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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골프 업계는 골프존이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할 정도로 대다수 매장이 골프존 기계를 이용하고 있다. 매장 점주들은 “골프존의 기계 업그레이드 비용, 캐시비용 등 자본금을 회수기 힘든 구조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업계에 따르면 제2의 인생을 꿈꾸며 퇴직금 및 대출금까지 쏟아부었으나 현재 빚만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창업주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심지어 점주들 간에는 “스크린골프 점주 90% 이상이 출구전략만 있으면 악순환을 빠져나가고 싶어한다”는 이야기까지 회자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스크린골프 이용객 절대 다수가 골프존 기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골프존은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부동의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취재 도중 만난 사업주들 역시 모두 골프존 기계를 사용했다.
“자본금 회수 꿈도 못 꿔”…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았는데 ‘제2의 인생’ 어디로
“중산층의 몰락, 그게 눈앞에 현실이 됐죠”
7년 째 스크린골프장을 운영중인 김진곤(59) 대표는 착잡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재떨이에는 그가 핀 담배꽁초가 채워졌다.
김 대표는 “스크린골프장을 차리기 위해서는 최소 4~5억원이 필요하다”며 “매장을 차린 점주 대부분은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업장을 운영하면서 골프존이 만든 악순환에 빠져 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울산, 부산 등 경상도 지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스크린골프장은 2007년쯤 서울에서도 자리를 잡았다. 골프를 즐겼던 김 대표는 평소 눈 여겨 봤던 스크린 골프 사업설명회를 찾아갔다.
지난 2008년 김 대표는 27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기존 자금과 퇴직금·대출금을 더해 스크린골프장을 차렸다. 그가 스크린골프를 창업아이템으로 결정한 이유는 투자비용이 높은 단점은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골프존 측은 사업설명회에서 투자비용, 룸당 회전수, 매출 등 모든 면에서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며 “실제로 시장조사를 했더니 잘 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는 달랐다. 그는 “창업 초기 당시 골프존의 업그레이드 비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초기 자본금을 회수할 수 없는 현재의 수익구 조에서 업그레이드 비용은 그대로 빚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2008년 하반기 스크린골프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2~3년만 운영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그러나 그동안의 수익금은 고스란히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들어갔고, 업그레이드 주기도 길지 않아 결국 빚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본인 매장 주변으로 다른 매장이 들어오면서 수익은 더 악화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대표의 매장 주변으로 6년 간 11개 매장이 늘었다. 김 대표는 “가게 매출이 사업 초기에 비해 반 토막도 안 된다”고 푸념했다.
▲ ⓒ스카이데일리
김 대표는 “7년 째 계속하고 있는 나도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 있다”며 “사업을 접게 되면 초기 시설 투자비용은 다 날리게 되고, 업그레이드된 기기는 무용지물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점주들은 골프존이 프랜차이즈 형태와 다름없이 운영하면서도 법적으로는 프랜차이즈에 해당되지 않아 자신들을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실평수 약 130평에서 6개룸을 운영하고 있은 김 대표는 한 달 평균 매출액은 약 2000만원이다. 초기 투자비용은 기계값, 시설 및 인테리어 비용, 임대 보증금 등으로 약 5억원이 들어갔다.
김 대표가 밝힌 매장 운영비는 ▲임대료(공용면적 약 150평) 500만원 ▲관리비 150만원 ▲인건비(직원4명) 600만원 ▲서비스비 100만원 ▲감가상각비 545만원 등이다. 매출에 따라 변동되는 지출 비용의 경우, 월별 평균 기준 ▲소모품비 150만원 ▲골프존에 내는 캐시비 200만원 등으로 매월 2245만원이었다.
그는 “경쟁이 심화돼 요금이 낮아지며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며 “이대로라면 투자원금의 20%도 못 건지거나 전부 까먹을 것 같아 점주들이 죽을 지경”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은퇴 후 수익 나는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꿈꿨는데, 길거리에 나와 골프존에 대해 항의 시위를 하는 현실이 그저 씁쓸하고 답답할 뿐”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울부짖는 스크린골프 점주들…“탈출구만 있다면 그만두고 싶다”
지난 2011년 10월, 천호동에 골프존 매장을 낸 이창호(가명·54) 대표는 스크린골프 시장의 불황이 심각해지기 직전에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직장을 다니며 투잡으로 ‘스크린 골프’ 매장을 냈고, 3년 뒤 직장을 그만두고 매장 운영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매장을 열기 전까지는 이미 진행 중이던 시설 관련 유통마진 수준이 표출되지 않았고, 그 때까지만 해도 스크린골프장이 과포화 상태는 아니었다”며 “스크린 골프에 대해 기대를 안고 시작했는데, 눈앞에 닥친 현실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2013년 ‘스크린 골프’ 매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2014년 시장상황이 악화되자 점주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됐다. 초기 투자비용이 총 3억8000만원으로 일반 창업 투자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그러나 3개월 뒤 상황은 뒤바뀌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계를 들여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버전인 ‘비전’ 프로그램이 나왔다”며 “다른 매장과 경쟁하려면 업그레이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정 기간을 두고 5개 룸을 업그레이드 했고, 총 1억6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됐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총 5억4000만원을 투자했지만 이것을 모두 팔아도 잘 받아야 2억원일 것”이라며 “계속해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현재는 투자금을 까먹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그동안 영업을 해 왔지만 감가상각비는커녕 임대료·관리비 등을 내고나면 겨우 생활비를 내는 식”이라며 “주변 점주들을 보면 수백만원씩 적자를 보는 점포가 수두룩하다”고 덧붙였다.
▲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선릉역 기준 골프존 기계를 이용하는 ‘스크린 골프’ 매장 현황 [지도=최은숙] ⓒ스카이데일리
2011~2012년도 매월 2500만~3000만원의 매출이 났던 업장에서는 현재 매월 한 개 룸에서 300만원씩, 총 1500만원의 매출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쉬운 창업이라고 여기며 뛰어드려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초기 투자 한 번으로 수익을 기대해도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과포화 상태인 시장구조와 업그레이드 비용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절대 그렇지 않다”며 단호히 말했다.
골프존이 업그레이드를 하면 고객들이 업그레이드 된 점포에 몰리기 때문에 경쟁을 이기려면 업그레이드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점주들의 공통된 볼멘소리였다.
이 대표는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 점주들은 은행 대출을 받게 돼 악순환이 이어지고, 투자금이 너무 크다 보니 쉽게 사업을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비롯해 ‘스크린 골프’ 점주 90% 이상이 출구전략만 있으면 이 악순환을 빠져나가고 싶어 한다”며 “서울시에 있는 스크린 골프장 절반 이상이 매물로 나왔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누가 죽으면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구조다”며 “새로 들어온 사람이 본인이 시한폭탄을 안았다는 걸 알고서 다른 사람에게 폭탄을 넘겨야지만 나갈 수 있는 구조”라고까지 주장했다. 이어 “오래 업장을 운영한 점주들은 이 사실을 아는데,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신규 점주들이 멋모르고 들어와 폭탄을 떠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정부가 ‘스크린 골프’ 시장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골프존을 창조경제의 모범적 사례라고 칭찬하는 모습에 대해 실망스러움을 표했다. 중산층의 몰락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노동 시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는데 돌아온 것은 ‘좌절’
“18시간 일하는데 회사생활 때보다 고작 100만원을 더 버니 말이 안 되죠”
부천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장순왕(43) 대표는 회사를 나와 올해 2월 ‘스크린 골프’ 매장을 차렸다. 그가 한 달 매출에서 고정비용 제하고 가져가는 금액은 500만원이다. 장 대표는 사전에 시장조사하면서도 타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용 요금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장 대표는 회사생활을 할 때 8시간 일하고 월급 4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18시간을 일하고 그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직장 다닐 때보다 100만원 늘어난 500만원이다. 그는 “초기 현금 4억원을 투자했으니 원금을 회수하려면 최소 월 ‘1000만원’ 수익을 내야하는데, 그 절반밖에 안 돼 답답할 노릇이다”고 전했다.
▲ ⓒ스카이데일리
장 대표의 창업 비용은 총 7억5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4억원은 개인 자금에 대출금을 더한 금액이다. 3억원은 할부 기계값으로 매달 1000만원씩 갚고 있다. 현재 한 달 매출은 약 4000만원이지만, 고정비용은 3550만원으로 매출 대부분이 고정비용이다.
장 대표가 밝힌 매월 지출액은 ▲임대료(공급면적 240평, 룸 10개) 700만원 ▲관리비 250만원 ▲인건비(직원3명) 600만원 ▲서비스 200만원 ▲기계값 할부 1000만원 ▲감가상각비는 938만원이다. 매출에 따라 변동되는 지출 비용의 경우, 월별 평균 기준 ▲소모품비 200만원 ▲골프존에 내는 캐시비 550만원으로 합계 약 4438만원이다.
장 대표는 “원금만 회수할 수 있다면 정리하고 싶다”며 “현재 스크린골프장은 과밀화, 가격하락 등으로 경쟁이 치열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골프존사 관계자는 업그레이드 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회사 규정상 대답할 수 없다”고 했으며, 내년도 신제품 출시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했다. 이어 중복 매장 문제에 대해서는 “가맹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법률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으며, 스크린골프 시장 포화 문제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직 포화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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