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늑장 가이드라인 발표에 ‘속 타는’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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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르포<142>]-한남4주택재개발지역

용적률 상향 기다리는 한남4구역, 사업비 늘어 사업성 줄까 전전긍긍

정성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5-09-22 00:03:23

▲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지역은 2015년 1월 조합을 설립했다. 2003년 한남동재개발 구역이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12년만의 일이다. 현재 조합은 11월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맞춰 사업시행인가를 준비중이다. ⓒ스카이데일리

올해 1월 보광동 한남4주택재개발지역(이하 한남4구역)은 재개발 조합이 설립되자 조합원들은 장밋빛 전망을 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방만한 정책으로 애꿎은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한남4구역은 앞서 지난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되고, 2010년 추진위가 설립된 지 5년만에 조합설립을 이뤄냈다. 뉴타운 지정 이후 12년만에 조합설립이라는 성과를 낸 조합원들은 조합설립을 반기는 분위기다.

현재 조합측은 촉진계획변경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목표는 서울시가 고시했던 용적률 214%보다 높은 230%로 변경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에 따르면 서울시가 9월까지 발표하기로 한 ‘소형주택 공급확대를 위한 용적률 상향 촉진계획 변경 가이드라인’을 미루고 있어 변경인가 상황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남4구역 주택 재개발 오덕현 관리이사는 “올 초 조합 설립 당시만 해도 올 9월까지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결국 나오지 않았다”며 “오는 11월에는 가이드라인이 나온다고 해 그것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현재 정비업체, 설계업체를 선정했지만 서울시의 가이드라인 발표 지연으로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구역 용적률과 비교해서 사업계획 가안을 만들고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가안일 뿐이라서 답답한 상태라는 것이다.

▲ 최초 가옥이 지어진지 30년이 넘어가는 한남4구역 재개발 구역은 주민들이 현재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집주인들은 집을 수리하고 싶지만 재개발이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큰돈을 들여 다 고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결국 조합이 설립되고 8개월째 서울시만 쳐다보고 있는 상태였다. 이곳 재개발 구역은 사업계획에 포함 돼야 할 용적률, 고도제한 등 중요사항이 빠져 있기 때문에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 조합 측의 설명이다.

서울시의 늑장대응 속에 사업비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도 조합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로 여론이 분분했다.

인근부동산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은 지역으로 평가받는 한남4구역이지만, 사업기간이 늘어지면서 그 몫이 조합원 각각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현재는 조합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돈이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향후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3월 임시 총회를 열어 사업비를 위한 융자 부분을 정관에 반영했다. 한남4구역은 공공자금 융자지원을 통해 사업비 조달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오덕현 관리이사는 “지난 임시 총회를 통해 서울시가 공공관리를 받는 재개발 정비구역 공공자금 융자 조례와 관련해 조합 정관에 반영되지 못한 부분을 추가했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서울시 공공관리 융자지원 혜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조합원은 “서울시가 어떤 가이드라인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융자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이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있다”며 “서울시가 지원한 것은 결국 조합원들에게 N분의 1로 돌아가는 빚일 뿐이다”고 말했다.

반기 들던 재개발 구역 내 아파트 주민들 찬성으로 돌며 조합설립

한남4구역은 조합설립을 두고 과거에도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바 있다. 4구역 내에 있는 총 226세대 신동아파밀리에 아파트 주민들은 애당초 재개발을 반대해 왔다.

▲ 해당 재개발 구역은 2010년 추진위가 설립되고 올해 1월 조합이 설립됐다. 오래되고 낡은 가옥들이 즐비한 이곳은 마땅한 소방도로 조차 없다. 한 주민에 따르면 불법 주차 때문에 만약 골목 깊숙이 화재나 응급상황이 발생한다면 속수무책인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높았다. ⓒ스카이데일리

재개발 구역에서 이탈하는 토지와 조합원이 많으면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 조합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신동아파밀리에 주민들은 현재 찬성으로 돌아섰고, 이로써 올 초 조합설립이 가능했다.

오덕현 관리이사는 “지난해 민경대 조합장이 재개발 동의를 위해 동분서주했다”며 “조합장의 능력 덕분에 재개발에 반대하던 주민들이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한남4구역의 사업성과 관련해 우리공인중개사무소 김홍복 대표는 “한강 접근성, 한강 조망권 프리미엄이 있는 이곳은 한남 다섯 개 구역 중에서도 사업성이 높은 축에 속한다”며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신분당선 연장축인 보광역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만약 이것이 확정된다면 사업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남4구역은 뉴타운으로 지정되기 전에 토지를 가구원대로 쪼개어 놓은 경우가 드물어 일반 분양이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사업성을 강조했다.

지어진 지 최소 30년 된 주택, 응급 상황시 대책 없어

한남4구역 일대 주택들은 지어진 지 최소 30년이 넘는다. 이곳 지역은 세계의 중심 ‘용산’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할 정도로 낙후됐다. 낙후된 주택을 허물고 새롭게 짓는 재개발 사업 취지에 부합되는 곳이다. 주택이 오래되면서 수도관·보일러 파손 등의 문제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40년 넘게 보광동을 지켜온 한 주민은 “주택 수리에만 연간 2~300만원씩 들어간다”며 “10년 넘게 재개발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껏 수리도 못하는 상태다”고 전했다.

낡은 주택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주택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빽빽이 들어 선 이곳은 응급상황시 이용할 수 있는 소방도로가 없다.

노인정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보광동에는 노인정만도 10개가 넘을 정도로 노인인구 비중이 높다”며 “화재나 응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소방도로가 없어 도움의 손길이 닿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정성문 기자 mooni@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