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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척 그래슬리(91) 위원장이 연방수사국(FBI)의 이른바 ‘힐러리 이메일 사건’ 부실 수사 문제를 정식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정부 국무장관(2009~2013)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로 공무를 본 게 밝혀져 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래슬리 위원장은 21일(현지 시간) 사건과 관련된 기밀해제 문서를 공개하며 “(FBI가) 이 문제를 완전히 조사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는 당시 이 사건이 ‘FBI 선에서 덮였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래슬리 위원장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 (기밀해제된) 문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사용 및 기밀정보의 부적절한 처리에 대한 FBI 수사에 극도의 노력 부족과 주의 의무 태만을 보여준다”며 “(제임스) 코미 국장의 지휘 아래 FBI는 핵심 증거들을 챙겨둔 채 기본적인 수사 업무조차 수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에 대한 코미 FBI의 부주의한 접근 방식과 의도적인 노력 부족은 트럼프-러시아 공모 사기 사건 수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때나 지금이나 신빙성 없는 ‘스틸 문건’에 기반해 그토록 철저하게 수사를 벌였으니 코미의 의사결정 과정이 정치적으로 오염된 듯한 느낌을 준다”고 꼬집었다.
그래슬리 위원장의 이런 비교 언급은 트럼프 관련해선 근거 부족한 정보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반면 힐러리에 대해선 대충 넘어갔다는 편파성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는 국무장관 재직 시 개인 이메일 서버에 기밀 자료를 부적절하게 저장하거나 전송했다는 혐의로 FBI 조사를 받았다. 공식 시스템(@state.gov) 대신 개인 도메인(@clintonemail.com)을 이용함으로써 해킹 위험에 노출시켰으며, 무엇보다 ‘공적 기록으로 남지 않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힐러리 측에선 “기밀 내용이 없었다”고 반박하면서도 이메일을 3만 건이나 삭제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FBI는 2016년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와 공화당 트럼프의 대결 국면에서 이 문제로 기소가 진행돼선 안 된다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그해 7월 코미 FBI 국장이 보도자료에서 “기밀정보 취급과 관련된 법률 위반 가능성 증거가 있긴 하나 합리적인 검사라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기소 전에 검찰이 여러 요소를 고려하기 마련이다. 증거의 강도, 특히 의도성 여부 등 명백한 고려 사항이 있다”고 해 트럼프 측으로부터 사건을 ‘단순 실수’로 사실상 변호했다는 반발을 샀다.
그래슬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코미 국장 등 FBI 책임자들이 힐러리 수사와 관련된 USB를 확보했으면서 추가적 집중 수색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USB엔 “국무부를 포함한 미 정부 기관에서 유출된 매우 민감한 정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 의회 정보”가 들어 있었다. FBI는 또한 2016년 7월 사임할 때까지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플로리다 민주당 하원의원 데비 와서먼 슐츠와 좌파 억만장자 기부자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소로스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 관계자들 간 소통 정보를 입수했으면서 문제 삼지 않았다.
그래슬리의 보도자료로 FBI의 편파성과 민주당 오바마정부의 정치공작이 부각됐다. 기밀해제 문서들에 의거해 그래슬리는 “오바마 행정부가 (힐러리) 클린턴 수사를 무마시켜 그녀의 대선가도를 보호하려 했다. 거의 10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해당 정보가 이제야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래슬리는 “팸 본디 법무장관과 캐시 파텔 FBI 국장이 의회의 자료 요청 등에 헌신적으로 대응해 준 덕분이다. 감사드린다.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해 이 문제를 계속 철저히 살펴 주길 강력히 촉구한다”며 보도자료를 끝맺었다.
2016년 대선에서 주류 언론 보도상으론 줄곧 힐러리가 우세해 미국 최초 여성대통령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던 가운데 트럼프가 깜짝 당선됐다. 득표는 힐러리 쪽이 300여만 표 많았지만 선거인단수(304:227)에서 크게 밀렸다. 대이변으로 여겨긴 트럼프의 승리에 관해 더 다양한 분석이 훗날 나왔으나 일각에선 이메일 스캔들 여파로 보기도 했다. 힐러리가 기소를 면했을 뿐 상당한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였다. 나아가 대선 패배한 민주당 측이 오바마를 중심으로 트럼프 당선 무효를 목표 삼아 러시아 스캔들을 터뜨렸다는 이야기도 된다.
18일 미 18개 정보기반의 수장인 툴시 개버드 국가정보실장(DNI) 발표가 이 논리를 뒷받침한다. 개버드 DNI는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국가안보팀이 트럼프 (2016 대선) 당선을 무력화시킬 ‘트럼프-러시아 공모’ 수사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압도적인 증거”가 담긴 기밀해제 문서를 발표했다. 개버드는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내고 미 유권자들의 의지를 와해시키는 게 그들 목표였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과 몇몇 전직 고위 인사들의 처벌을 강하게 주장했다. 심지어 “아무리 거물이라도 이 음모에 연루된 모든 사람은 법의 최대 한도로 수사 및 기소돼야 한다. 우리 민주공화국의 건전성이 여기 달렸다. 형사 고발을 위해 모든 문서를 법무부에 제출한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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