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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지중해 프랑스령 코르시카로 가던 비행기가 관제사의 졸음으로 착륙 승인을 못 받아 1시간 동안 상공을 맴돌았다. 17일(현지 시간)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이틀전 밤 10시45분께 파리 오를리 공항을 이륙한 에어코르시카 여객기 조종사는 아작시오 공항 도착 직전 활주로에 불이 꺼진 것을 발견했다. 관제탑과 여러 차례 교신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64명 여객을 태운 비행기는 관제사 응답을 기다리며 활주로 상공을 선회해야 했다.
공항 소방대원들이 관제탑에 연락을 해도 소용 없자 공항 헌병대에 연락했다. 여객기가 코르시카 북쪽 바스티아로 회항할 것을 고려하던 차에 활주로 조명이 켜지고 관제탑과 교신을 할 수 있게 돼 새벽 1시께 무사 착륙했다. 조사결과 당시 관제탑의 유일한 관제사가 잠들어 연락이 두절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제사에게 약물·알코올 검사까지 했으나 음성으로 확인돼 인력 부족과 파업 빈발에 따른 피로 누적 등 구조적 문제 쪽에 힘이 실린다.
해당 비행기 조종사가 현지 매체에 “수십 년 근무 중 이런 적 처음”이라고 말했지만 한 승객 전언으론 “당시 패닉 상태는 없었으며 모두 침착하게 대응했다.” 프랑스 민간항공청(DGAC)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사고 관제사는 직무정지됐다고 보도됐다. 항공안전 관련 중대 사고로 분류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도 보고가 들어갔다. 이날 프랑스24와 유로뉴스 등에선 유럽연합(EU) 국가들 가운데 프랑스는 비(非)치명 작업 사고율이 고수준인 국가에 들어간다고 짚었다.
프랑스는 고용인구 대비 사고 빈도가 상위권으로 분석됐다. 항공 부문의 경우 관제 인력 부족이나 빈번한 파업 때문에 지연 내지 ‘사고 근접’ 수준의 사태가 증가 추세다. 이에 이지젯 대표가 프랑스 당국에 관제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젯은 영국의 초저가항공이지만 1995년 창업 이래 유럽 항공사들 중 양호한 안전기록을 보유한다고 로이터가 짚었다. 로이터의 또 다른 기사에선 유럽 전체 항공교통 지연의 절반가량이 프랑스 측 관제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럽항공사협회(EASA)는 “프랑스 항공관제 전반에 대한 안전 점검”을 검토 중이다. 2011년 이래 미국·일본·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어 ‘2인조 의무화’ ‘피로 개선’ 등의 방안이 강조된 바 있으나, 권리 의식이 강한 프랑스 사회 특유의 풍토와 맞물려 이번 사고가 한층 무겁게 조명되고 있다. 작년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선 대한민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잘못 표기 및 호명한 것을 되새기며 국가 전반이 느슨해졌다고 꼬집는 네티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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