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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국회의원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세상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28 00:02:55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영화에는 수많은 ‘죽음’이 등장한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적을 쓸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고로 죽거나 가족이나 공동체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한다. 죽음의 비밀을 밝혀 내려 동분서주하기도 하고 가을바람에 단풍잎이 떨어지듯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악당 세력이 주인공의 총·칼 앞에 맥없이 쓰러지는 모습은 변함이 없다. 아주 드물게 주인공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에는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한 장엄한 희생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영화의 역사는 ‘죽음의 역사’이기도 하다, 악당의 죽음에는 박수를 보내고 주인공의 죽음에는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온다.
 
최근에 본 인상적인 죽음은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움직이면 죽는다’이다. 빚에 몰린 채무자들은 오징어게임에 참여하지만 게임의 규칙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란 주문이 끝날 때 동작을 멈춰야 하며 움직임을 보이기만 하면 탈락이고 탈락은 곧 죽음을 뜻한다. 이름은 게임이지만 참가자들은 목숨을 거는 절박한 생존 시험이다.
 
‘매그니피선트 7’(2016)이란 서부 영화에는 자신의 말에 대드는 마을 주민들을 마구 죽이는 광산 사업가가 등장한다. 그의 무자비한 행동은 다른 사람의 입을 닫게 하는 지퍼가 아니라 오히려 집단적으로 뭉쳐서 저항하게 만드는 동기로 작용한다. 마을 사람들이 외부의 총잡이들을 불러들여 조직적인 대항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죽음으로 겁박했지만 오히려 죽기 살기의 대결을 각오한 반발만 불러온 셈이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의 죽음엔 별로 살벌한 느낌은 없다. 실제로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은 척하는 연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누군가를 향해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해대는 현실은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살벌하다. 국회의원이 영역 싸움하는 조폭 행동대원인가.
 
얼마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 유죄를 선고받자 그의 앞날에 재한 다양한 예측이 나오면서 정가가 술렁였다. 이재명의 열혈 추종자를 자처하는 어느 의원은 ‘비명계, 움직이면 죽는다. 내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다’는 발언을 쏘아댔다. 이게 국회의원의 말이 맞는지, 국회의 수준에 맞는 말인지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온 국민이 상식과 법치가 사라지고 대신 특권과 비상식이 난무하는 혼란한 세상을 경험하게 된 것이었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가까운 우방과는 적보다 더 멀어졌고, 중국이나 북한은 받들어 모셔야 할 상대로 대우했다. 중국이 대한민국을 함부로 대해도 한마디 못하고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다. 대통령이 중국을 공식 방문해 혼밥을 먹었는데 그것을 민심이나 시정을 살피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자발적 행동이라고 얼버무렸다. 수행원들이 중국 경호팀에게 폭행을 당해도, 기자들이 푸대접을 받아도 모른 척했다. 오로지 중국의 비위를 상하지 않게 상국(上國) 대우를 하며 눈도장을 받는 것이 최선의 외교 정책이라는 듯 굽신거리고 아부했다.
 
북한에게는 또 어땠는가. 북한의 환심을 사기에 급급했던 문재인 정권은 대북방송 확성기를 철거했고 남한의 관측초소도 폐쇄했다.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 탈북인을 억지로 북한에 돌려보내 사지로 내몰았고, 대한민국 국민이 사살당해 시신이 훼손되는데도 멀거니 바라만 볼 뿐 이를 막기 위한 마땅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군사정보와 주요 시설의 운영 정보가 담긴 USB(범용직렬모선·컴퓨터 본체와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저장 장치)를 김정은에게 건네주었고, 북한 김여정의 하명을 따르기 위해 눈치를 살폈다.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정권의 심기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살펴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법으로 제한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발효했다. 그래도 북한에서 돌아온 것은 ‘삶은 소대가리’라는 비웃음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였고, 미국과의 직접 접촉을 시도하며 문재인을 걸리적거리는 방해꾼 취급을 했을 뿐이다. 
 
문재인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을 편들고 대변인 역할까지 하려 했지만 북한의 신뢰도, 대한민국의 신뢰도 받지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말았다. 국정원의 대공 업무를 경찰에 넘겨 사실상 대공 업무를 해체하다시피 해 버렸고 국정원 책임자로 믿을 수 없는 기회주의자를 임명했다. 대한민국의 정보가 북한 간첩들에게 실시간으로 새어 나간다는 의혹만 커졌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시스템을 무너뜨리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보여주더니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한 술 더 떠 마지막 남은 부스러기마저 찾아서 분쇄해 버릴 기세로 대한민국을 갈아엎고 있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지 드디어 ‘죽여 버리겠다’는 단말마적인 협박까지 뱉어 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영화나 드라마 같으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찍을 수나 있지 현실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국민이 나서서 ‘죽여 버리기’라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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