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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는 우미인초(虞美人草) 등을 쓴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일본 소설가다. 그런데 그의 실명은 나쓰메 긴노스케(夏目金之助)였다. 소세키가 필명으로 사용한 ‘수석’은 당(唐)나라 때 집필된 진서(晉書) 손초전(孫楚傳)에 나오는 수석침류(漱石枕流·돌로 이를 닦고 시냇물을 베개 삼아 눕는다) 고사에서 유래됐다.
손초는 서기 3세기 무렵의 서진(西晉)의 인물이다. 청담사상(淸談思想)을 좇았던 그는 정작 머리에 든 거라곤 없었다. 이유는 이러했다.
부잣집 도련님들이 주축인 당대 청담사상가들은 도가(道家)의 무위지치(無爲之治)를 추구했다. 허나 “치자(治者)의 덕이 크면 천하는 건드리지 않아도 자연히 다스려진다”는 무위지치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놀아야 세상이 잘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는 정말로 흥청망청 놀아댔다. 서진의 청담사상가들 대다수가 한 일이라곤 돈을 물 쓰듯 쓰고 사치 향락에 빠 허우적대는 것이었다.
이렇듯 아는 거라곤 없었던 손초는 겉멋에만 잔뜩 취한 채 자신도 죽림칠현(竹林七賢)의 반열에 오르고자 했다. 죽림칠현은 깊은 산속에 은거해 청담으로 세월 보낸 앞선 시대의 일곱 명 선비였다.
어느 날 손초는 친구 왕제(王濟)를 만나 “나도 죽림칠현의 길을 걸으련다”는 포부를 털어놨다. 그런데 학문과는 담 쌓았던 손초는 침석수류(枕石漱流·구르는 돌을 베개 삼아 눕고 흐르는 시냇물로 이를 닦는다)라는 고사를 고상·유식하게 인용한다는 게 그만 “돌바위로 이 청소하고 시냇물에 엎어져 자련다”고 말해 버렸다.
손초는 무식이 탄로 났음에도 “돌로 양치한다는 건 부조리한 세상에 이를 갈기 위함이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는 건 부정한 소리를 들었을 때 귀를 씻겠다는 뜻”이라고 박박 우기며 기어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일천수백 년 뒤 소세키는 숙맥불변(菽麥不辨)이 난무하는 19·20세기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 일부러 ‘수석’이라는 필명을 썼던 것이다.
정계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월권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당대표는 원내·원외를 총괄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당대표·원내대표 투톱 체제라는 건 정치인이라면 다 아는 상식 중의 상식이다. 한 대표는 사당화(私黨化) 추구 의혹이 사실이라면 먼저 정치 기초부터 공부하고 와야 손가락질을 덜 받을 것이다. 가장 좋은 길은 당 원로·중진들로부터 한 수 배우면서 한 대표 스스로 사당화 의혹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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