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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승마장은 현재 전국 도심 곳곳에 80여개가 넘는다. 회원은 20~50대 여성이 90%를 차지한다. 승마는 몸 자세교정과 골반강화 등의 운동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카이데일리
‘귀족스포츠’로 알려진 승마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농업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승마 체험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지난해 기준으로 83만여명에 달했다. 1년 간 6만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승마를 한번 체험하려면 4만~15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경제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시도하기 힘든 스포츠에 속한다. 더구나 승마장은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도 떨어진다.
최근 생겨나고 있는 ‘스크린 승마장’은 이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준다. 무엇보다 소요 비용이 실제 승마의 10분의 1 수준이다. 스크린 승마장은 이미 전국의 도심 곳곳에 퍼져 모두 8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 속 승마장, 좀처럼 그림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어렸을 적 트럭에서 목제 인형의 말등에 올라 타 빙글빙글 돌았던 기억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스크린 승마장을 찾아가 보았다.
20~50대 여성이 회원의 90% 차지…“40분 타면 2시간 조깅 효과”
오전에 찾아간 스크린 승마장은 일산 주엽역 4번 출구에서 3분 거리에 위치했다. 건물 1층에 있는 스크린 승마장 입구로 들어서자 안장에서 튕겨 나갈듯 들썩거리며 말을 격렬하게 타고 있는 20대 여성 4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석현우 스크린 승마장 팀장은 “20~50대 여성이 회원의 90%를 차지한다”며 “주로 운동 효과를 보기위해 오는 손님들이 많다. 하루에 40분간 스크린 승마를 하면 2시간 조깅한 효과를 볼 수 있어 다이어트에 제격이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승마는 자세교정 및 골반강화, 유산소운동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마장에서 만난 김연경(24)씨는 “오늘 처음 왔는데 승마가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지 미처 몰랐다”며 “게임하듯 운동을 하니 지루하지도 않았다”며 만족감을 내비췄다.
스크린 승마장 이용 요금은 20분에 7000원, 30분에 1만원이다. 쿠폰을 대량 구매하면 3~5%가량 할인받을 수 있다. 주3회 2개월은 20만원, 3개월 무제한 이용은 48만원이다. 편백나무 반신욕과 미용·피로회복 등에 좋은 산소 테라피를 이용할 수 있어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110평 남짓한 스크린 승마장에는 대형 스크린 앞에 승마로봇 13대가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승마로봇은 실제 말의 높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작은 정도로 보였다. 기자는 한적한 키즈용 승마장에 들어갔다. 가족단위 손님을 배려한 듯 큰 승마로봇 한 대와 작은 승마로봇 두 대가 있었다.
보조계단으로 올라가 큰 말에 올라탄 다음, 양쪽 등자(鐙子)에 발을 걸고 안장에 앉았다. 강사의 지시대로 허리는 꼿꼿이 핀 채 허벅지와 종아리는 안장을 쪼이듯 꽉 붙였다. 이어 팔을 펴고 고삐를 움켜쥐니 실제 말에 탄 듯한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몰려왔다.
사용 방법은 간단했다. 말의 갈기 왼쪽 빨간색 버튼은 정지 때, 오른쪽 검정색 버튼은 출발 때 이용한다. 검정색 출발 버튼을 연속해서 누르거나 박차를 가하듯 배쪽 버튼을 오른쪽 발로 차면 속도가 빨라졌다. 속도를 줄이고 싶으면 고삐를 뒤로 당기면 된다.
검정색 버튼을 누르자 말이 앞뒤로 움직이면서 대형스크린 속 가상의 아바타가 서서히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눈앞의 스크린에는 실제 제주도 승마장 주변 풍광이라는 노란 갈대 길이 펼쳐졌다. 이외에도 창경궁과 안동 하회마을, 꽂지 해수욕장 등의 원하는 명소를 골라 승마를 즐길 수 있다.
말이 움직일 때마다 부드러운 기승감이 느껴졌다. 신 팀장은 “승마 선수들이 와서 직접 타보고 나서 실제 승마와 싱크로율이 70~80% 정도나 된다며 놀란다”고 전했다.
스릴 넘치는 시속 60km 레이싱모…허벅지 힘주며 버티자 등에 땀 '흥건'
▲ 레이싱 모드를 선택하면 전국의 스크린 승마장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다른 사용자와 실시간 경주가 가능하다. 게임이 끝난 후에는 자신의 랭킹과 점수를 볼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
외승 모드로 10분을 타고나니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순간 처음 승마장을 들어올 때 격렬하게 말을 타던 여성들이 떠올랐다. 강사에게 물어보니 “레이싱모드로 놓고 달린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레이싱모드에선 인터넷 네트워크망을 통해 연결된 상대방과 실시간 경주를 할 수 있다. 외승모드보다 속도가 훨씬 빨랐다.
기자는 동네 선후배와 함께 왔다는 배진희(52)씨의 일행과 레이싱 경주를 시작했다. 대형스크린에서 레이싱모드를 선택하니 이윽고 기자의 아바타 외에 4명의 기수들이 출발선에 나란히 섰다. 카운트가 끝나자 말들은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외승모드와는 차원이 달랐다.
말의 속도가 60km에 육박하자 승마로봇은 빠르고 거칠게 움직였다. 엉덩이가 위아래로 들썩였고 몸이 앞뒤로 쏠릴 듯 말듯 비틀거렸다. 몸을 지탱하기 위해 허벅지에 더욱 힘을 주었고, 등자가 안장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버티느라 등은 이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스크린 승마의 장점 중 하나는 이렇게 속도를 내도 낙마할 위험이 없다는 점이다. 노원에서 온 김혜연(48)씨는 “실제 말은 살아 있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몰라 타기가 무서웠다”며 “그런데 스크린 승마에서는 낙마 위험도 없고 실제 승마처럼 스릴을 느낄 수 있어 재미있다”라며 탑승 소감을 밝혔다.
기수들과 엎치락뒤치락 한지 10분이 지나자 경주가 끝이 났다. 말에서 내려오자 안쪽 허벅지는 묵직했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는 스쿼트를 연속으로 200회 한 정도의 무게감이랄까. 30대 초반 남자인 기자가 느끼기에도 운동량이 상당했다.
스크린 승마장에는 말을 탄 채 총으로 동물을 맞추는 사냥 모드, 코인을 획득하며 이동하는 라이딩 모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회원들이 일정 점수를 획득하면 경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스크린 승마는 기자 같은 입문자도 1~2분 정도만 교육 받으면 남녀노소 탈수 있는 스포츠였다. 30분이란 시간을 ‘짧고 굵게’ 활용하면 운동 효과와 재미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취재를 마치고 한숨을 돌린 순간에도 도심 속 이색 운동을 즐기러 온 가족 혹은 연인들이 스크린 승마장 안으로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4년 전에 출범 호응 속 3개 회사 경쟁 중… 지난달 중국 진출 기업도
4년 전인 2012년 사업화에 들어간 스크린 승마는 현재 3개 업체가 시장을 키워가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일산 주엽역 부근의 스크린 승마장은 한 운동기기 개발 업체가 탑홀스라는 이름으로 론칭한 브랜드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상인 국민생활건강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국에 31개 스크린 승마장을 운영 중이며 지난달에는 중국 심양의 퍼시픽 호텔에도 스크린 승마장을 오픈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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