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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서울시가 추진 중인 종묘 앞 초고층 복합빌딩 건설사업과 관련, 520억원 규모 건축설계용역 계약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업 중단과 전면 폐기를 촉구했다.
앞서 한겨레21은 희림이 참여한 합동설계단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발계획 변경으로 38층(145m)짜리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된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500억원대 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희림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운영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사로, 윤석열 정부 시절 각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이 계약에는 계획·중간·실시설계 등 전 단계 설계가 포함되며, 희림은 약 40% 지분으로 200억 원이 넘는 설계대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희림은 19년 전 ‘국제지명현상설계’를 통해 당선(2등)돼 계약된 업체로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건축설계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발주처인 주민대표회의의 제안으로 용적률과 높이 등이 변경됨에 따라 2024년 2월 26일 용역 변경계약을 체결한 것이지 새로운 수의계약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시와 SH는 “2000년대 국제지명현상설계 당선 이후 이어진 용역변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형식상으로는 기존 계약의 ‘용역변경계약’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사실상 ‘신규 대형 설계용역’을 설계공모 없이 특정 설계단에 몰아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실련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세운4구역은 과거 국제지명현상설계, 추가 공모 등을 거쳐 설계자를 선정했던 사업임에도,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용적률·높이·용도 등이 대폭 변경돼 기존 설계와는 사실상 다른 사업이 됐다”며 “그럼에도 SH는 새로운 국제공모나 공개경쟁 없이 353억 원 수준이던 설계계약을 520억 원 규모로 증액하며 같은 설계단과 ‘용역변경계약’ 형식으로 처리했다. 이는 법이 요구하는 공정경쟁 원칙과 설계공모 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앞서 1·2차 공모 당선안이 연속된 계획 변경과 2025년 정비계획 고시로 더 이상 현행 사업계획의 기준이 되지 않게 되고, 네덜란드 설계사(케이캅)와의 계획설계 계약이 2018년경 종료된 뒤 완전히 다른 개발계획이 수립된 상황에서 설계공모 없이 특정 컨소시엄에 전 단계 설계를 몰아준 것은 법이 요구하는 공정경쟁 원칙과 설계공모 제도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세운4구역 초고층 재정비계획과 520억 설계용역 계약 집행을 즉각 중단하고, 종묘 세계유산 보존을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종묘를 비롯한 세계문화유산의 경관·시야·완충지대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에서, 고도·용적률 상향을 전제로 한 현 개발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새로운 개발계획 수립 여부 자체도 세계유산 보존을 최우선 기준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국제설계공모 등 공정한 경쟁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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