이 ‘능동아구찜’을 더 좋은 가게로 키워서 ‘백년가게’ 현판처럼 100주년을 맞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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