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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우리나라 숙취해소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형태의 숙취해소제가 등장하며 숙취해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과거 음료류 일색이었던 숙취해소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발맞춰 기존 음료류 외에 젤리, 아이스크림 등 이색적인 숙취해소제가 하나 둘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92년 출시 이후 24년 동안이나 숙취해소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 온 CJ헬스케어 ‘컨디션’의 입지가 점차 좁아져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이야 특정 몇몇 제품들이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 재편이 빠르게 진행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스크림, 젤리, 커피 등 다양해진 숙취해소…‘음주대국’ 걸맞는 이색 아이템들 눈길
유통업계 및 숙취해소 관련 업체,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숙취해소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5년 6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2014년에는 1966억원까지 성장했다. 불과 10년 새 3배 넘게 커진 셈이다.
관련 제품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약 10년 동안 총 359건의 숙취해소제 관련 특허가 출원됐다. 특히 숙취해소제 관련 특허건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상승하는 모습이다. 과거 연 30여건에 달했던 특허 출원 건수는 2012년에 40건, 2013년 43건, 2014년 44건 등을 각각 기록했다.
숙취해소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제약사는 물론 일반 식음료 전문회사들도 숙취해소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들은 기존 음료류 일색이었던 숙취해소 시장에 젤리, 아이스크림 등의 이색 제품을 앞세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 유통시장의 양대산맥인 신세계그룹은 자체 편의점 브랜드 위드미를 통해 업계 최초로 숙취해소 아이스크림 ‘견뎌바’를 출시했다. ‘숙취를 참으라’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한 유머러스한 제품명을 가진 위드미의 숙취해소 아이스크림은 출시와 동시에 국내는 물론 해외 외신들의 관심도 이끌어 냈다.
▲ 위드미가 개발한 숙취해소 아이스크림 견뎌바는 헛개나무 열매 농축액이 0.7% 함유돼 있기 때문에 숙취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위드미는 자몽 맛으로 해당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미국 경제뉴스 전문 방송 CNBC는 지난 23일 “한국이 세계 최초로 숙취해소용 아이스크림을 개발했다”고 보도하며 “주류 시장이 매우 큰 한국에서 크게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국내 중견 제약사 한독(구·한독약품)은 젤리 형태의 숙취해소제를 출시해 대중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독이 출시한 숙취해소 젤리 ‘레디큐-츄’는 망고맛과 쫄깃함 식감을 더해 이전에 출시된 쓰고 먹기 불편한 숙취해소제와 차별성을 둔 제품이다.
한독에 따르면 ‘레디큐-츄’는 특히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신(新)한류 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동의 한 드럭스토어에서는 지난 3월 이 제품의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444% 증가했다.
이 밖에도 중소 식품업체 제이앤푸드는 ‘해장커피’라는 새로운 개념의 숙취해소제를 앞세워 국내 숙취해소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통의 강자 CJ헬스케어 컨디션, 강력한 후발주자 등장에 굳건한 입지 ‘흔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숙취해소 시장은 3개의 제품이 선점하고 있다. 그 중 1위는 제품명 자체가 숙취해소음료의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CJ헬스케어의 ‘컨디션’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시장점유율 43%를 차지했다. 그래미의 여명(34%), 동야제약 모닝케어(13%) 등은 그 뒤를 이었다.
시장점유율 1위인 컨디션은 CJ헬스케어가 지난 1992년 발매한 제품이다. 컨디션은 생소하기만 했던 우리나라 숙취해소제 시장을 직접 개척하고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 출시된 지 약 5년여 후인 1997년, 컨디션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90%에 육박했다.
▲ 자료: 유통업계 및 시장조사기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그러나 컨디션은 숙취해소 시장의 성장과 후발주자들의 약진으로 점차 그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컨디션의 시장점유율은 점점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닐슨코리아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1997년 약 90%에 육박했던 컨디션의 시장 점유율은 △2002년 85% △2006년 57% △2010년 49% △2014년 46%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역시 전년 대비 약 1%p 감소한 43%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냈다.
반면 컨디션 보다 약 6년 가량 뒤늦게 출시된 여명808은 지속적인 광고와 이벤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덕분에 시장 점유율도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06년 23%에 불과했던 여명808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4%까지 증가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컨디션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여명808과 모닝케어의 점유율이 늘며 업계 1위와 2·3위의 간극이 좁아지고 있다”며 “최근 다양한 숙취해소 제품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컨디션의 점유율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효과 비슷한데 비싼 음료 먹을 필요 없어”
CJ헬스케어는 지난 2012년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을 기존 제품보다 30% 강화한 리뉴얼 제품 ‘헛개 컨디션’을 출시했다. 이어 여성을 위한 숙취해소 음료 ‘컨디션 레이디’를 발매하며 타깃을 세분화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 강력한 후발주자들이 숙취해소 시장에 속속 진입하며 컨디션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상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헛개 컨디션이 리뉴얼되며 가격이 500원 오른 4500원에 판매되기 시작했고, 새롭게 선보인 컨디션 레이디 또한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숙취해소제 선도업체인 CJ헬스케어가 현 시장 상황에 안주하고 있다”는 평가가 무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CU 시청광장점 고객 임기현(26) 씨는 “ 숙취해소와 관련된 이색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돼 선택권이 많아졌다. 몇 년 째 큰 변화가 없는 컨디션 보다 쓴 맛이 덜하고 더 맛있는 숙취해소 음료를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드미 마포동교점에서 만난 김희진(21) 씨는 “4000~5000원씩 하는 숙취해소 음료는 술을 자주 마시는 대학생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된다”며 “그래서 술 마신 후 값 싼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편인데, 이번에 위드미에서 출시한 견뎌바는 12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숙취해소 기능도 있다고 해 관심이 간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GS25 강남메트로점을 방문한 회사원 이창석(37) 씨는 “어제 과음해 숙취해소제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숙취해소 음료 제품은 다양하지만 효능에 큰 차이가 없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닝케어를 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현재 헛개 컨디션은 5번의 리뉴얼을 걸쳐 출시됐다. 컨디션은 20여 년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켜 왔으며, 지금껏 수많은 숙취해소제 신제품이 등장했으나 살아남은 제품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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