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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미 육군 대장)이 17일 ‘뒤집힌 한반도 지도(East-Up Map)’를 공개하며 “한국의 지리적 위치는 취약점이 아니라 전략적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뒤집어 ‘동쪽을 위’에 두고 보면, 한국·일본·필리핀이 하나의 연결된 네트워크로 재구성되며 지정학적 구도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날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 국방부 출입기자단과의 서면 질의에서 “East-Up 관점은 한반도를 외곽 전진기지가 아닌 중심적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라며 “우리는 먼 거리에서 투사하는 전력이 아니라 이미 결승점 안에 들어와 있는(internal) 전력”이라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뒤집힌 지도에서 드러나는 동아시아 전략 구조를 언급하며 “한국은 중심에서의 깊이(depth), 일본은 기술 우위와 해양적 도달 범위, 필리핀은 남측 해상축 접근성을 제공한다”고 했다.
이는 3국이 중국을 둘러싼 ‘보완적 삼각 안정축’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브런슨은 “특정국을 겨냥한 새로운 동맹을 형성하자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이미 존재하는 지리적 관계를 실용적으로 조정해보자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의 위치는 북한–중국–러시아 세 경쟁축에 동시에 영향력을 미치는 독특한 조건”이라고 했다.
즉 한국이 단지 북측만 바라보는 ‘한 방향 전선’이 아니라, 3개 방향에서 비용(cost)을 부과할 수 있는 전략적 지점이라는 메시지다. 표현을 완곡하게 했을 뿐, 실제 설명은 중국을 견제하는 ‘해상억제 삼각구도’와 맞닿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한미군이 배치된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준 △평양까지 158마일 △베이징까지 612마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100마일이다. 이 거리 분석을 근거로 브런슨은 “한반도에 배치된 미군은 이미 버블 내부에 있는 전력”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전력이 외부에서 증원되는‘원거리 투사(force projection)’가 아니라, 이미 작전 공간 한복판에서 즉시 움직이는‘내부 전력’이라는 의미다.
북한 언급은 최소화… 대중견제 메시지는 최대치
흥미로운 점은 브런슨 사령관이 이 글 전체에서 단 한 차례도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3회, 중국은 2회 언급했다. 이는 전임 폴 러캐머라 사령관이 “주한미군은 한국 방어에만 집중한다”고 말하던 것과는 결을 달리한다. 브런슨은 취임 이후 줄곧 “주한미군은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라고 강조해 왔다. 뒤집힌 지도는 그의 이런 구상을 시각화한 ‘전략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 기조에 맞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려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 같은 East-Up 시각이 △연합 작전계획(OPLAN) △준비태세 △워게임 설계 △지속지원 계획 등 실질적 작전 설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전력을 어디에서 투사할지가 아니라, 이미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한반도의 전략적 중심성 위에 작전계획이 구축돼야 한다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작권 전환 논의와도 연결… “동맹 역할은 변하지 않아”
브런슨 사령광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 “지휘 체계의 역할은 변화할 수 있지만 연합방위의 기본 토대는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미 연합 구조가 동일한 억제력을 유지할 것이며, 오히려 전 영역 작전(전구작전·multi-domain)의 통합이 강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주한미군은 이미 올해 초부터‘뒤집힌 지도’를 내부 교육 자료로 사용해 왔다. 지도에는 평택을 기준으로 대만·마닐라·베이징·도쿄까지의 직선거리가 표시돼 있으며, 북한보다 대만과 필리핀이 더 눈에 띄게 설계돼 있다.
이는 △대만 유사시 △남중국해 충돌 △인도·태평양 다영역 위기 등에서 주한미군의 개입 가능성이 고려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브런슨의 이번 발언은 대북 중심 접근을 넘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공론화하는 첫 공식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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