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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또다시 ‘바가지’와 ‘불친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구독자 149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이상한 과자가게’의 폭로 영상이 도화선이 되며,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과 시민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상인들은 “한두 집의 일탈”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시민들은 “이제는 신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 관광의 얼굴이자 전통의 상징인 광장시장이 이제 K-관광 신뢰도의 시험대로 떠올랐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광장시장은 빠지지 않는 대표 방문 코스다. 드라마와 예능, 유튜브 콘텐츠 속에서 ‘정(情)의 시장’과 ‘K푸드의 성지’로 각인된 이곳을 향해,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이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상업화된 불친절, 가격 눈속임, 불투명한 거래 관행이 반복되며 실망이 쌓이고 있다. 문제는 이 실망이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인 방문객들이 남긴 후기와 영상은 각국 언어로 번역돼 빠르게 확산되고, 그 결과 광장시장은 ‘K푸드의 현장’이 아닌 ‘K관광 불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10일 오후, 기자가 찾은 광장시장 골목은 평소의 활기를 잃은 듯했다. 상인들은 “카메라만 봐도 긴장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튜버들이 일부러 자극적인 장면만 편집해 시장 전체를 욕먹게 한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 시장 대부분의 점포는 정찰제로 가격표를 내걸고 있었다. 포장마차 등도 카드 결제를 받고 있었으며,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한 개 2000원짜리 토스트를 판매하는 상인은 “전체가 그런 게 아닌데, 한두 집 때문에 다 같이 욕먹는다”며 “조회수를 노리고 ‘바가지 논란’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촬영하는 유튜버들 때문에 성실한 상인들이 피해를 본다”고 하소연했다.
상인들은 문제의 본질이 ‘정식 등록 점포’가 아닌 이동식 포장마차 형태의 노점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명 빈대떡집 사장은 “정식 등록된 점포들은 세금도 내고 카드 결제도 다 된다. 대부분의 논란은 이동 포장마차에서 벌어진다”며 “그 여파로 손님이 줄고 시장 전체 매출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상인회 관계자 역시 “상인들 사이에서도 당장 ‘유튜버 피해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폭발하는 소비자 불만 → 위생·가격·강매 ‘3중고’
“단속→ 잠잠→ 원상복귀”… 반복되는 악순환
광장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개선이 되지 않는 위생 문제이다. 닦지 않은 테이블 위에 음식을 내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조리하는 모습, 실온에 방치된 재료 등이 주요 불만으로 꼽혔다. SNS에는 “불어터진 당면에 식은 국물, 기름 냄새 나는 녹두전” 등 음식 품질에 대한 불쾌한 후기가 이어졌다.
둘째, 가격 눈속임과 바가지 요금이다. “순대가 8000원이라더니 다 먹고 나니 만 원을 달라더라”는 논란의 핵심 장면처럼, 메뉴판과 다른 금액을 요구하거나 포장비를 별도로 청구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일부 상인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5000원짜리 메뉴를 1만 원에 판매해 ‘이중 가격’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을 호구로 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셋째, 강압적 영업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손님에게 반말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불친절한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남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한 한 시민은 “평일이라 손님도 없었는데 ‘더 시켜라’, ‘빨리 먹어라’는 말을 들었다”며 “아이들 앞이라 참고 나왔지만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시장의 바가지 논란은 2023년 ‘모둠전 바가지’, 2024년 ‘순대 메뉴 바꿔치기’, 2025년 ‘위생·강매 논란’까지 매년 같은 양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가 ‘정량표시제’, ‘가격표시제’, ‘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시행했지만 실효성은 미미했다.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문제 터지면 단속하고, 잠잠해지면 원상복귀된다”며 “단속이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광장시장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이를 ‘정보 비대칭’ 문제로 진단한다. 전통시장 등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자율가격제 아래에서는 소비자와 상인의 기준이 다르고, 여기에 일부 노점이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구조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임대료가 오르면 오를 수록 음식의 질과 서비스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표시제는 있지만 단속이 지속되지 않고, 등록 노점과 비등록 노점이 뒤섞여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비공식적 채널을 통한 ‘뒷배’가 있는 일부 점포들간의 단합 또한 단속의 걸림돌”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현금·계좌이체 중심의 거래 관행이 가격 투명성을 떨어뜨리고 탈세 위험까지 높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방문객은 “광장시장을 ‘현금 금지구역’으로 지정해 카드 결제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시민은 “가족·친척까지 포함한 전면 세무조사와 위생·소방점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조적 결함… 제도적 개혁 시급
결국 광장시장의 문제는 단순한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의 결함에서 비롯된다. △상인 자율가격제의 한계 △현금 위주의 결제 관행 △비등록 노점의 관리 사각지대가 주요 원인이다. 이로 인해 정가 기준이 사라지고 소비자 혼란이 이어지며, 세금 회피와 불투명한 거래가 만연하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상인 자율 운영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공정 거래를 위한 가격 투명화와 상시 관리 체계 구축에 나섰다.
종로구는 근본적 해법으로 ‘노점 실명제’를 추진하고 있다. ‘도로법 제61조’를 근거로 노점에 점용 허가를 부여하고, 1년 단위 허가제를 통해 면적·기간·운영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불법 노점은 단계적으로 정리된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의 신뢰 회복을 위해 ‘다국어 QR 메뉴 시스템’을 도입했다. 88개 노점이 참여해 20개 언어로 메뉴와 가격을 제공하며, 카드결제 대행 시스템도 77개 노점에 설치됐다. 특히 QR 시스템에는 환율 자동 변환 기능이 탑재돼 있어, 실시간으로 자국 통화 기준의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이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은 현금이 없어도 비자(VISA), 마스터(Master), 유니온페이(UnionPay) 등 주요 국제카드를 통해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종로구는 ‘가격표 미게시’나 ‘외국인 가격 차별’ 등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1차 경고 후 영업정지까지 이르는 단계적 제재를 실시할 방침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광장전통시장은 국가대표 전통시장”이라며 “실명제와 카드결제를 통해 시장 신뢰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교육관리부장은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노점에 대한 현장 관리와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며 “광장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상인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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