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트랙터 난동’에도… 용산에 와본 與의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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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전농 트랙터 尹 대통령 체포 촉구 시위에 野의원 현장 지켜
트랙터 막은 경찰 차벽 해체에도 민주당 의원들 10여 명 설득 있어
한남동 앞 맞불 집회까지 尹 대통령 지키려던 국민의힘 의원 ‘전무’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23 15:47:36

▲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트랙터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야당 의원 일부가 경찰청장직무대행까지 만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트랙터를 가로막은 경찰차 벽을 허무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은 움직이지 않았다. 차 벽이 뚫린 후 이어진 한남동 관저 앞 트랙터 맞불 시위도 마찬가지였다. 100여 명의 보수 시민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 체포 촉구 시위를 위해 달려온 트랙터를 막았을 뿐이다. 사실상 국민의힘이 보수정당으로서 역할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23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21일부터 1박2일 29시간 대치를 끝낸 전농 트랙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전날 오후 4시쯤부터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 유권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긴급 응원 집회 소집 문자가 퍼졌다. 오후 6시쯤부터 7시까지 이어진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일대 윤 대통령 한남동 관저 앞에서 전농 트랙터 시위를 반대하며 그를 응원하기 위한 보수 시민 맞불 집회가 열렸다. 1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밝힌 반대 집회 참여자는 스카이데일리에 “트랙터가 못 지나가게 길바닥에 드러눕겠다는 시민도 있다”라며 “트랙터가 지나갈 때마다 수없이 많은 지지 인파가 야광봉을 흔들며 연호하고 있는데 이에 맞서서 윤 대통령 응원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남동 관저 앞 시위가 한 시간 동안 지속하는 동안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각’을 외쳤으며, 트랙터들을 대거 동원하여 대통령 관저 바로 앞을 에워싼 것은 ‘진짜 내란 모의’나 다름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해당 자리에 국민의힘이나 여권 인사는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오후 2시 기준 사건 발발 이틀 여가 지난 현재까지 여권 인사 중 트랙터 시위에 목소리를 낸 건 이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 글로 “트랙터 시위 난동 세력 몽둥이가 답”이라고 한 것뿐이다.

이에 반해 전농을 지지하는 시민은 1박2일 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차 벽’ 앞에서 밤샘 시위를 하며 김밥·보온 팩을 무상으로 나눠주고 응원봉을 흔들며 트랙터 시위 옹호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김성회·모경종·채현일 의원과 이소영·강선우·임호선·이재정·문금주·양문석·김준혁 의원 등 10여 명이 자리했다. 조국혁신당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장식 의원·김재연 진보당 대표 등도 남태령을 찾았다.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과 진보당 인사들도 얼굴이 비쳤다. 김성회 의원 등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야권 의원들이 경찰청에서 경찰청 직무대행을 만나 경찰차 벽을 풀어달라고 직접 설득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탄핵 심판에 넘어갔지만, 집권당 대통령에 대한 야권 현역 의원들에 전직 인사들 및 관계자까지 대거 동원되어 현장을 지킨 트랙터 시위에 여당 의원 한 사람이 안 보인 것이다. 보수정당으로서 민의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에 시민 A씨는 “임진왜란 당시 전쟁 발발 20일도 안 돼 서울이 무너지자, 신하들은 선조 임금을 모시고 도망을 갔는데, 그런데 이번 비상계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당 출신 대통령이 종북 반국가 세력한테 탄핵당하자, 대통령을 나 몰라라 하면서 도리어 종북 반국가 세력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조 임금을 많은 노비가 왜군에게 투항하려 향도 노릇을 했는데 현 여당은 왜군과 한통속이 된 노비들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B 씨는 “무장 폭도들 한남동 몰려갔는데 나온 놈 하나 없다는 현지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 자격을 잃은 것”이라고 일갈했다. C 씨도 “트랙터 시위는 볼셰비키 세례를 받은 한국 사회주의자들의 꿈·미완의 농민 계급혁명을 염원한 상징이나 다름없었다”며 “집권당 전·현직 국회의원, 장·차관은 다 어디 갔었는가?”라고 되물었다. D씨는 “탄핵 반대 시위에 나온 이들을 ‘극우’로 몰아가며 ‘손절’을 주장하는 이들을 당 대표로 뽑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아스팔트 우파를 ‘극우 몰이’하는 집권당은 없는 게 낫다”고 분노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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