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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힘들다’ ‘슬프다’ ‘우울하다’ ‘짜증 난 다’ ‘속상하다’ ‘눈물 난다’ 요즘 힘든 민초들이 트위터, 블로그 등 온라인 공간에 이 같이 슬픈 표현의 글들을 하루에도 수십 만 건을 올리고 있다.
세대는 달라도 ‘하루가 힘들고 슬프다’는 마음은 똑같다. 청년층은 학업 스트레스와 열등감 등으로, 중년층은 생활비와 자녀 결혼과 노후에 대한 불안으로, 노년층은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외로움을 느끼며 또 건강도 악화되고 가족들에게 잔소리를 들으면서 작은 일에도 서운해 하고 슬퍼한다.
최근 들어 사회적 슬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을 들자면 지난 해 세월호 참사다. 근 1년에 세월이 흘러갔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슬픔과 우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불청객 메르스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면서 더욱 더 사람들을 공포 속에 몰아넣으며 사람들의 거리를 멀리하게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인의 마음을 크게 지배하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
외출과 쇼핑도 하지 않고 아예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도 줄이고 있다. 따라서 경제도 사회도 모두 위축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해 상반기 시민들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전례 없는 마이너스 성장을 겪은바 있다. 당시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3.8%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올 들어 시행된 담배 값 인상으로 슬픔의 비중을 더 크게 하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사건들의 영향으로 슬픔 연관어의 언급 량이 증가 할 때 우리 사회엔 다양한 형태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사회전체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겪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한 경우 자신과 큰 관련이 없는 사건임에도 불구,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 극단적인 선택(자살 등)을 하기도 한다. 일례로 연예인 자살을 들 수 있는데, 최 진실씨의 자살이 베르테르 효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그 당시 자살 시도가 25% 증가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계속되는 경제 침체 속에서 슬픔이 지속적인 감정으로 이어지다보면 우울증 등 각종 ‘슬픔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는 게 전문가의 말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및 메르스 감염병 이외도 우리의 심리를 자극한 주요 사건들이 참 많았다. 천안 함 피폭, 연평도 해전, 광우병 사태, 삼풍백화점 및 성수대교 붕괴 등이 우리를 힘들게 한 지난(至難)한 사건들이었다.
여기에 좌우 진영까지 충돌하고 있다. 이 모든 사건·사고들이 국가적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슬픔을 겪어야만 했고 경제적 손실도 클 수밖에 없었다. 늘 그래왔지만 진영논리에 따라 이슈에 얽힌 다양한 감정이 쏟아져 나오지만 소통의 장이 마련되지 않는 등 투쟁일변도로 국민들을 피곤하게하고 짜증나게 하고 있다.
메르스 문제만 해도 주무부서가 우왕좌왕하는 등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해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며 공포 분위기에서 하루하루를 불안해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 정당은 국회법 등 문제에 집착하면서 국민들을 슬픔에 빠지게 하고 삶의 의욕마저 잃게 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등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통치와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이 이처럼 슬픔에 빠지지 않고 긍정적인 감정이 될 수도 있음에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20~59세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료에 따르면 성인 36%가 ‘행복하지 않다’ 고 응답 했다. 전체 응답자 중 33%는 우울, 불안 등 정서적 장애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분노, 조절장애가 의심되는 이도 11%에 달할 정도다.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며 불평하지 말라 오히려 악을 만들 뿐이라” <시편 37 : 8>
한 정신의학 전문가는 “자신의 슬픔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한국 사회 특유의 정서가 다양한 후유증으로 이어져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며 “이런 증세가 지속되면서 결국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며 경제 상황이 악화 될 수도 있다”고 현재의 상황을 크게 우려했다.
세대별 슬픔을 분석해보니 10대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도 늘 학업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2030대는 미래에 대한 걱정에 한 숨 짓는 때가 많다. 특히 정규직에 있는 또래를 보면 콤플렉스에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압박감이 커지면서 부풀려 거짓말을 하게 되고 데이트 비용이 부담스러워 연애는 아예 접어버렸다. 더구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이대로 인생의 실패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우울해질 때가 많다. 웃음도 잃었다.
4050대는 하루가 힘겨울 정도로 산다. 노후 대책 생각은 사치라고 할 정도다. 다만 자식들의 대학 등록금이 마련에 빠듯한 삶을 살고 있다. 이와 함께 대부분이 자식들이 결혼 적령기에 있다 보니 희비(希悲)가 엇갈리는 심정으로 산다.
6070대는 요즘 웰다잉(Well- dying)에 대해 고민한다. 고교 졸업 동기들이 하나 둘 세상을 하직한다. 또 주위에 친한 벗이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도 듣는다. 친구들의 죽음이 믿기지도 않지만 자신도 때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울적해진다.
더구나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무시당하는 생각에서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다 보니 건강까지도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손녀 손 주를 보는 게 유일한 낙(樂)인데, 자식들이 자주 찾아주지도 않지만 행여 왔다 해도 아이들 가까이에 있지 못하게 한다. 서러운 생각에 자꾸 눈물만 흘린다.
학업, 취업, 돈, 노후 걱정 등 세대는 달라도 하루의 삶이 힘들고 슬프다. 경기 침체와 대형사고 등으로 함께 겪게 되는 ‘집단 슬픔’이 개인의 일상(日常)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세대와는 관계없이 슬픔을 표현하는 말 가운데 ‘사는 게 힘들다’는 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만큼 경기 침체와 대형사고 등이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울증에 빠지다보면 개개인의 무력감을 느끼면서 자살자도 생길 수 있지만 심한 경우 체념에 빠지면서 범죄자가 될 수도 있어 국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가 다 슬픔에 빠져 우울한 것은 아니다. 강남스타일과 평창 올림픽 유치, 김연아의 체전 압승, 여성 골퍼들의 우승 등의 사건은 그마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듯 우리에게 기쁜 감정을 안겨주기도 했다.
긍정적 감성연관 어(言)인 성공, 도움, 다행, 최선, 행복, 희망, 웃음 등의 단어도 ‘지금’이란 말과 더불어 하루 400~500건씩 트위터에 올라오고 있다. 이는 한국인이 팍팍한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성공에 대한 기대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연이라 볼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도 박 대통령의 임기 중 대형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해외순방이라도 하게 되면 꼭 대형사고가 터지면서 인심이 흉흉해지기도 한다.
한국 사회의 슬픔을 해소 할 수 있는 것은 경제 활성화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때 그래도 희망적이었던 것은 경제성장 과정의 성장통이고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저성장 국면으로 장시간 지속되면서 개개인이 무력감에 빠져 아예 의욕을 잃고 체념 상태에 있다.
우리 국민은 IMF때도 잘 극복하면서 전 세계가 놀랄 만큼 단합 속에서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한 민족이다. 또 우리의 의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의료진이다. 따라서 메르스도 우리 의료진에 의해 조만간 제압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런 강하고 우수한 민족이기에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것이다. 지금 우리 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너무도 실망스러운 우리 사회의 리더십과 시스템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영영 제자리를 찾지 못할 까 염려된다.
지금은 대형사건 등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국민의 감정이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이것이 미래의 상태를 미리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집단 공포나 불안에 흔들거리지 말고 유언비어에 솔깃하거나 동요되지 말며 IMF를 극복했듯,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다.
신(神)이 인간에게 준 유일한 축복은 ‘내일’이라는 것을 알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일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과 설레 임 속에서 새로운 꿈을 꾸며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즉 이 일에 대하여 우리가 무슨 말 하리요, 만일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 <로마서 8 :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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