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리관 직인 찍힌 투표용지… 개표장 반입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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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감 10.16 보선… 선거 당국 또 총체적 부실

나눠준 투표용지보다 분류기 통과한 투표지 더 많아
원양어선서 보내온 거소선상투표지는 신권처럼 빳빳

허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0 18:36:01

▲ 선거 당국은 공직선거법과 사무편람상 미사용 잔여투표용지를 편의에 따라 개표장에 모으고 필요 시 갯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투표관리관의 직인이 찍힌 투표용지가 포착되면서 부실 의혹을 키우고 있다. 제보자 제공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투표관리관의 도장이 찍힌 잔여투표용지가 개표장에 반입되는 등 선거 당국의 총체적 부실 관리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4.15총선)에서 유사한 논란이 일자 현행 법규상 개표소 반입이 가능하며 필요한 경우 매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앞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구리시 선관위에서 나온 비례투표용지 6장은 투표관리관의 직인이 찍히지 않은 것들이었다.

당일 투표(본 투표)는 관리관이 도장을 찍은 뒤 투표인에게 교부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개표소 안에서 관리관의 도장이 찍힌 투표용지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20일 참관인으로 참여한 제보자 A씨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 당일인 16일 오후 9시26분쯤 개표장이 마련된 올림픽 핸드볼경기장에서 투표관리관 인이 날인된 교부되지 않은 잔여투표용지가 사진에 포착됐다.

현행 공직선거법과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Ⅱ의 6장은 투표가 끝난 뒤 남은 투표용지의 매수를 정확히 세어 표기한 뒤 관할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로 송부하게 하고 있다.

선거 당국은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잔여투표용지를 개표소에 옮겨 매수를 확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사용 투표용지가 반입되면 기표도장을 찍어 유효표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선거 당국이 이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 서울교육감을 선출하는 보궐선거 개표장에 기표용구가 담긴 종이 박스가 미봉인 상태로 포착됐다.

이 같은 우려는 이날 개표가 진행된 핸드볼경기장에서 기표용구가 들어있는 종이박스가 봉인되지 않은 채로 함께 발견되면서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A씨가 촬영한 사진에는 심사 집계된 득표 결과를 입력하는 ‘정리부’ 부근에 쌓아둔 기표용구(기표도장) 종이박스가 봉인되지 않은 채로 목격돼 부실 관리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개표상황표가 담긴 사진에는 투표용지 교부수(649장)보다 투표지분류기 운영부에서 기록한 투표지 총수(650장)가 더 많은 것으로 기록돼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실제 나눠준 투표용지보다 분류기를 통과한 투표지가 더 많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A씨는 “숫자가 불일치 한다” “(잔여투표용지) 갯수를 파악한다 해도 관리관 도장이 찍힌 경위는 알려달라”고 소명을 요구했으나 선관위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관리관 직인이 두 차례 찍혀 무효 처리된 미사용 투표용지라는 해석도 있었으나 선관위는 거듭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고 공선법상 규정된 정싱적인 카메라 촬영 등 참관활동도 극도로 제한받았다는 게 참관인의 설명이다.

▲ 개표상황표에는 투표용지 교부수(649장)보다 투표지분류기 운영부에서 기록한 투표지 총수(650장)가 더 많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실제 나눠준 투표용지보다 분류기를 통과한 투표지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가 투표하는 거소투표지는 신권 지폐처럼 빳빳한 묶음으로 계수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거소선상투표는 우편으로 하기 때문에 점 복(卜)자 문양이 있는 규격 기표도장을 사용하진 않는다. 그러나 원양어선 등에서 우편으로 다시 보내오는 과정에서 접히거나 구긴 자국이 불가피하게 생긴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개표사무원이 왼손으로 거머쥔 약 1cm 두께로 추정되는 투표지 묶음 다발의 맨 윗장과 계수기를 통과한 것으로 보이는 아래 투표지 묶음의 맨 윗장은 모두 정근식 후보에게 기표돼 있다.

선관위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송파구 거소투표는 정 후보가 486표를 얻어 조전혁 후보(447표)와 윤호상 후보(120표)를 따돌렸다. 전체 득표수에선 조 후보(7만5239표)가 6만579표에 그친 정 후보를 제쳤다.

권오용 변호사는 “교부되지 않은 투표용지에 관리관 직인이 찍힌 채로 개표장 테이블에 있거나 개표 숫자가 초과된 기록 등 대한민국 공직선거 관리는 부실을 넘어 부정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본지에 밝혔다.

▲ 신청자가 우편으로 수령한 뒤 다시 우편으로 선관위에 보내온 거소투표지가 마치 신권 지폐처럼 빳빳한 상태로 계수기에서 계수되고 있다.

한편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신월7동 1투표소에선 투표관리관이 봉인지 2장에 미리 서명할 것을 요구하는 불법적인 일이 발생했고 구로구 개표소에서는 가리봉동 1투표소에서 반입된 당일 투표함의 측면 봉인지에 탈부착한 흔적이 발견됐다.

서울 강동구는 선관위가 봉인지의 참관인 서명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라고 지시해 논란에 휩싸였으며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의 사전투표함 보관소에는 봉인지를 뗐는데도 홀로그램 흔적이 없는 데다 보관소에 외부로 통하는 문이 있어 허술하고 부실한 선거 관리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허겸 기자 k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