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현의 허허실실] 외교 월드컵, 제80차 유엔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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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현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9-25 00:02:59

유엔의 날 10월24일을 빨간날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연식이 좀 된 분들이다. 1970년대 일요일 하루만 쉴 때 빨간날 ‘유엔데이’는 건빵에 별사탕처럼 삶의 활력소였다. 그러다가 1976년 냉전이 정점일 때 WHO(세계보건기구) 등 유엔 기구가 북한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로 유엔이 인정한 대한민국 정부는 항의 표시로 유엔의 날을 공휴일에서 제외시켰다.

유엔은 북한 김일성이 침략 전쟁을 벌이자 16개국 병력으로 구성된 유엔군을 최초 파병했다. AP 통신은 ‘유엔 80주년, 역사적 순간‘ 제하 기사에서 ’1945년 6월 유엔 헌장 서명‘에 이어 두 번째 사건으로 1950년 6월 유엔의 집단 안전보장 시도를 꼽았다. 유엔사령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관으로 남북한 간 평화협정 미체결로 여전히 활동 중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유엔군 전몰장병들은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옛 명칭 유엔기념 묘지)에 잠들어 있다. 유엔의 날도, 유엔군 참전도, 유엔사도, 유엔군 묘지도 모두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유엔군의 6·25 참전은 유엔 창설 이래 최고의 성공작(best practice)이었다. 대한민국은 현재 참전국 노병과 그 가족들을 방한 초청, ’한강의 기적’으로 고귀한 희생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체험케 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탄생했고, 한국군은 남수단 등지에서의 평화유지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 전체 예산의 2.574%를 분담하는 10대 기여국이 되었다. 이는 침략자 북한(0.005%) 분담금의 500배나 많은 수치다.

올해 유엔이 80살이 됐다. 소위 ‘외교 월드컵’이라 불리는 유엔 총회가 현재 뉴욕 터틀 베이 유엔 본부에서 개최되고 있다. 80차 총회를 기념하기 위해 우리를 비롯해 세계 정상들이 모였다. 실질적 해결책이 마련되기보다는 ‘토크숍‘으로 그칠 공산이 크더라도 세계 평화와 화합에 도움이 된다.

사람도 80세가 되면 컨디션 난조가 잦아지고 심근경색 등 질병의 위험이 커지듯 유엔도 노화를 겪는 듯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유엔 헌장에 위배되는 침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3년째다. 이스라엘도 하마스와 전쟁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 자금 지원을 대폭 줄였다. 중국도 덩달아 분담금을 체납 중이다. 유엔은 궁여지책으로 내년 예산을 5억 불 삭감하고 인력도 19%나 감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엔 사무국이 소재한 뉴욕이나 제네바, 비엔나은 나이로비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지역이다. 안전하고 물가 등 거주 여건이 좋은 우리나라 파주시가 10여 년 전부터 벌여온 DMZ 지역 내 제5유엔사무국 유치 캠페인을 다시금 본격화하면 좋겠다. 번영을 구가하는 아시아 대륙에 사무국이 부재하다는 사실은 유엔으로서는 모양 빠지는 일이다. 파주 유엔 사무국은 북한 김정은에 엄청난 압박이 될 것이다.

말 나온 김에 AI 규제를 목표로 제안된 UN IAIA(International Artificial Intelligence Agency: 국제인공지능기구)를 국내 유치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명분은 유엔이 정부를 출범시키고 북한 공산 집단의 침략으로부터 지켜낸 끝에 선진 공업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이야말로 인류 공영을 위해 AI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제대로 갖출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

이렇게 유엔이 키워낸 한국이 거꾸로 80주년을 맞아 동력이 떨어진 유엔을 회생시키는 다자외교를 활발하게 전개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강익현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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