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재무 상황이 양호하다고 평가받는 지주계열 저축은행이 3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적자 규모만 700억 원에 달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을 쌓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경·공매 매각이 전체 8%로 부진해 PF 리스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적 회복을 위해 PF 매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10일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의 실적을 확인한 결과 이들 계열 저축은행 8곳의 3분기 누적 실적은 총 719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올 2분기(-552억 원)와 비교해 3개월 만에 적자 폭이 167억 원 불어났다. 1년 전(-58억 원) 대비로는 10배 이상 커졌다.
회사별로 실적 차는 컸다. 작년 3분기 누적 손실이 95억 원이었던 IBK저축은행은 올 3분기 437억 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적자 폭이 4배 이상 확대됐다. 우리금융저축은행도 1년 새 적자 규모가 284억 원 적자에서 449억 원 적자로 1.5배 불어났다. 같은 기간 하나저축은행은 33억 원 흑자에서 170억 원 적자로 돌아섰고 한국저축은행은 268억 원 흑자에서 44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KB저축은행은 작년 3분기 226억 원 손실에서 올 3분기 7억 원의 순익을 올리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분기(32억 원) 대비로는 25억 원 줄어들었다. 신한저축은행도 올 3분기 218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1년 전(270억 원) 대비로는 19.8% 감소했다. 지주계열 저축은행 중 NH저축은행(124억 원)·BNK저축은행(32억 원)만이 1년 전 또는 전 분기 대비 성장세를 보였다.
저조한 실적은 부동산 PF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들 8곳의 순고정이하여신은 1조3436억 원으로 1년 전(4213억 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순고정이하여신은 고정이하여신에서 충당금을 뺀 금액으로 이 규모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은 규정상 PF 대출채권에 대해 ‘요주의 10% 고정 30% 회수의문 75% 추정손실 100%’ 수준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아직 분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3분기 들어 PF 부실이 더 악화하면서 충당금을 더 쌓은 것으로 해석된다.
IBK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PF 사업장 평가에서 건전성 이슈가 있어 충당금을 평소보다 더 많이 적립하다 보니 손실이 늘어났다”며 “대손 비용을 늘어난 게 적자 원인이다”고 했다.
나머지 저축은행도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6월 말 79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평균 14.35%로 높아 3분기에도 충당금을 더 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충당금에 따른 실적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업권의 PF 사업장 경·공매 대상 2조1000억 원 중 매각이 완료된 사업장은 1800억 원(8.6%)에 그쳤다. 새마을금고(25.9%)·증권업권(13.5%)보다 저조했다. 저축은행 대다수가 대출 원금 대비 120~130%의 입찰가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저렴하게 팔고 싶지 않고 매수자들은 당국의 압박으로 (사업장)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PF 경·공매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 하락이다. 적자의 근원인 PF 부실 사업장을 빠르게 정리하지 않으면 부실 정도에 따라 충당금을 지속 쌓아야 해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 저축은행 12곳(KB·대신·키움·고려·예가람·다올·애큐온·OSB·페퍼)이 부동산 PF와 관련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는 4000억~1조70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재무 악화에 따른 적기시정조치 우려도 크다. 금융감독원 경영실태평가에서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오른 저축은행은 10곳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더 늘어날 수 있다. 적기시정조치 시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 및 점포 폐쇄 등을 이행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을 불어올 수도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저축은행에서 이탈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6월 말 저축은행 수신 거래자는 594만9933명으로 1년 전(561만2621명)보다 30만 명 이상 빠져나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실 자산을 오래 갖고 있으면 거기에 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해 수익성은 계속 줄어들게 되는데 그러면 예금금리를 높이지 못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높은 수익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어 PF 부실 자산을 우선 매각하는 게 필요하다”며“중장기적으로 예금금리로 영업하는 사업 대신 디지털 및 기업금융 등 다각화한 사업 모델로 재편해 저축은행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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