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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에 성별은 남녀뿐"… 성소수자 문제 쐐기
"케네디센터 이사장 내가 맡을 것… 親바이든 인사들 해촉 예고"
"청소년 대상 드래그쇼 등은 사라질 것"… 민주당정부 기조 엎어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09 17:03:31
 
▲ 여성 운동선수들에 둘러싸인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성전환자의 여성스포츠 참가를 금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 취임 당일 "미국에 성별은 남·녀 두 개뿐"이라고 선언해 문화전쟁의 최전선에 섰다. EPA=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의 세계적 공연장인 케네디센터 이사장을 직접 맡겠다고 밝혔다. 동성애를 조장한 일부 공연 내용을 문제삼으며 나온 이야기로서 ‘좌파 진지전(陣地戰)에 대한 반격’ 즉 ‘문화전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케네디센터는 이사들을 현직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보다도 자국 내 위상이 높다. 문화전쟁 관련해 다양한 이슈가 있으나, 지난달 취임 당일부터 “미국에 성별은 남녀 두 개뿐”이라고 선언한 트럼프는 성소수자 문제부터 대처할 것을 시사한 셈이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글에서 그는 “케네디센터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예술·문화의 황금시대를 위한 비전이 우리와 어긋나는 이사장 등 이사회내 몇몇 인사를 즉각 해촉하기로 결정했다”며 “놀라운 (신임) 이사장 도널드 J. 트럼프를 포함한 새 이사회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특유의 익살을 덧붙였다. 또한 작년 케네디센터가 청소년 관객을 겨냥해 무대에 올린 드래그쇼(여장 남성·남장 여성의 공연)를 들어 “이런 것들이 끝날 것이다. 미국의 보석인 케네디센터 무대엔 전국 최고 스타들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이사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공동창업자로 억만장자 자선사업가이며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다.
 
앞서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성전환자의 여성 스포츠 경기 출전을 금지시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금지, 19세 미만 청소년 성확정 의료지원 제한에 이어 네 번째 행정명령이었다. 이날 서명 직전 연설에선 “(여성) 탈의실을 침범할 경우 ‘타이틀9’ 위반으로 조사받고 연방 지원이 끊어진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타이틀9’이란 1972년 리처드 닉슨 시절의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연방정부 기금을 받는 미 전역의 학교 및 각종 교육 프로그램의 성차별을 금지한 내용이다.
 
트럼프는 이날 서명식을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 선수들을 불러모아 진행함으로써 극적 효과를 배가시켰다. 해당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선 핵심 공약의 하나였다. 체력적으로 월등히 우월한 성전환자의 여성 스포츠 참가가 여성 차별이자 불평등이라는 견해에 기반하며, 2023년 ‘타이틀9’ 개정으로 보호대상 범위를 성소수자 청소년까지 확대한 전임 조 바이든정부 정책을 뒤집는 조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주요 스포츠 기구와 협력해 이런 지침이 교육 기관을 넘어 널리 적용되도록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행정명령에 실렸다. 이날 트럼프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하계올림픽 때 성전환선수 입국 불허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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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남·녀 생물학적 차이를 부정하고 수십개의 성(性)을 인정한 입장이 민주당 진영 급진좌파 중심으로 뿌리내려 왔다. 지난 20~30년간 학계·문화계·언론계가 합세한 ‘진지’의 결과다. 현실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는 무너졌으나 자본주의와 그것을 지탱하는 ‘천부 인권’ ‘자유’ 등 개념과 대척점에 선 논리가 일상에 파고들었다. ‘문화의 얼굴을 한 마르크스주의’인‘젠더이데올로기’ ‘비판적 인종이론’ 등이 자리잡았으며 미국 유학생 출신 학자 내지 전문가들을 통해 국내에도 젠더이데올로기가 침투한 상황이다. 차별금지법·건강가족기본법(개정안) 등에 반영돼 있다.
 
트럼프는 첨예하게 갈린 성소수자 문제에서 우파 유권자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할 전망이다. 미국보다 먼저 피씨즘이 안착한 서유럽에 비해 미국에선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래 비로소 가시화됐다. 다만 보수 기독교가 여전히 강한 미국답게 이런 흐름에 대한 저항 역시 만만치 않아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승리와 2024년 압승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구약성서 첫 장에서 천지창조 마지막 단계 피조물인 아담·이브 이야기는 남성과 여성의 탄생을 말하며 이것이야말로 문명사의 출발이자 토대임을 상징한다. 반(反)젠더이데올로기 전선의 선봉에 보수 기독교가 서 있는 게 그 때문이다.
 
전미대학체육협회(NACC) 등록 선수 약 51만 명 중 남성 출신 성전환자가 10명 미만이며 신체적 특성에 따른 그들의 ‘불공정한 이점’ 관련해 일관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없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지만 작년 리아 토마스 선수 사례는 세상에 충격을 줬다. 남자선수일 때 연령별 전미 랭킹 400∼500위권이던 그가 2022년 3월 NACC 여자 자유형 500야드(약 460m)에서 우승한 것이다. 
 
‘윌리엄 토머스’로 살아온 ‘리아 토마스’는 2019년부터 호르몬 요법을 통해 여성화 과정을 밟았고 2020년부터 이름을 바꿔 여자부 경기에 출전했다. ‘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1년 이상 받은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이 허용됐었기 때문이다. 토머스의 소속인 펜실베니아대 여자 수영팀 선수들은 “개인의 성전환 결정을 충분히 지지하지만 스포츠 경기에서 생물학적 성은 성정체성과 별개 문제”라며 목소리 높였다. “남자 생식기를 지닌 리아 토머스와 함께 탈의실을 쓰는 게 끔찍했다”는 여자 선수들 발언도 전해졌다. 
 
이에 국제수영연맹이 그해 6월 “12세 이전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만 여성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못박아 성전환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전엔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수치를 기준 이하로 유지하면 여자부 경기 출전이 가능했었다. 토머스는 곧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으나 기각돼 그해 파리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국제수영연맹에선 “여성 스포츠 보호를 위한 우리 노력이 인정받았다. 모든 선수에게 공정·평등한 환경의 기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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