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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창업자 김범석에겐 '검은머리 미국인'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미국인으로 귀화했다는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경영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회사 쿠팡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국회는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지만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해외 체류를 이유로 불참한다.
쿠팡은 그동안 각종 사건 사고의 온상이었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손가락질을 받는가 하면 물류센터와 새벽배송 과정에서 사망 사고도 끊이질 않았다. 이밖에 입점업체 수수료 과다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쿠팡 물류센터 직원 퇴직금과 관련하여 검찰 고위 간부가 무혐의 결론을 내리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드러났다.
쿠팡 관련 사건 사고가 쏟아졌지만 김 의장은 올해도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쿠팡은 전현직 대표이사를 앞세워 대관 업무를 수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호형호제했던 강한승 변호사가 2020년 말부터 대표이사로 일했고, 원조 쿠팡맨으로 김 의장 의중을 잘 안다고 알려진 박대준 신사업 부문 각자 대표가 5월부터 단독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박 대표이사도 국회와 정부 등 대관업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대한 현안 질의가 벌어진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원이 김 의장이 직접 사과할 의향이 없냐고 묻자 박 대표이사는 한국법인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대답했다. 김 의장은 쿠팡 모회사인 미국법인 쿠팡I 소속이므로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제 책임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김 의장을 감쌌다.
쿠팡은 올해 들어 정부와 국회에서 취업심사대상인 4급 이상 인사를 18명이나 영입했다. 쿠팡은 공정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출신 공무원을 대거 영입한 걸로 알려졌다. 국회 보좌관도 9명이나 쿠팡에 입사하면서 부사장과 전무, 상무 등 고위 임원이 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보좌진 출신도 쿠팡에 영입됐다고 알려졌다. 쿠팡이 정부와 국회 눈치는 보지만 국민 정서와 비판 여론을 모른척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장은 쿠팡 모회사 의결권을 70% 이상 가졌다. 김 의장은 클래스B 보통주 1억5780만 2990주(지분율 8.8%)를 보유했다. 주당 29배나 되는 차등의결권을 가진 클래스B 주식이기에 김 의장은 의결권 73.7%를 행사할 수 있다. 김 의장이 쿠팡I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기업 동일인(총수) 지정에서도 벗어났다.
김 의장은 지난해 11월 클래스B 보통주 1500만 주를 처분하면서 현금 4846억 원을 챙겼다. 당시 김 의장은 보통주 200만 주(약 672억 원)를 자선기금으로 기부했다. 쿠팡을 통해서 한국에서 돈을 벌면서 기부는 미국에 했다는 이유로 여론은 싸늘하다.
개인정보 유출사고 여파로 쿠팡 주가는 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6.64달러로 마감했다. 금요일(11월28일) 종가 28.16달러와 비교할 때 무려 5.39%나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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