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독일에 '트럼프주의 훈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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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紙 기고문에서 '자국우선주의 AfD黨 지지 표명'
"내년 2월 총선에 영향주는 내정간섭" 비판도 나와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29 17:48:19

▲ 독일 동부 마그데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발생한 테러 참사 희생자를 위해 23일(현지시간) 현지 대성당 광장에 자국우선주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주최의 추모식이 열렸다. 사흘 전 독일 이민정책에 불만을 품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범인이 SUV 차량을 몰고 돌진한 사고로 여성 4명과 9세 어린이 1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05명이 다쳤다. AFP=연합뉴스

▲ 독일을 위한 대안의 청년 멤버들이 20일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이민정책 재고를 요구했다. 이미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독일 주요 매체의 하나 ‘벨트 암 존탁’에 발표한 글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극우 정당’ 취급 받아 온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옹호와 지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적 부호이자 기업인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머스크의 발언이기에 무게를 더한다.

예를 들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야말로 일자리를 만들고 서민·중산층을 살릴 수 있다는 점 등 오늘날 전 세계를 향한 뼈아픈 일침 등이 눈길을 끈다. 미국 부흥을 내세운 트럼프주의의 전도사로 볼 여지도 있다. 머스크는 기고문에서 “전통적인 기존 정당들 모두 독일에서 실패했다. 그들의 정책이 경제적 침체·사회적 불안·국가적 정체성의 침식으로 이어졌다”며 “AfD는 다수 독일인들이 공감할 정치적 현실을 대변한다”고 짚었다.

또한 “AfD에선 경제적 자유의 바람직함과 필요성을 안다. 규제 완화·세금 인하·시장 개방성 높이기 등 방식이 바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성공하게 만든 원칙”이라고 머스크는 역설했다. 이어 “독일이 산업적 저력을 되찾고 싶다면 정부의 강력한 간섭 없이 기업이 번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정책과 그런 정책을 만들어 낼 정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리체 바이델 AfD 대표가 하이에크협회 회원이라는 점과 ‘경제적 자유주의 성향’이 무관치 않다.

바이델 대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2005~2021 재임)의 이민정책에 대해 트럼프의 표현을 인용하며 “망국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숙련된 이민자들에 한해 체류를 허가하는 캐나다식 방식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본인이 레즈비언이라서 반LGBT 성향은 적지만 동성결혼 법제화엔 소극적이다. 그저 시민결합(생활동반자) 정도를 요구하며 전통적 가족 가치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너무 이른 성교육이나 ‘조기 성애’ ‘동성애 조장’을 유발할 교육에도 반대한다. 머스크는 바이델 대표의 스리랑카 출신 동성 파트너의 존재를 일깨우며 “이런 사람이 히틀러처럼 보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머스크 기고문이 게재된 후 해당 매체의 오피니언 섹션 편집자인 에바 마리 코겔은 엑스(X·옛 트위터)로 사임을 알렸다. 수석 편집자인 얀 필립 부르가르트와 울프 포샤르트가 로이터에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은 표현의 자유에 힘입어 번창한다. 여기엔 양극화된 입장을 다루고 이를 저널리즘적으로 분류하는 게 포함된다”며 머스크가 제기한 담론이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머스크의 글 아래 “이 기술업계 거물(머스크)의 진단은 맞지만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 등 치료 방식은 치명적으로 거짓”이라는 부르가르트의 칼럼이 실렸다.

독일의 기술 및 산업 부문에 “상당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그에 영향을 줄 현지 정치적 현실을 논할 “권리가 있다”는 게 머스크의 입장이다. 이번 기고문은 머스크의 스페이스X 임원이 “독일을 구할 것은 AfD뿐”이라고 말한 지 일주일 남짓 지나 나왔다. 일부 현직 및 전직 의원들로부터 반발을 샀지만 머스크는 꿋꿋했다. 그는 베를린 인근에 연간 최대 50만대 생산이 가능한 테슬라 완성차 조립공장 ‘기가 팩토리 베를린’을 운영하면서 전부터 독일 관료주의를 향해 목소리를 내왔다.

여기서 ‘관료주의’란 서유럽 특유의 사회민주주의적 풍토와 그에 따른 온갖 규제 및 복잡다단한 절차를 가리키며 까다로운 친환경 조건과 약자·소수자·이민자 우대 등이 해당된다. 서유럽은 이렇게 기업하기 어려운 곳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인재와 유망한 스타트업이 미국으로 빠져나가게 만든 주요 배경이다.

AfD의 지부 세 곳은 극단주의 단체로 분류돼 독일 국내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의 감시를 받아 왔으나 지지율 상승세다.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 16%보다 높은 19% 지지율을 기록했다. 기득권과 통념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격렬한 비판과 조롱을 받으면서도 멈추지 않는 흐름이다. 2013년 창당된 AfD는 유럽연합(EU) 탈퇴와 이민자 제한, 독일 문화·정체성 보호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근년 크게 약진했다. 숄츠 스스로 제출한 총리 신임안이 부결된 후 의회 해산과 내년 2월23일 조기 총선 일정이 잡혀 독일은 이미 총선 정국이다. 머스크의 기고문이 총선에 영향을 준다며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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