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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혁신 경쟁 대신 퇴행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선에서 패한 지 두 달 보름이 되는 이달 22일 새 당대표가 선출되면 국정의 한 축으로서 제1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국민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전 보수를 다시 일으켜 세울 대책을 마련하긴커녕 혁신 방향을 놓고 내부 갈등만 증폭되고 있는 데다 통렬한 변화의 다짐조차 없다. 특히 후보들 간 보수 재건에 대한 시각이 정반대여서 전당대회 이후 ‘원팀 국민의힘’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작지 않다.
이번 당대표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주자 간 2 대 2 대결이다. 탄핵에 반대했던 ‘반탄파’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탄핵에 찬성했던 ‘찬탄파’ 안철수·조경태 후보가 경합 중이다.
사실상 과거 회귀적인 윤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놓고 당권 주자들이 벌이는 찬반 논쟁은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 이슈인 인적 쇄신과 맞물려 있다.
반탄파 후보들은 윤석열정부 핵심 인사인 당내 구주류를 포함한 보수의 단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극우 논란이 이는 전한길 씨와 윤 전 대통령 지지층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씨를 포함한 보수 유튜버들이 주최한 토론회에도 각각 참석했다. 반면 찬탄파 후보들은 윤 전 대통령 및 그 지지층과의 절연을 촉구하며 인적 쇄신을 전면에 내걸며 전씨를 비롯한 ‘계엄 옹호론자’들과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계기로 미래 희망을 키우기 위해선 전한길 씨 같은 극우 인사들과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전씨와 함께 공천개입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 ‘서부지법 폭동 사태’ 배후로 수사받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등 이른바 ‘3전(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보수 진영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국민 일반의 여론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후에도 윤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3전’ 리스크에 휘둘리고 있는 현실에 공당(公黨)으로서 위상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인 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이 7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정당지지도는 16%, 더불어민주당은 4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전대를 통해 당의 ‘간판’을 새롭게 바꿔 일사불란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으면 ‘폐족(廢族)’의 운명을 면치 못할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하겠다.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구시대 유물인 계파 정치를 거부하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원팀이 되겠다고 천명해야 한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윤 어게인’을 외치며 반탄에 함몰된 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정 지역에 기대어 전국 정당으로의 발돋움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차기 정권 재창출은 안중에 없고 지역정당 소속 금배지 유지에만 속셈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선거에서 유권자의 50% 이상이 몰려 있는 서울·수도권에서 민주당에 연속 패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최대 화두인 ‘인적 청산’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 차기 당대표 역시 참신함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제1야당이 건실해야 집권 세력의 ‘독선·독주’을 막고, 국민 신뢰 속에 건전 보수의 정권 창출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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