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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모스크바 회동에 “고도로 생산적” “큰 진전”을 말하며 만족감을 표했다. 트럼프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나의 특사 위트코프가 방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고도로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진전인지’ 구체적 설명은 없이 “몇몇 유럽 동맹국들에게 (특사와 푸틴 간의 협의 내용을) 업데이트했다”고만 소개했다.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소식도 전해졌다. 주요 외신들은 “이 전쟁이 반드시 끝나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앞으로 며칠 내지 몇 주 안에 그것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트럼프 발언에 무게를 실었으며, 러시아 매체들의 경우 푸틴이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약 3시간 동안 위트코프 특사를 접견한 점에 집중했다. 회담의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러시아산 석유 주요 구매자인 인도에 추가 25% 부과를 발표해 ‘관세 정치’의 면모를 재확인시켰다. 인도 압박이 러 에너지의 또 다른 대형 고객인 중국에게도 메시지가 된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러시아 돈줄 끊기’를 하면서 동시에 특사를 보내 푸틴과 긴밀한 접촉 중인 셈이다. 7일부터 기존 상호관세 25% 적용 예정이던 인도는 이제 50% 대미 관세를 물게 됐으나 추가 관세 발효일이 3주 후인 27일이므로 그 사이 또 극적인 변화를 접하게 될지 모른다.
25% 추가 관세가 발표된 날 인도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분통을 터뜨렸다.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이유 삼아 자국에 추가 관세가 부과된 현실에 “불공정하고 부당하며 이성적이지 않다”는 인도 측 표현을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인도 외교부에선 또 “우리의 수입은 시장 요인에 기반한 것” “14억 인도 국민의 에너지 안보 확보가 최종 목표”라며 “국익을 위해 움직인 다른 나라 행동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다니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앞서 트럼프는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직·간접 대량 수입을 지적하며 인도산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에너지 수출이 국부(國富)의 주요 원천인 러시아의 숨통을 조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탈탄소·친환경을 내세운 셰일가스 시추 금지가 결과적으로 국제유가를 올려 러시아 군비 조달에 기여했으며 우크라이나전쟁 발발의 결정적 토대를 제공했다고 본다. 이런 인식을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4월 이래 인도와 미국은 5차례 협상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산 농산물과 유제품 관련 관세 인하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이 교착된 상태였다. 작년 미국은 인도와의 무역에서 45억8000 달러(약 6조2300억 원)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3대 원유 수입국인 인도는 수입량 전체의 38%를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래 서방의 대러제재로 인해 저가로 살 수 있게 돼 인도로선 더욱 포기하기 어려운 혜택이 됐다.
‘타임스’와 인도의 유력 경제지 ‘에코노믹 타임스’ 등에선 관세 50%로 기계산업 방면의 약 120억 달러 규모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 엔지니어링수출증진회(EEPC) 경고를 실었다. 인도 해산물 수출 역시 약 240억 루피(약 3888억 원)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가죽·섬유·차(茶) 산업이 밀집한 웨스트벵골 지역 산업들 또한 큰 타격이 예상된다. 50% 관세 발효 시 섬유·의류·신발·보석(귀금속) 등 분야의 40~50%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로이터 등에서 짚었다. 인도의 섬유·제약 기업들 주가는 추가 관세 발표 이후 이미 대폭 하락했다.
트럼프가 ‘해방의 날’로 명명한 4월2일, 인도엔 26% 관세가 부과됐었다. 다섯 번 이어진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달 30일 “협상의 완전 결렬은 아니며 인도에겐 아직 (대미) 관계를 리셋할 기회가 있다”며 트럼프는 1% 인하해 인도 관세를 25%로 조정했다. 이를 “(미국으로선) 상징적 양보”지만 “(인도에겐) 굴욕적 상황일 가능성”이 대부분 외신들의 논조다. 인도에 들어오는 미국산 관세가 지금껏 평균 24~25%였으니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1% 내려 25%를 만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선 “(미국이) 확정 아닌 확고함을 보인 것”으로 풀이했다.
인도 매체들 반응 중엔 “트럼프가 관세를 심리적 지렛대로 쓴다”(이코노믹타임스),
“벨벳 장갑을 끼고 때린 따귀”(타임스오브인디아) 등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31일자 힌두스탄타임스는 외교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신중히 다뤄 온” 인도에게 “1% 조정이란 이런 관계를 평가절하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인도 정부나 언론 모두 이를 무역에 실질적인 영향을 안 주면서 인도 자존심에 상처 입히기 식 전술 정도로 평가했으나 추가 관세 25%엔 피유쉬 고얄(무역장관)·샤시 타루르(의원·전 외무장관)가 “분명히 큰 타격”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정권 출범 이후 10여년간 인도는 힌두국수주의를 내세운 내셔널리즘 경향이 강해졌다. 과거 서구에 지배당한 300년간의 경제 손실을 수치화하는 분야가 등장할 만큼 인도는 지역 패권국으로서의 위상과 서방을 상대로 한 독자 행보 경향을 가시화해 왔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러시아가 오랜 앙숙인 중국과 밀착하게 됐듯 인도와 중국의 연대를 초래할 위험성도 제기된다. 이들은 각각 1000~2000여년에 걸친 역사적 앙금과 대국 경쟁심으로 친해지기 가장 어려운 국가 관계들로 꼽혔으나 우크라이나가 그런 구도를 깼다. 로이터 등에선 ‘인도·중국 연대’라는 또 하나의 이례적 상황 출현이 미 인도·태평양 전략 전반을 흔들 위험성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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