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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사회가 불안한 가운데 한국 경제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목표 7000억 달러 달성에는 실패했으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2024년 연간 및 12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며 지난해 수출이 6838억 달러를 기록해 기존 역대 최대치인 2022년 6836억 달러 기록을 갈아 치웠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과 비교하면 8.2% 늘었다.
품목별로 보면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43.9%나 늘어 1419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3년 11월 이후 14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가면서 기존 최대 실적이었던 2022년 1292억 달러 기록마저 경신한 것이다.
산업부는 4분기에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DDR(Double Data Rate)5·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외에도 지난해 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컴퓨터 등 정보기술(IT) 전 품목 수출도 2021년 이후 3년 만에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다만 자동차 수출은 하반기 주요 완성차·부품업계 파업 등으로 일부 생산 차질이 생겼고, 지난해에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인 708억 달러(-0.1%)를 기록했다. 2년 연속으로 700억 달러가 넘는 호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선박·바이오헬스 수출도 호실적을 썼다. 선박의 경우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출이 본격화되며 지난해 18% 증가한 256억 달러를 기록했다. 바이오헬스 수출도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15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입은 에너지 수입이 전년 대비 1.6% 줄어들면서 63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액으로 계산하는 무역수지는 51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우리 수출은 탄핵 정국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려를 꺾고 반등에 성공했다. 앞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가 10월 4.6%·11월 1.4% 등으로 수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했다. 하지만 12·3 계엄에 이어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등 국내 정치 상황이 불확실한데도 12월 수출은 6.6% 늘어나 613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도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미국 신정부가 내세운 관세 공약이 현실화하면 우리 수출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새해 인사를 올리며 수출은 반도체와 IT 산업 회복에 힘입어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저효과가 작용해 증가세가 다소 완만해질 거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지정학적 리스크·글로벌 IT 경기 회복 속도는 주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편적 관세 부과 등 정책 변화에 따라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글로벌 고금리·고물가 지속 및 러·우전쟁, 중동사태 등 녹록지 않은 대외 수출 여건과 엄중한 국내 정치 상황에도 우리 기업들이 흔들림 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준 결과”라며 “특히 세계 수출 순위도 지난해 8위에서 올해 6위로 두 단계 상승한 가운데 수출 상위 10위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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