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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이 파업 후 영업 첫날 특이한 문제 없이 끝냈다. 창구 직원은 모두 출근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했고 손님이 대거 몰리는 일도 없었다. 문제는 파업 효과가 크지 않아 2·3차 파업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억대 연봉 등을 요구하며 시작한 만큼 관철될 시 기업은행의 실적을 악화할 수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에 악재로 닥칠 가능성도 크다.
스카이데일리가 30일 서울 소재 기업은행 지점 2곳을 확인한 결과, 해당 은행 창구 직원들은 휴가자를 제외하면 모두 출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업점에 방문한 고객보다 많이 대기했다.
파업 후 출근이 저조할 것이란 우려를 불식했다. 기업은행은 27일 임금 차별·수당 체불 등을 명분으로 사상 첫 단독 파업에 들어갔다. 영업점 직원의 약 55%가 참여할 정도로 큰 규모 파업이었다. 은행 지점 근무 노조원(5913명) 중 약 3200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됐다.
기업은행 한 지점 지점장은 “27일 파업을 끝낸 후 이날부터 정상 출근하고 있다. 특별한 이슈는 없고 정상적으로 업무 처리하고 있다”며 “영업점을 책임지는 지점장이라서 노조원은 아니지만 파업이 불법도 아니고 정당하고 법적으로 정당해서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가 파업에 나선 건 시중은행 직원보다 30% 이상 임금이 적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은행 직원의 연봉은 평균 8528만 원으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평균 연봉(1억1368만 원)보다 33.3%(2840만원) 적다.
정부의 총인건비 제도 탓에 1인당 600만 원에 이르는 시간외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점도 파업 요인이었다. 시중은행과 다르게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의 ‘공무원 임금 가이드라인’에 적용받아 임금과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로 쓸 수 있는 연간 총액을 미리 정해두고 그 범위에서만 인건비를 지출한다. 이익배분제와 보상 휴가 전액 현금 지급 역시 마찬가지다.
직원들은 연봉 인상 등 처우개선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한 지점 직원은 “직원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으나 시중은행만큼 받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직원들 대부분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른 지점 직원은 “직원 대부분이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1인당 생산성이 은행 중에서 제일 높고 일하는 양도 일반 대기업은 물론 공무원보다 훨씬 많다. 12시간 가까이 일할 때도 있다”며 “기재부에서 순이익 많이 낸 것을 환수해 가는데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사기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방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다른 은행은 모르겠으나 농협은행보다 적은 것은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며 “10년간 기업은행은 파업을 두 번 했는데 모두 길게 해봐야 하루 정도였다.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현금이 묶여 있는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 측 2차 파업 예고
하루 파업을 벌인 만큼 고객들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지점 앞에서 만나 고객은 “파업을 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불편한 건 딱히 없었다”며 연봉 인상 등을 위한 파업에 대해서는 “자신들 월급이 걸린 문제이니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도 “(파업 소식을) 듣긴 한 거 같은데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파업에 대해) 별로 관심 없다”고 대답했다.
파업을 1영업일로 끝내면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했으나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업 특성상 고객 등이 불편함을 느껴야 사측으로부터 권리를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 측이 2차 파업을 추가로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조 측은 2차 파업을 예정해 두고 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경고성 하루 파업이었고 거의 모든 점포에서 일상적인 업무 외에는 취급되지 안 됐던 상황이기 때문에 파업 본연의 효과는 충분히 있었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지금 시국 때문에 뉴스 보도가 제한적으로 알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2차 파업도 준비하고 있고 경고성 파업을 해놨기 때문에 은행이나 정부 입장을 확인해 2차 파업 날짜를 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채불돼 있는 시간외수당을 지급하고 시중은행 대비 30% 적은 임금과 관련해 시중은행들이 시행하고 있는 성과급을 도입하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책은행 파업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대해서는 “이익이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고 적용되지 않는 직장은 없다”며 “국책은행이긴 하지만 시중은행하고 똑같이 경쟁하고 있고 이익도 1년에 2조7000억 원을 내고 있는데 노동자에게 배당이 하나도 없고 밸류업을 핑계로 정부 배당을 40% 가까이 늘리겠다고 하는데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차 파업은 규모가 더 클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1차 파업 때도 노조원 55%가 아니라 대다수가 참여했다고 보고 있고 연말 휴가자들이 많은 상황이어서 지점에 인원이 사실상 다 비었던 상황이었다”며 “다음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조가 원하는 걸 쟁취해도 문제다. 환율 상승, 내수 부진 등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경영난에 처했기 때문이다. 인건비 등 비용 증가로 실적이 감소해 정책자금 지원 여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 추가 파업으로 은행에 방문하는 고객이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점도 악재다.
기업은행 사측은 “2차 파업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아서 전달할 입장이 따로 없다”며 파업 성공 후 비용이 급증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재부에서 인건비 예산과 정책자금 예산을 같은 걸로 보지 않아 정책자금 지원에 있어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1차 파업을 앞두고 “고객 사전 안내 및 비노조 인력 영업점 배치 등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입장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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