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이 부촌 아파트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했다. 신흥부촌이라는 표현들을 쓰지만 정작 반포동 주민들은 자신들이 전통의 부촌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1970년대 초반 입주를 시작한 반포주공1단지에는 지금도 강남 부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구반포로 불리는 이곳 주민들은 프라이드가 강해서 재건축에도 크게 찬성하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반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퍼스티지 일대는 신반포로 지칭된다. 실제로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과 신반포역이 해당 지역에 위치했다. 구반포지역이 전통의 부자라면 신반포는 반포 일대에서 신흥부자로 통한다. 고속터미널 이웃에 위치한 반포자이 역시 래미안퍼스티지와 함께 반포지역 신흥부촌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힐스테이트, 리체도 포함되며 신축 아파트 군을 이룬다. 반포지역의 부촌 아파트는 위치에 따라 구반포지역, 신반포지역, 잠원지역으로 나뉜다. 신축 여부에 따라서는 한신·경남 등 재건축이 논의중인 아파트, 아크로리버파크 등 공사중인 아파트, 래미안퍼스티지·반포자이 등 신축된 아파트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반포 아파트는 3.3㎡ 당 한강조망권이 확보된 주공1단지 등은 5000만~6000만원, 래미안퍼스티지·자이 등 안쪽은 4000만원에 육박한다. 특히 한강조망권 확보된 재건축 아파트는 인근 시세의 영향을 받아 분양가격이 4000만원을 넘었다. 밖에서 보기엔 어마어마한 액수지만 이곳 주민들은 별일 없다는 듯한 반응이다. 반포동의 한 주민은 “내가 누운 작은 방이 1억원은 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전통의 부촌으로 통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는 어떤 환경에서 누가 살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지 ‘이슈 포커스’ 시리즈로 집중 취재했다. ![]() |


▲ 서울 서초구 반포동이 한국 최고가 아파트 가격의 바로미터로 주목받고 있다. 약 6~7년전 신축된 아파트는 3.3㎡ 당 3000만원 후반대에 육박하고 재건축중인 아파트는 4000만원을 넘어섰다. 반포동 주민들은 반포는 한번 들어오면 나갈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강북단에서 바라본 반포 아파트 일대.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65세 이상 고령인구 분포는 서초구내에서 반포동이 적은 편이다. 서초구 통계에 따르면 0.6~0.7%대 서초동 및 방배동, 0.9%대 양재동에 비해 반포동은 0.4%대로 고령인구 분포가 적은 수준이다.
반포동은 지금이야 부촌으로 통하지만 50여년전만 해도 이곳은 장마철만 되면 물난리가 나던 곳이다. 일설에는 반포(盤浦)라는 지명은 홍수피해를 입는 상습 침수지역 이었던 데서 유래됐다. 반은 대야라는 뜻으로 마치 대야에 물이 차는 것 같다는 의미로 추정됐다.
60~70대 연령의 반포동 주민들에 따르면 실제로 홍수가 자주 나 피해를 봤다고 한다. 피해가 덜한 현재의 서래마을 지역으로 주민들이 이주를 했다고 노인들은 전했다.
그랬던 반포가 부촌으로 탈바꿈한 것은 1973년의 일이다. 당시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는 한강 이남에 건설된 최초의 대단지아파트였다. 최초의 복층 아파트이기도 한 이곳은 강남아파트의 시작을 알린 곳이다. 이후 1977년 반포 2·3단지 아파트가 착공했지만 최초라는 프리미엄으로 43년이 지난 지금도 1단지 주민들은 부촌의 원조, 강남 아파트의 시작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2단지가 재건축을 해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도 이곳 주민들은 시큰둥하다”며 “아파트 외형은 낡았어도 원조, 부촌이라는 자부심만은 대단하다. 실제로도 부자들이 많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집을 방문해 보면 악기 없는 집이 없고 그림 없는 가정이 없다. 이곳 뿐 아니라 신축된 아파트들도 그렇다”며 “그림·수석 등 고상한 취미를 가진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강조망권이 확보된 이 일대의 매매시세(호가 포함)는 3.3㎡ 당 5000만~6000만원을 호가한다. 특히 반포주공아파트 일대는 6000만원대 호가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부동산의 설명이다.
반포·강남권 안벗어나는 40대 강남키드…자식들도 반포에서 자라
반포동에서 40년 넘게 산 김성국(가명·44)씨는 이곳에서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모두 마쳤다. 명문대를 졸업한 그는 이십대 후반 결혼 당시 신혼집을 이곳에 얻었다. 회사는 테헤란로에 위치한 모 기업이다.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부모님 집을 비롯해 자신의 집 그리고 동생네 집까지 세 집이 모두 반포동에 있다고 전했다.
1990년 초반 20대를 보낸 김씨는 “당시 우릴 보고 오렌지족으로 불렀는데 그보다 우리는 강남키드로 불리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며 “생활권이 강남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생긴 이름인데 다른 지역 지인들이 이 이름을 두고 약간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 래미안퍼스티지는 반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해 2009년 신축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파트에는 반포의 신흥부자들이 대거 살고 있다. 실거주하는 주민들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 ⓒ스카이데일리
이어 그는 “같은 강남이어도 강남구와 서초구는 분위기가 다르고 송파구는 더더욱 다르다”며 “구분하자면 서초일대는 반듯한 느낌, 강남은 노는 느낌이 좀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현재 약 17억원 시세의 래미안퍼스티지의 30평형대에 아내,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 하나와 함께 살고 있다. 자식들은 모두 인근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자식들 역시 별일 없는 한 반포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칠 것이라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반포의 매력으로 교통을 꼽았다. 직장이 위치한 강남역 인근까지 출퇴근은 두말할 나위 없고 지방 출장이나 여행이 다른 곳에 비해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 조금만 이동하면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고 무엇보다 바로 옆에 위치한 고속버스터미널은 전국 어디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교통의 메카다.
김씨는 차를 이용한 지방출장이 쉽지 않을 때 고속버스터미널을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들은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오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이곳 사람들은 마치 집 앞의 주차장을 이용하듯 고속버스터미널을 이용한다”며 “같은 서울에 살아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훨씬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가 그 다음으로 꼽은 것은 아이들 교육이었다. 이 지역에는 명문학교들이 많고 그가 나온 모교들 역시 명문학교로 통한다. 그의 자식들은 그의 후배이기도 하다.
학원 보내기도 전보다 낫다고 전했다. 재건축 바람이 불기 이전 이 일대 학부모들은 자식들을 멀리 대치동 학원까지 보냈지만 아파트가 신축되고 나서는 상가내 학원이나 삼호가든앞삼거리 학원으로도 보낸다고 한다.

▲ 반포동 주민들은 래미안퍼스티지 인근의 센트럴시티에서 놀이·외식·쇼핑을 해결했다. 특히 고급식당가가 몰린 파미에스테이션(사진)에는 맛집으로 서울에서 유명한 가게들이 많아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금융관련 일을 보기에도 편리하다고 김씨는 전했다. 아파트 상가에 웬만한 국내 은행은 모두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는 적금 만료일이 되면 이곳에 들러 은행을 한번 순례한다고 한다. 금융상품을 은행별, 금리별로 요모조모 비교해 보고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아이를 키우는 김씨 부부에게는 병원 다니기에도 반포동은 수월한 곳이다. 3차 진료 병원인 가톨릭성모병원이 바로 인근에 있다. 더 자주 이용하는 1차 병원이 입점한 메디컬 빌딩이 가까운 곳에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고 한다.
김씨는 “내가 어릴 적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돌아다녔다. 지금은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며 “아이들과 서리풀 공원, 흔히 정보사 산으로 부르는 곳으로 산책을 나가곤 한다”며 흐믓해 했다.
또 그는 “반포종합체육공원이 생기고 나서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 테니스로 체력을 다진다”고 덧붙였다.
반포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함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요즘 반포 집값이 전국 최고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우리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다”며 “집을 팔 일이 없어 올라도 그만 떨어져도 그만이다. 다른 곳으로 이주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토박이 많고 보수성향 강해…의사·대기업 임원·연예인 선호
반포동의 부동산이 중개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반포는 한 번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 곳이라는 것이다. 또 반포에는 서울 토박이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이십대 후반의 이연희씨(가명·28)는 반포자이에 살고 있는 토박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모두 서울에서 태어난 토박이다. 외가까지 치면 3대 이상이 서울에서 살아온 가족이 이씨네 집안이다.
이씨 가족은 원래 서래마을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다 반포자이가 들어서면서 이사했다. 이씨에게 반포는 멀리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복합생활공간이었다. 실제로 센트럴시티에는 백화점, 영화관, 서점, 식당가들이 모두 몰려 있다. 뿐만 아니라 시티와 연결되는 반포지하상가에도 보세 의류점, 식당가들이 대거 입점해 있다.

▲ 반포자이는 2009년 입주 당시 연예인 자이로 불릴 정도였다. 당시 소지섭, 송승헌, 한혜진, 윤다훈 등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교통이 편리하고 어느 동이나 연결되는 지하주차장이 있어 사생활보호가 유리해 이곳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내에는 지하철 사평역이 연결돼 있다. ⓒ스카이데일리
반포자이는 분양 당시부터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몰려 당시 ‘연예인 자이’라고 불렸다. 자이는 서울을 벗어나는 고속도로 입구와 가까운 만큼 지방 출장이 잦은 그들로서는 교통 편리성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아파트 지하로만 다닐 수 있고 주차장은 아파트 전 동으로 연결돼있다. 이러한 환경은 노출을 꺼리는 유명 연예인들에게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래미안퍼스티지도 주차환경은 비슷하다.
이씨는 어릴 적부터 센트럴시티에서 자주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도 이곳이고 학교에서 집을 오가는 통학로도 이곳이여서 이씨와 그의 친구들에게 시티와 상가 일대는 중요한 생활공간이다.
이씨는 “마음먹고 놀러나가자면 가로수길, 강남역 등 강남 일대에 놀만한 곳이 많다. 하지만 굳이 멀리 안나가도 이곳에도 충분히 즐길만한 곳은 얼마든지 있다. 센트럴시티, 서래마을도 그런 곳이다”고 전했다.
이씨의 부친 이정석(가명·59)씨는 안산공단에 공장을 둔 중소기업 대표다. 그에게 이곳은 아이들 키우기 좋은 곳이었다. 무엇보다 학군이 좋다는 것이다. 반포일대에는 서울고, 세화고, 상문고, 서초고, 반포고 등 명문고들이 있다.
그는 “반포 일대 고등학교들은 명문대 진학률이 우수하다. 워낙 수준이 높다보니 ‘일년에 서울대 100명 못 보내면 학교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이곳이 여당의 성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학군·교통·상권 뭐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보니 보수적인 성향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딸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했을 정도다. ‘이곳에서는 돌멩이에 여당 이름만 써도 당선된다’고 했다”며 “우리 딸도 보수적인 성향이 있어 여당을 찍는다”고 전했다.

▲ 반포지하상가는 서쪽의 래미안퍼스티지와 동쪽의 반포자이를 연결하면서 중간에 센트럴시티와 고속터미널을 통과한다. 한번에 연결되는 장점과 디자인 우수한 의류상품이 있어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생활공간이다. ⓒ스카이데일리
이들 가족은 신반포역 인근의 교회에 다닌다. 반포 지역에는 천주교반포교회, 신반포교회, 남서울교회, 반포산성교회가 있고 신도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에는 불교 사찰은 없어 불교신도들은 개포동의 능인선원, 강남구 삼성동의 봉은사 등에 다닌다고 한다.
반포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반포동의 특색을 ‘반듯한 부유함’으로 표현했다. 그는 “부자들이 많은 이곳에는 졸부보다는 오래된 부자, 중산층 이상의 부유층이 많다”며 “이들은 예의 바르고 이웃과 분쟁도 덜한 편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유학을 다녀왔거나 해외 이주를 준비하는 이들도 많다”며 “성형외과 의사, 대기업 임원, 정치인, 연예인들이 대거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포에는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정도현 LG전자 사장 등이 거주하고 반포자이 입주 초기에 소지섭, 송승헌, 한혜진, 윤다훈 등이 연예인들이 입주해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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