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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제나 하나!”
일본 대표 추리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유명한 대사다. 작은 몸집에 큰 머리를 가진 이 소년은 전 세계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익숙한 캐릭터다. 날카로운 추리와 치밀한 전개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고, 2025년 개봉된 최신 극장판 역시 일본 내에서 140억 엔 이상의 흥행 성적을 올렸으며 국내에서도 6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팬심으로 관람한 기자는 우연히 ‘탐정의 날’ 행사 취재를 맡게 됐다. 현실의 탐정 제도를 다룬 자리에서 자연스레 코난이 떠올랐다. 이번 행사의 주요 주제는 탐정업 관련 법안 제정. 현재 약사법이나 변호사법처럼 탐정을 정식 직업으로 규정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프랑스·영국·미국·일본 등 주요국은 탐정을 민간조사 직업으로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비도크’라 불리는 인물을 근대 탐정의 시초로 보고 국가 공인 자격으로 운영하며, 영국은 수사권을 지닌 공인 탐정 제도를 통해 스코틀랜드야드 등과 공조해 치안 보조 역할을 한다. 미국은 19세기 ‘핑커튼 탐정 사무소’를 시작으로 민간 탐정 산업이 발전했으며 현재도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과 협력해 민간 수사 시장을 주도한다. 일본은 민간 조사원이 법적으로 인정돼 가사·민사 사건의 증거 수집 등 정당한 범위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 2020년 8월, 경찰청은 신용정보법 개정과 유권 해석을 통해 ‘탐정’이라는 명칭의 사용을 합법화했다. 이전까지는 이 단어조차 쓸 수 없었지만, 이제는 자격증 보유자가 민간 조사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역시 직업군에 대한 법적 근거 없이 허용된 ‘명칭 사용’에 불과하다. 즉, 탐정은 존재하지만 그에 관련된 법은 없다.
이에 따라 현재 활동 중인 한국특수교육재단(PIA) 및 관련 단체들은 ‘탐정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대표 기관으로는 한국공인탐정협회, 사단법인 대한공인탐정연구협회 등이 있으며 합법적 민간 조사 활동 지원과 직업적 권리 보호,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화 필요성을 주장한다.
한편 실제 현장에서는 민간조사사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 중이다. 실종자 추적, 사기 피해 조사, 재산 분쟁 증거 확보, 학교폭력 실태 파악, 아동·노인 실종 등 공권력이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에서 탐정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법적 권한이 없어 수집한 증거의 효력이 떨어지거나 오히려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위험도 따른다.
이런 현실에서 탐정업의 법제화는 필수적이다. 가장 큰 변화는 신뢰할 수 있는 탐정 서비스의 등장이다. 한 탐정법인 대표는 “현재 많은 업체가 난립 중이다. 탐정법이 시행되면 일정 자격과 윤리 기준을 갖춘 전문가만 활동할 수 있고, 소비자 피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에서 ‘탐정’은 이름만 존재하는 그림자 같은 직업이다. 명칭은 있지만 법적 권한도, 책임 범위도 불분명하다. 해외처럼 탐정이 정식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격증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으로 규정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정 교육과 인증을 거쳐 수사 보조 전문가로 제도권에 포함된다면 경찰의 업무 부담을 덜 수 있는 역할도 가능할 것이다.
‘명탐정 코난’은 매년 수많은 범죄를 해결하지만, 현실 속 탐정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건 날카로운 추리력보다 ‘제도’라는 울타리다. 탐정법 입법은 단지 한 직업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출발점이다. 이제는 만화에서 현실로 넘어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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