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우리은행 혁신 ‘근본’부터 뜯어고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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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영 금융부동산부 부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08 00:02:40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내놓은 우리은행 혁신 방안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임종룡 회장은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사건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자회사 인사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최근 국민을 분노케 한 우리은행의 여러 비위 사건들이 왜 터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전임 손태승 회장의 처남이 자신의 매형이 자리에 물러나고 현 임종룡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후에도 거의 1년 동안 우리은행 내·외부에서 부당한 대출을 내달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이것이 먹힌 것은 임종룡 회장이 우리은행 인사권을 쥐고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금융그룹에서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우리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8월에 새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도 이제 막 닻을 올린 신생 증권사로 증권가에서 존재감이 약하고 보험사 인수 작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증권사·보험사·카드사가 은행만큼은 아니지만 비은행 계열사로서 상당 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과 달리 우리금융은 사실상 우리은행이 그룹 전체를 책임지고 먹여 살리는 몸통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임종룡 회장의 인사권 실행이 실질적으로 그룹 전체에 결정적으로 크게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결국 우리은행장 선임에 대한 사안이다. 임종룡 회장이 작년 7월 우리은행장에 선임된 현 조병규 행장 선임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가정해도 손 전 회장의 처남이 부당 대출을 받지 않았을 리는 만무하다.

이미 1년 전에 회장직에서 물러난 전임 회장의 친인척이 여전히 우리은행을 들쑤실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우리은행장이 누구고 그룹 회장이 해당 행장을 선임했는지의 여부에 있는 게 아니다. 부당한 외부 압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은행의 오랜 관행이 조직 내부에 켜켜이 쌓여 있고 아직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은행이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어느 한쪽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두 거대 은행이 불가항력적으로 합쳐져 우리은행이라는 한 지붕 아래 반강제적으로 동거를 시작한 것이다.

자연히 우리은행 내부에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갈라져서 내부에서 치열하게 파벌 싸움을 벌였다. 그러다 보니 우리은행에선 어느 ‘라인’을 타느냐와 같은 줄타기 문화가 국내 여타 시중은행에 비해 훨씬 심각한 사내 문제가 됐다. 결국 우리은행 행내 DNA 자체에 상사 눈치보기 문화가 고착되다 보니 ‘힘 센 사람의 청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행장 선임 문제도 그렇다. 우리은행 내에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파벌 간 힘겨루기 문화가 워낙 팽배하다 보니 2014년 민영화 작업·우리금융지주 흡수합병 이후 선임된 우리은행장은 반강제적으로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이 돌아가면서 한 번 씩 나눠먹는 요상한 전통이 세워졌다. 이렇게 하지 않고 상업은행이나 한일은행 어느 한쪽 출신 인사가 행장직을 독점하면 조직 인력 간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기에 생긴 일이다.

행장 선임을 함에 있어 우리은행을 가장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인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그룹 회장마저 우리은행장 선임에 있어서 이 사람이 상업은행 출신인지 한일은행 출신인지를 따지고 현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이면 다음 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을 선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임종룡 회장 역시 작년 7월 상업은행 출신의 이원덕 당시 우리은행장의 후임으로 한일은행 출신인 조병규 현 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선임했다. 조 행장을 포함해 4명의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 가운데 2명이 상업은행 출신이고 2명이 한일은행 출신이었다. 상업은행 출신인 모 임원의 행장 선임 여부도 고려됐지만 “상업은행 출신이 또 행장을 해 먹느냐”는 내부 반발이 워낙 거세 한일은행 출신인 조 행장을 선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뒷얘기도 들린다.

우리은행 내부 문화가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뒤틀려 있는 상황에서 임종룡 회장이 계열사 인사권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우리은행의 비상식적 DNA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능력이 아닌 파벌과 라인에 집착하는 현재의 우리은행의 사내 문화 속에선 또다시 ‘제2의 전임 회장 처남 부당 대출 사태’가 터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어쨌건 임종룡 회장은 본인이 회장 자리에 있으면서 1년이나 이번 사태를 방기한 책임이 있다. 임 회장이 국감장에서 “본인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한 만큼 임종룡 회장은 회장직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차기 회장은 우리은행의 오랜 병폐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간 ‘자리 나눠먹기 문화’를 혁파할 수 있는 새로운 피가 수혈되야 한다. 이렇게 근본을 뜯어고치는 것이 우리은행의 진정한 혁신이다.

임진영 금융부동산부 부장대우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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