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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입법을 둘러싸고 여권 내에서 ‘속도전’과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추석 전 입법 완료”를 공언했지만,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은 잇따라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하며 신중론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20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니 땜질식으로 할 게 아니라, 국민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검찰권이 제대로 설계돼야 한다”며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 아니라 졸속을 피하고 제대로 마무리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청래 대표의 ‘추석 전 입법’ 발언을 두고 “정치적 메시지일 뿐 실제 입법 완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정기국회 안에서는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검찰개혁 ‘추석 전 완료’라는 시점은 국민께 차질 없는 추진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라며, 입법 완료 시점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기국회 내 입법 완료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고, 국익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추석 전 완수’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큰 방향은 확고히 가되 졸속이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진행해야 한다”며 “당정 및 정당 간 조율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기소 분리 필요성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세부적으로 이견과 논란이 많은 만큼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민감한 쟁점은 충분히 공론화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통령의 지시에 이어 총리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민주당이 밀어붙이던 ‘추석 전 검찰청 폐지’ 시한은 사실상 유연해진 형국이다.
여권 내 기류 변화에는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조국 전 혁신당 대표 특별사면을 둘러싼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개혁 졸속 추진’에 대한 여론 부담을 고려한 조율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제2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설치 등 폭넓은 의견 수렴 필요성이 거론되면서, 검찰개혁 입법 일정은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국정위는 검찰·경찰·감사원의 권한 분산을 강조하며 사실상 검찰청 폐지 수준의 개혁을 예고했다.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을 전면 박탈해 중대범죄수사청·경찰·공수처로 이관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만 맡는 ‘공소청’으로 개편하는 방안이다.
충돌 방지를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도 논의된다. 여당은 검사징계법 개정을 추진해 검사도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로 파면할 수 있게 하는 등 ‘검찰 힘 빼기’ 작업을 병행한다.
한편, 민주당은 속도 논란과 무관하게 ‘검찰·언론·사법개혁’이라는 3대 개혁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대법관 증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어, 대법관 수 확대의 필요성과 사법부 업무 적체 해소 방안을 점검했다. 민주당은 대법관 수 확대가 사건 처리 지연을 줄이고 사법 정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출범한 특검 대응위원회는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을 제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개정안은 국회 조사·청문 과정에서의 증언 의무와 자료 제출 권한을 강화해 특검 수사와 병행되는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법제도 개혁은 단기간에 매듭지을 수 있는 과제가 아니며, 사회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며 “공청회와 토론회 등 공론화 절차를 거쳐 입법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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