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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 팀장(산업부, 편집이사)
최근 스마트폰 영상통화로 음란 행위를 유도한 후 이를 영상으로 남겨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일명 ‘몸캠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성적 욕구를 교묘히 자극해 변태 행위를 유도하는 행위를 보면 단순 정황만으로 봐도 참으로 황당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기에 당하는 바보가 있을까 하고 의구심을 품을 만도 하지만 분명 당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많다. 그래서 그 자체가 황당한 사회문제다.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기가 차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는다.
수사당국이 발표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한 남성은 올해 1월 스마트폰 화상채팅 앱에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상대방으로부터 파일 하나를 받았다. 자신을 소개하는 사진과 영상이 들어있는 파일인 듯했지만 이는 단순 파일이 아니었다.
파일에는 상대방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 문자메시지, GPS위치정보 등을 몰래 빼내 전송하는 악성 코드가 심어져 있었다. 이 남성이 파일을 보낸 여성과 화상채팅에 열중하는 사이 스마트폰 정보는 고스란히 빠져 나갔다.
본격적인 사건은 이때부터 벌어졌다. 상대방 여성은 그 남성에게 음란영상을 보여주며 자위행위를 요구했다. 성적욕구를 참지 못한 남성은 요구를 수락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성의 자위행위 영상은 고스란히 녹화되고 있었다. 심지어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인물은 남성이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
남성의 자위행위 영상을 확보한 일당들은 본모습을 드러냈다. 남성에게 메시지를 보내 “자위행위 영상을 가족이나 지인 등 아는 사람들에게 퍼트리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했다. 해킹으로 빼 낸 전화번호와 자위행위 영상까지 보내 협박의 수위를 높였다. 결국 남성은 일당이 알려준 차명계좌로 돈을 보내야만 했다.
수사기관의 계좌조회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 사이 해당 남성 외에도 똑같은 수법으로 당한 피해자가 247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 남성들은 똑같은 방법으로 협박을 당해 40만원에서 500만원씩, 총 5억670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될 사안은 사건의 특성상 드러난 피해자 보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욱 많다는 사실이다. 경찰 역시 피해 사례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핸드폰 음란 영상을 보고 자위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수치심을 느끼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몸캠 피싱’ 사건은 그 성격이나 수법, 피해자들이 느끼는 고통 등이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폭행이나 성추행 사건 등과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많다. 이성을 유혹해 꼬드긴 후 성적학대를 가해 수치심 느끼게 한다는 사실이 그렇다.
남자들의 신체적 특성을 파악하고 흥분을 유발해 자위행위를 하게 만든 것은 분명 ‘성적학대’다. 수치심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성폭행 그 이상이라고 봐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이런 사실은 배제한 채 금전적 피해에만 초점이 맞춰줘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 경찰 역시 금전적 피해 사실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사건을 ‘몸캠 피싱’ 사건이라고 부르는 사실 차체가 이를 방증한다. 한 때 유행처럼 난무했던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과 비슷한 부류의 사건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소위 ‘몸캠 피싱’으로 불리는 사건은 성폭행 사건에 준할 정도로 사안이 무겁다. 경찰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해야 하는 이유다. 단순 사기사건 정도로 치부할 게 아니라 성폭행과 같은 강력 범죄로 다뤄야 한다. 지금까지 없던 개념인 남성이 피해자가 된 성폭행 사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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