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공화당 강경파, 예산안 얼렁뚱땅 존슨 재선에 딴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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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세금 쉽게 처리 못 해"… 2명 이상 이탈표 나오면 위험
하원의장 공백 사태 재연 우려… 트럼프 당선 인정 늦어질 판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30 17:32:24

▲ 내년 1월3일 119대 의회 개원과 함께 진행될 하원의장 선거에서 공화당 내 5명이 반대 내지 유보적 입장을 보임으로썬 마이크 존슨 현 의장 재선이 불투명해졌다. 2명 이탈표가 나오면 과반 득표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해야 하며 사흘 후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인증 일정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간 조 바이든 행정부 예산안에 너무 협조적이었다는 게 공화당 내 강성파의 불만이다. 연합뉴스

▲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역시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거센 반발을 겪었다. 작년 1월3일 15번 투표 만에 선출됐으며 10개월 후 사상 최초로 불신힘 당해 퇴진한 하원의장이 됐다. 연합뉴스

내년 초 열릴 미국 119대 하원에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의장 재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행정부 정식 출범에 앞서 하원은 3일 문을 열어 먼저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 그래야 사흘 후 상·하원 합동회의를 통해 대통령 당선인 최종 인증을 진행할 수 있다. 공화당이 다수이긴 하나 2명 이상 이탈표가 나오면 과반에 도달할 때까지 투표를 계속하는 등 복잡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6일 대통령 당선인 인증 일정까지 차질을 빚게 될지 모른다.

미 의회 관행에 따라 하원의장 선거는 호명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되며 전체 투표의 과반을 얻은 사람이 당선된다. 차기 의회에선 전체 435명 가운데 공화당 219명, 민주당 215명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가 성비위 과거사 의혹으로 낙마한 맷 게이츠 전 의원이 차기 의원직까지 포기하면서 1석이 비어 있다. 하원의장 당선엔 218표 확보가 필요한데, 존슨 의장에 대해 현재 5명이 반대 내지 유보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은 이미 존슨 현 의장을 차기 하원의장 후보자로 선출했지만, 토머스 매시 의원(켄터키)이 매끄럽지 못한 임시 예산안 처리 과정과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 등을 이유로 존슨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의 전 의장인 스콧 페리 하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27일 폭스뉴스에 나와 차기 하원의장 관련해 “선택지를 열어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간 트럼프와의 관계가 원만하고 트럼프 또한 당내 모임에서 존슨 지지를 표명한 바 있으나, 존슨의 성향 내지 리더십이 강성파들 성엔 안 찰 수 있다.

예산안 처리 과정의 수완이야말로 하원의장에 기대되는 핵심 능력이며 다수당의 색깔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 속에 이런 추세가 근년 심화됐다. 민주당 측 예산안에 협조적이었던 존슨은 트럼프주의자들의 긴축재정 경향과 거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의회에서 예산안 처리란 이토록 엄중한 업무이자 때론 전투적 사항으로 인식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벌어진 예산안의 다수당 단독처리 같은 것을 미국에선 상상할 수 없으며 민주공화정의 근간을 허무는 폭거로 받아들여진다.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부과하고 세수를 어떻게 쓰는가가 동서고금 국가경영의 기본이다. 과세와 세금운용의 효율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우여곡절이 정치사이며 그 일정한 결실이 현대 민주주의 시스템이다. 서구 자본주의와 법치가 결국 세금 문제를 둘러싼 충돌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자리잡았고, 특히나 미국은 아예 본국과의 세금 갈등 속에서 생긴 나라다. 미국인들은 어려서부터 세금·세율에 민감하므로 이것들이 선거를 맞아 후보 간 토론의 주요 화두가 되곤 한다. 미 역사 최초로 해임된 전임 하원의장도 예산안 문제로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았다.

작년 1월 공화당 내 강경파들의 반발로 재투표를 거치느라 3일간 하원의장 공석이었던 적이 있다. 100년 만의 사태였다.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였던 케빈 매카시 의원이 15번 투표 끝에 1월6일 겨우 의장으로 선출됐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강경파를 향해 ‘의사규칙 변경’ ‘대여 강경 투쟁 조치’ 등을 약속해야 했다. 하원의장 해임결의 제출 요건도 이때 완화됐다.

작년 10월 매카시가 미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해임 당하는 바람에 하원의장 공석이 22일간 이어졌다. 만일 다시 한 번 그렇게 재투표를 거듭해야 하는 등 파행이 연출된다면 내년 1월6일로 예정된 상·하원 합동의 대선결과 인증을 어떻게 할지 난감해진다. 마이크 롤러 하원의원(공화·뉴욕)은 ABC뉴스에 출연해 “하원의장이 없으면 내년 1월6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인증을 포함해 우리는 아무 일도 못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작금의 분위기를 당내 균열로 여기며 펄쩍 뛰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제임스 코머 의원(켄터키)의 경우 이날 폭스뉴스에서 “존슨 의장 찬성표를 약속하지 않은 공화당 의원이 5명이나 있다”며 “끔찍한 도전”이라고 논평했다. 당을 장악한 트럼프가 직접 나서서 내부 강경파들을 다독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머 의원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 존슨 의장 찬성을 약속하지 않은 의원들과 통화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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