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퇴직연금이 사실상 ‘예금통장’처럼 운용되고 있어 연금 운용방법에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순히 투자에만 집중하는 현 구조로는 노후 리스크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호주 사례를 참고해 퇴직연금이 투자는 물론 보장으로서도 역할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연구원(KIRI)의 강성호 선임연구위원, 이소양 연구원은 18일 발표한 KIRI 리포트 이슈분석(호주 퇴직연금의 보장성보험 편입 사례와 시사점)에서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는 투자성 금융상품만 운용할 수 있다”면서 운용방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호주의 퇴직연금 제도(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는 총 자산 규모가 4조2000억 호주달러(2024년 12월)로 세계 4위 수준이다. 이 제도는 주식·부동산 등의 투자성 자산 뿐만 아니라 사망·영구장애 등의 보장성 보험도 함께 운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마이슈퍼(MySuper)라는 디폴트 옵션을 도입한 기금은 가입자에게 단체보험 형태로 사망·장애 보장을 의무 제공한다. 가입자가 원하면 탈퇴할 수 있지만 대다수 기금이 단체보험을 기본적으로 제공해 보편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보험료는 적립금에서 자동 공제되며 연령이나 성별에 따른 차등을 두지 않는 단일요율로 운영돼 고령 세대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재분배 효과도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퇴직연금 적립금의 85% 이상이 원리금보장형에 집중돼 있음에도 투자성 금융상품에 운용 범위가 한정돼 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고 위험보장 기능이 전무한 이유다. 그러므로 리포트는 투자와 보장 기능이 조화된 구조여야 노후 생활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호주는 단체보험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세대간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실제 호주는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단체보험에 가입돼 있다. 리포트는 2022년 기준 단체보험 평균 지급액을 사망보장 16만6000 호주달러, 영구장해 14만7000 호주달러로 집계했다. 노후 자산을 축적하면서 생애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대비할 수 있을 만한 보장이다.
호주의 퇴직연금 제도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은 분명하다. 노후소득 보장 뿐만 아니라 유족과 피부양자의 생계 안정까지 고려해 퇴직연금 내 보장성보험을 일부 편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단체보험을 가입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등은 연금자산의 일정 비율을 활용해 개별적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를 유연화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