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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이 없어 실제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비공개로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CNN은 다만 “북미 간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회담 준비를 위한 실질적 계획도 수립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성사 가능성은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으나 북한 측이 이를 수령하지 않아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준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개막하는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포함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순방 일정을 앞두고 있다. CNN은 백악관 경호팀이 최근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나 판문점 지역을 답사하지 않았다고 전하며 “2019년 판문점 회동 재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동설은 지난 8월 2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불거졌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안에 만날 수도 있다”고 답하면서부터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peace maker)’라면 나는 ‘페이스메이커(pace maker)’로서 한반도 평화의 속도를 맞추겠다”고 화답해 회동 가능성이 한층 주목받았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착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진정한 평화공존을 위한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해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이후 북미 간 실질적 접촉은 감지되지 않았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구체적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북한에서도 일정 부분 반응이 있지만 APEC을 계기로 가시적인 진전이 있을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외교 스타일을 고려할 때, 깜짝 회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했고, 같은 해 6월 일본 G20 정상회의 중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에서 만나자”고 제안해 하루 만에 ‘깜짝 회동’을 성사시킨 전력이 있다. 당시 트럼프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20여 걸음 걸어 들어가며 ‘북한 땅을 밟은 첫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CNN은 “이전에도 북미 정상 간 만남은 장기적인 외교 조율의 결과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결단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도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당시와 달리 지금은 남북 관계가 냉각돼 있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전임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를 완전히 되돌리지 못한 상황”이라며 “환경은 훨씬 더 경직돼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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