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덫에 걸려 목숨마저 잃은 우리 국민 다수는 20~30대 청년들이다. 범죄 조직이 활개 치는 캄보디아의 치안 능력 부재와 국가정보원의 해외 정보 능력, 민생 치안에 제대로 대응 못하는 우리 경찰력의 한계 등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다.
특히 외교부 영사 조력의 허점이 크다. 주캄보디아 대사는 3개월 넘게 공석이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구금됐을 때도 이를 관할 할 주애틀랜타 총영사는 없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5개월 넘게 지났는데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 대사’와 주 유엔대사 외에는 외교부 공관장 인사가 계속 미뤄지면서 현재 41곳의 공관장(대사 공석 23곳, 총영사 공석 17곳)이 비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가 안팎에선 공관장 자리를 노리는 정치권 인사들의 줄서기 경쟁이 심화하면서, 인사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사 공백의 그늘이 짙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캄보디아 공관에 접수된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감금 피해 신고자는 550명이다. 이 가운데 80명은 아직 신변조차 확보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망자가 발생하기 전 정부가 미리 손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문제는 왜 우리 젊은이들이 캄보디아에 갔느냐는 것이다. 대부분 ‘연 수억 원 소득’ 같은 터무니없는 구인 광고에 끌려 캄보디아로 향했다. 바로 이 점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등 역대 최악 취업난과 여기서 비롯되는 악성 채무에 붙들린 우리 젊은이들이 일확천금을 꿈꾸고 사지(死地)로 내몰리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고용불안에 따른 비정규직 확대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고수익 보장’ 광고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설령 불법인 줄 알면서도. 사지인 줄 알고 빠져나오려 할 땐 이미 올가미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돼버린 것이다. 대학 동기가 서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고 마는 ‘생지옥’이 따로 없다.
‘캄보디아 포비아’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에서 캄보디아로 가려던 청년들이 경찰과 공항 관계자의 설득으로 발길을 돌리는가 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여전히 캄보디아 구인 광고가 올라오고 있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탔을지 모른다.
이처럼 우리의 미래 주역 청년들이 ‘실의(失意)’에 빠져 있다. 젊은이들이 취업난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 세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우리나라 대졸 청년들의 취업 수준이 전 세계 선진 국가들에 비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청년(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 및 고용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청년 대졸자 고용률은 75.2%로 37개국 중 31위였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우리나라 청년 대졸자의 고용률이 낮은 이유로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은 데 주목했다. 우리나라 청년 대졸자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0.3%로 OECD 37개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기준 청년 대졸자 비경제활동인구의 주된 활동 상태를 살펴보면 10명 중 3명은 취업준비생이며, 10명 중 2명은 그냥 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청년 대졸자의 노동력 유휴화가 심각하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건 국가의 몫이다.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다그칠 게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청년을 지키고 국가 경쟁력도 키울 수 있음을 재인식할 때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