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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발발한 6.25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모든 근간시설은 파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전 세계 GDP순위 11위에 오를 만큼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울산에 조선소가 들어서고 포항에는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경공업국가에서 중공업국가로 거듭났다. 이 모든 것이 반세기만의 일이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한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던 독일이 단시일 내로 경제회복을 이룬 것을 ‘라인강의 기적’이라 일컫는데 이를 본 딴 표현이다. 한강의 기적이 이뤄지는 동안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위로 30여개의 교량이 생겨났다. 경제성장의 속도만큼 자동차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교량의 필요성이 하나 둘 제기된 것이다. 교량이 생겨나며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또 다른 경제효과를 낳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우리나라 경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한강교량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강다리 경제 에피소드’ 시리즈로 다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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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구와 동작구를 잇는 한강대교는 1917년 ‘제1한강교’가 전신이다. 이후 1981년 제1한강교 옆으로 추가 교량이 건설돼 다리가 확장되면서 오늘날의 명칭을 얻게 됐다. 한강대교의 연결은 서울 서남부의 급격한 도시화를 촉진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남부의 급격한 도시화로 한강대교로 몰리는 인구와 차량을 분산하기 위해 마포와 영등포를 잇는 양화대교가 제2한강교로 건설됐을 정도다. [사진=박미나기자] ⓒ스카이데일리
서울 용산구와 동작구를 잇는 한강대교는 1916년 3월에 착공하여 이듬해인 1917년 10월에 준공됐다. 한강철교에 이어 두 번째로 건설된 이 다리에 ‘제1한강교’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사람이 건널 수 있는 최초의 인도교(人道橋)였기 때문이다.
한강철교가 건설된 1900년만 하더라도 민간용 차량은 존재하지 않았고 한강을 건너려는 사람들은 나룻배를 이용했다. 하지만 점차 개인용 자동차가 증가하면서 도보와 차의 통행이 가능한 다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제1한강교가 지어진 것이다.
이 다리는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고 사흘 뒤인 1950년 6월 28일 후퇴하던 국군이 제1한강교를 폭파한 탓에 다리를 건너 도하하려했던 피난민들과 한강 이북에 남겨진 민간인들은 전쟁통에 목숨을 잃어야 했다.
끊어졌던 제1한강교의 복구공사가 시작된 것은 1957년 1월이다. 이 공사는 이듬해 5월 준공됐다. 왕복 4차선 폭 20m에 불과했던 이 다리는 서울의 인구와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1981년 공사비 121억3200만원을 들여 왕복 8차로 폭 40m로 확장됐고 1984년에는 명칭도 한강대교로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 흑석동에서 바라본 한강대교 남단과 노들섬의 모습. 당초 한강대교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성과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의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계획 등에 따라 이곳 노들섬에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대규모 음악당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사업은 취소된바 있다. ⓒ스카이데일리
영등포 중심 서울 서남부 발전 일등공신
한강대교는 그 역사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다리다. 먼저 한강의 홍수주의보와 홍수경보 발령의 잣대가 된다.
한강대교 수위가 홍수 발생 가능성에 주의를 요하는 지정홍수위 4.5m를 넘어 경계수위 8.5m에 육박하게 되면 홍수주의보가 내려진다. 홍수경보는 한강대교 수위가 경계수위를 지나 위험수위인 10.5m에 육박하거나 넘어 홍수 직전 상황에 놓여 긴급 대피해야 할 경우 발령된다. 그러나 한강대교 높이는 14.3m, 제방 높이는 18m여서 홍수경보 발령이 한강 범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 한강대교는 한강 결빙 여부 판단 시에도 기준이 된다. 한강이 결빙됐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한강대교 노량진방향 2~4번 교각 사이 상류 100m지점이 얼었을 경우다.
첫 결빙을 관측한 1906년부터 100년 이상 이 지점에서 관측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자료의 일관성과 정확도 등을 이유로 꾸준히 이곳이 관측 장소로 사용돼왔다. 기상청 측은 “한강대교 부근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깊어 얼음이 잘 얼지 않기 때문에 이곳이 얼면 다른 한강도 결빙된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한강대교는 영등포를 중심으로 하는 서울 서남부지역 일대의 도시화를 촉진시켰다. 1896년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가 노량진·제물포 간 부설된 이래 1900년 한강철교가 생겨나 도심과의 접근성이 개선된 이 지역은 한강대교의 부설 이후 인구가 빠르게 유입됐다.
▲ 자료: 서울시, 서울지방경찰청 교통관리과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특히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의 도심 내 유흥시설 영업 금지 방침은 서울 서남부 지역의 발전을 가속화했다. 술과 커피, 그리고 음악과 춤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카페 등의 유흥시설들이 도심 내 영업이 금지되자 교통이 편리한 영등포로 일제히 옮겨간 것이다.
영등포에 유흥인구가 드나들기 시작하자 이곳에는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일자리가 증가하는 등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또한 해방 이후에는 배후지역으로 방직공장과 각종 경공업공장 등이 들어서면서 영등포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도심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영등포는 한강대교의 개통으로 급격히 팽창했다. 오늘날까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구로구·관악구·동작구 등은 모두 영등포구에서 분리된 행정구역이다. 강남지역을 일컫는 ‘영동’이란 표현 역시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뜻에서 유래됐을 정도다.
영등포가 발전하면서 한강대교를 이용하는 인구 역시 급속히 늘어났다. 정부는 이를 분산하기 위해 새로운 다리 건설에 착수했고 1965년 서울 마포구와 영등포구를 잇는 ‘제2한강교(오늘날 양화대교)’를 개통시켰다.
▲ 자료: 서울시, 서울지방경찰청 교통관리과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한강다리 중 교통량 순위는 6위
지난해 서울시 내 한강교량 중 가장 많은 차량이 통과한 곳은 한남대교였다. 경부고속도로·강남대로와 직접 연결된 이 다리는 1일 평균 21만1235대의 차량이 이용했다. 이어 2위부터 5위까지 양화대교(13만4181대), 청담대교(12만5402대), 반포대교(10만7415대), 성수대교(10만3418대) 등 순이었다.
한강대교는 1일 평균 9만8798대의 차량이 지나다녀 6위를 차지했다. 이는 서울의 중심축이 과거 ‘도심-영등포’에서 ‘도심-강남권’으로 바뀌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상위 5개 교량 중 무려 4개의 교량이 강남권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강대교의 1일 평균 교통량은 전년인 2013년에 비해 6% 가량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13년 한강대교를 이용한 차량은 1일 평균 10만5111대였다. 이 가운데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은 1년 새 11.3% 가량 감소했다. 지난 2013년 1일 평균 5만8224대가 한강대교를 통해 도심으로 진입했으나 지난해에는 5만1625대에 그쳤다.
과거 도심 및 영등포 일대가 서울의 중심축이었을 당시 조성된 건축물과 주택가 등은 강남권에 비해 상당히 낙후된 상태다. 특히 용산의 경우 구한말 때부터 꾸준히 외국 군대의 주둔지로 활용돼 서울 한복판에 위치했음에도 개발이 미진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고자 2000년대 초반부터 용산일대 개발의 청사진을 그렸다. 대표적으로는 한강대교와 한강철교사이에 위치한 서부이촌동·철도청부지 일대에 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하고, 한강대교가 위로 지나가는 노들섬에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예술시설을 건립하는 것 등이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한강대교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었지만 이 사업들은 모두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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