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이복현 금감원장 뱉은 말 지켜서 당장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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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영 금융부동산부 부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09 00:02:40

윤석열 사단의 막내라고 불리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금감원장 임기가 2달여 남았다. 6월6일 금감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이 원장은 지난 3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이 원장은 3월13일 상법 개정안을 놓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셨다면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까지 예단했다.

윤 대통령이 상법 개정안의 필요성에 대해 자신과 강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마치 윤 전 대통령이 직무를 계속 유지했다면 상법 개정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식의 가정법을 써 가면서까지 공식 석상에서 매우 위험한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아니다. 아무리 윤 전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하지만 자신을 금감원의 수장 자리에 임명한 임명권자의 머릿속을 마치 자기가 다 안다는 듯 함부로 예측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해서는 안 될 일이고, 상식 선에서 판단해도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더군다나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훈수를 둘 만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금감원은 금융사를 감독하는 기관이지 상법 개정 작업을 감독할 권한까지 갖고 있진 않다. 이 원장은 자신이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상법 개정안에 당연히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마저도 지극히 경솔한 태도다.

관치금융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선 금융당국의 일치된 행보가 금융시장의 안정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감원의 상급 기관은 금융위원회이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일관되게 상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장관급인 김 위원장이 상법 개정에 반대를 하는데도 금융위 산하기관의 장이자 차관급인 이 원장이 대놓고 김 위원장의 의견에 반기를 든 셈이다.

금융당국의 양대 수장이 상법 개정 이슈를 놓고 완전 상반된 의견을 내놓으면서 관가와 금융권 모두 혼란에 빠졌다. 정책의 일관성이 이 원장의 ‘좌충우돌’로 인해 흔들린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를 중심으로 재계가 기업 활동 위축을 이유로 상법 개정을 반대하자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거부권을 발동했다. 민주당과 노동계가 주축이 돼 통과시킨 상법 개정안을 정부가 기업들의 요청을 수용해 거부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수장이 정부 의견에 반기를 들었다. 심지어 ‘대통령 이름’까지 팔아 가면서 말이다.

이 정도면 이 원장은 민주당의 ‘아바타’이자 민주당이 정부 당국에 심어 놓은 ‘트로이의 목마’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실제로 이 원장은 탄핵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는 발언까지 일삼았던 자다. 작년 12월 탄핵 정국 초기에 이 원장이 ‘경제 안정을 위해 탄핵이 낫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는 말이 돌았다. 전후 상황이 어떻든 남들에게 이런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없던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이 원장의 행보를 놓고서도 세간에선 말년 병장이 된 이 원장이 임기를 마친 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이미 민주당에 줄을 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마침 차기 대선이 6월3일 치뤄지는 가운데 이 원장은 6월6일 금감원장 자리에서 내려온다.

정권이 교체될 경우 이복현 원장이 민주당 정부에 ‘한 자리’를 이미 예약해 놨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만약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이 원장의 탄핵 정국에서의 행보는 임명권자인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칼을 꽂은’ 배신 행위를 넘어 인간적인 도리마저 내팽개친 파렴치한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녹을 먹는 정부 관료이자 검사로 한 평생을 살아온 이 원장이 말을 갈아타기 위해 당국 수장의 탈을 쓰고 윤석열정부 내부에서 ‘세작’ 노릇을 했다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서 이 원장이 민주당 편에 붙어도 그의 쓰임새는 제한될 것이다. 한 번 배신한 자는 믿을 수 없고 ‘토사구팽’의 원칙에 따라 이 원장이 민주당에 붙어 봤자 그 말로는 좋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 이 원장은 더 이상 금감원장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본인의 말을 지켜 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국민의힘이 일제히 이 원장에 대해 ‘본인의 말’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사퇴를 종용하는데도 그는 직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이 원장은 자신이 직접 상급자인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사의를 표했지만 김 위원장이 만류했기에 어쩔 수 없이 계속 금감원장직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핑계를 댔다. 가당치 않다. 김 위원장의 면전에서 그의 의사에 반기를 들고, 상위 기관의 수장을 우습게 알던 이 원장이 자신을 공격하고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정작 김 위원장의 뒤에 쏙 숨고 있다.

역대 금감원장 가운데 일부 인물이 구설수에 올랐던 적은 있지만 이렇게까지 비겁한 금감원장은 정말이지 처음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신의 말을 지켜 당장 자리에서 내려오길 바란다.

임진영 금융부동산부 부장대우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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