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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산다. 한국 경제에 대한 수출의 기여율은 98.6%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35.7%에 이를 정도다. 이런 실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적용을 90일간 유예했지만 각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의 절반만큼을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에 50% 정도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한국에는 25%의 상호 관세가 부과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이 중요한 관건이다.
마침 한‧미 간 관세 협상이 급류를 타기 시작해 기대를 갖게 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다음 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미국의 관세협상을 이끌고 있는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과 회동한다. 베센트 장관은 최근 베트남·일본‧한국과의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로서는 다루기 쉬운 동맹국들과의 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물을 챙겨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여하튼 최 부총리 방미와 더불어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르면 다음 주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상무 장관 등 미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對) 한국 관세 조정 협상에 나서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으로는 양국 실무협상 후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 등을 통해 큰 틀의 매듭을 지을 것이라는 전망이기에 4월 말·5월 초가 한·미 관세 협상의 고비로 보인다.
대원칙은 미 정부와 협상을 하되 일방적으로 양보할 게 아니라 국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미국의 요구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큰 이익이 있다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나라의 참여 여부다. 한덕수 대행은 “하루이틀 안에 알래스카 LNG와 관련해서 한·미 간 화상회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고,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도 곧 알래스카 출장을 간다고 한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가 440억 달러(약 64조 원)에 이르며 혹한의 환경 탓에 위험부담이 크다. 오죽하면 엑손모빌 등 글로벌 메이저급 석유 기업들조차 2013년 사업에 참여했다가 포기했을 정도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은 금융과 서비스산업 중심의 성장 정책을 취해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값싼 상품이 쇄도하면서 제조업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겉보기에는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해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철저한 전략과 계산에 기반한 것이다. 그는 불확실성을 의도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수단으로 관세를 적극 활용한다. 미국 산업의 경쟁력 회복이 그 목표다.
단단한 제조업 기반을 갖춘 우리나라로서는 여기에 기회의 창이 있다. 협상 과정에서 치열한 ‘밀당’이 있겠지만, 우리의 기본 접근은 “한국이 미 제조업 부활에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정부는 관세 정책 변화와 주요국의 협상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일본 등 경쟁국보다는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가 ‘원스톱 쇼핑’을 선호하는 만큼 경제·안보를 아우르는 정상 간 협상에 대해서도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최종 결정은 50여 일 뒤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 하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그 전의 과정은 미국에서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설명하고 우리 국익 차원에서 준비하는 과정으로 여기면 될 것이다. 미 공직자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보와 신뢰를 얻는 것 자체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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