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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잡히지 않는 섀도 머니가 통화정책의 새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스테이블 코인과 온체인 예치·대출, 해외 거래소에 머무는 자금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기존 협의통화(M1)·광의통화(M2)만으로는 유동성을 제대로 읽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섀도 머니를 포괄하는 새로운 통화정책 모델과 함께 안전자산형 원화 스테이블코인(WSC)를 설계해 국채시장·환율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는 트루스가디언과 함께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화폐금융사적 의의와 한국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주최하고 디지털융합산업협회가 후원했으며 국회 및 금융계, 학계 인사들이 참여해 제도 정비, 정책 마련 방안 등을 폭 넓게 논의했다.
포럼의 주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의회에서 지니어스법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국제 금융질서가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환경을 진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미국이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 대신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집중하는 흐름에 주목해 달러 기축통화 체제와 글로벌 자본이동 구조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오정근 학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니라 통화 금융문명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 공급을 유지하는 동시에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했다. 소위 트리핀의 딜레마로 불리는 구조적 모순을 완화하는 동시에 제조업 부활과 러스트벨트 지역의 일자리 창출까지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오 학회장은 또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공급을 통해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면서도 달러 패권을 유지하고 대규모의 미국 국채 수요를 창출해 재정 위기를 완화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응해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과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세션에서는 김덕태 고등지능원장이 ‘스테이블코인의 시대 도래 배경과 의의 및 전망’을 주제로 스테이블코인의 경제적 가치와 미국의 통화정책을 변화를 진단했다. 김 원장은 미국이 CBDC 대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하는 배경에 ‘감시통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BDC를 도입할 경우 정부나 연준이 국민의 자금 흐름과 거래 내역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통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긴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을 택했다. 올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법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제1세션에서 통계 밖에서 커지는 스테이블코인·온체인 자금이 섀도 머니를 형성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된 데 이어, 제2세션은 이 섀도 머니를 통화정책 모델 속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다뤘다.
발표를 맡은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장은 “M1·M2만 보면 통화량과 유동성이 충분히 관측된다는 전제가 무너졌다”며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이 섀도 머니라는 유동성을 무시한 채 금리만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논의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자산형 원화스테이블코인(WSC)을 설계해 국내 단기 국채시장에 구조적 수요를 만들어 원화 균형금리에 완만한 하방 압력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제2세션의 ‘섀도 머니·새 통화정책 모델’ 논의를 잇는 제3세션서 김기흥 경기대 명예교수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GSC)와 WSC의 파급효과를 짚었다. 그는 페이스북 리브라 사례를 들어 “민간이 발행하는 GSC는 사실상 준기축통화가 될 수 있어 각국이 통화주권을 우려했다”면서 “그밖에 테더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도 GSC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WSC를 “해외송금, 무역결제 등에서 원화 결제 비중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외국환거래법 등 관련 법령과 규제를 패키지로 마련하지 않으면 환치기·불법 외환거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 제4세션에서는 문종진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안정 과제와 규제방향’을 다뤘다. 문 교수는 유럽연합(EU)·일본·미국 등 주요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동향과 코인런 우려,결제 시스템 리스크 등을 제시하며 “혁신은 포용하되 금융안정의 틀 안에서 신뢰 가능한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는 오 학회장이 좌장을 맡고 이영환 전 교수의 발제를 바탕으로 △장세탁 전 서울대 융합기술원 특임연구위원 △신선희 명지대 교수 △박준홍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팀장 등이 패널로 참여해 WSC의 장기적인 전략 방향과 통화정책을 집중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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