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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 본사건물 앞 잔디밭에는 가로 4m, 세로 3m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꼬불꼬불한 라면을 형상화 한 이 조형물은 농심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해 11월 세워졌다. 조형물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뒤이어 국내 주식부호 2위에 오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신춘호 농심 회장을 향한 존경심에서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서 회장의 장인이다. 지난 1990년 서 회장은 신 회장의 막내딸 신윤경 씨와 결혼했다. 이들 부부는 슬하에 두 딸(서민정·호정)을 뒀다. 두 딸의 경우 친가는 아모레퍼시픽, 외가는 농심을 비롯한 범롯데 가문의 일원인 셈이다. 특히 서민정 씨의 경우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1991년생으로 만 25세의 서 씨는 아모레퍼시픽이 10대들을 겨냥한 브랜드 ‘에뛰드하우스’를 론칭할 당시 10대 청소년(teen-ager)의 시각으로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녀가 서 회장의 뒤를 이어 아모레퍼시픽그룹 3세경영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도 했다. 미국 코넬대학교·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녀는 ‘베일앤컴퍼니’라는 현지 컨설팅 회사에서 현재 근무 중이다. 서 회장과 아모레퍼시픽 측은 후계와 관련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는 모습이지만 아모레퍼시픽 안팎에서는 그녀를 둘러싼 여러 정황들이 그녀가 ‘포스트 서경배’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스카이데일리가 아모레퍼시픽의 대주주 서민정 씨를 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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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사진·본사)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가 그룹 지주사 2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이니스프리·에뛰드 등 주요 사업계열사 대주주인 그녀가 지주사 대주주로도 등극하면서 그룹후계와 관련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안팎에서는 서 씨를 유력한 차기 총수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25·여) 씨가 그룹 2대주주로 부상하면서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딸만 둘인 서 회장의 바통을 이을 유력한 그룹 후계자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서 씨가 보유 중인 아모레퍼시픽그룹 2우선주 241만2710주가 보통주로 전환됐다. 서 씨는 보통주를 확보하게 됨에 따라 의결권을 갖게 된 것이다. 이로써 서 씨는 그룹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발행주식 2.93%를 확보하게 됐고 서 회장(53.9%)에 이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우선주 존속 기간이 만료돼 보통주로 전환된 것으로 전해진 서 씨의 제2우선주는 지난 2006년 12월 그녀가 중학교 재학 당시 부친인 서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이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행됐던 2우선주 중 94% 가량이 서 씨 몫으로 배정됐고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셈이다.
서경배 황제지배 시선 속 ‘서민정 계열사’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 등 주목
지주사 체제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배구조는 단순하다.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배력확보가 곧 그룹 전체의 영향력을 좌우한다. 서경배 회장은 지주사 지분 53.9%를 확보해 부동의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태다. 2대주주 서민정 씨의 지분율이 2.93%에 불과할 정도다.
사업회사들 중 핵심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에도 서 회장의 강력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지주사가 35.4%보유한 이곳의 2대주주이자 개인최대주주는 서 회장이다. 서 회장은 10.72%의 개인지분을 보유했으며 장녀 서민정 씨는 0.01%의 지분율만을 보이고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6년 12월 22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 밖의 계열사들은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직접 출자를 통해 이뤄졌다. 국내 계열사들 중 에스트라, 퍼시픽글라스, 코스비전 등 다수의 계열사들은 지주사의 100% 출자를 통해 설립됐다. 농사법인 오설록농장의 경우도 98.38%가, 퍼시픽패키지는 99.58%가 지주사보유분이다.
아모레퍼시픽 출자계통도를 보면 상대적으로 지분이 낮은 계열사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니스프리(81.82%), 에뛰드(80.48%), 에스쁘아(80.48%) 등이다. 이들 계열사의 나머지 지분은 모두 서민정 씨가 보유하고 있다. 이른바 ‘서민정 계열사’다.
서민정계열사들 중 지난해 서 씨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출자해 설립한 에스쁘아를 제외하면 모두 서경배 회장이 개인지분을 갖고 있던 곳이다. 서민정 씨는 지난 2012년 서 회장으로부터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지분을 증여받았다.
이들 두 곳은 아모레퍼시픽그룹 내에서도 높은 매출비중을 자랑하는 곳이다. 지주사 산하 10개 계열사들 중 주력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매출 2·3위를 유지하는 곳이다. 특히 이니스프리의 경우 증여가 이뤄진 이듬해부터 비약적인 성장이 돋보였다.
지난 2009년 설립돼 2010년 1월 1일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사업부문을 양수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첫 해 82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규모는 지난해 5921억원으로 7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서 씨가 증여받은 즈음부터 매년 천억 단위 숫자가 달라질 만큼 급격한 성장세였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서 씨가 증여받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이곳은 각각 49억원, 61억원, 98억원, 147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총 355억원 중 18.18%인 약 65억원은 서 씨에게 돌아간 셈이다. 에뛰드 역시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를 제외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총 150여억원을 배당했다. 서 씨의 예상 수령액은 약 30억원이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향후 서민정 계열사들의 추이를 지켜 볼 필요가 있다”며 “승계 과정에서 증여세 등의 명목으로 필요한 현금마련의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서 씨가 실제 서 회장의 뒤를 이어 차기 총수감이라면 그룹 차원에서도 이들 계열사의 성장을 견인하려 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경배·아모레 “후계계획 아직 無”…“부친 잃어 서둘러 승계 밑그림 시작했을 것”
서경배 회장은 지난해 그룹 70주년 기자간담회서 “승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 역시 50대 초반이고 갈 길이 멀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룹 측 역시 서 씨의 승계와 관련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줄곧 내비쳐왔다.
하지만 서 씨의 행보는 여느 후계자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흔히 재벌가 규수들이 패션·디자인 등을 전공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미국 코넬대학교·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지난해 7월 ‘베일앤컴퍼니’에 입사했다.
코넬대학교 경영대학원의 경우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서경배 회장이 MBA코스를 밟은 곳이며 베일앤컴퍼니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녀, 최태원 SK그룹 장녀 등이 입사했던 곳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자연히 아모레퍼시픽 안팎에서는 이 같은 행보와 그 간의 증여행렬 등을 이유로 그녀가 학창시절 때부터 서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 받은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서 회장이 차녀(서호정)에는 별도의 증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 같은 분위기에 무게를 실어주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춘호 농심 회장은 서경배 회장 자제들을 비롯해 손자 손녀들에게 농심홀딩스 주식을 증여한 바 있다”며 “당시 서민정·호정 자매는 같은 양을 증여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서경배 회장의 증여 분은 사실상 장녀에게 몰아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이는 일찍부터 장녀를 후계자로 낙점했음을 의미하며 특히 그가 30대 이른 나이에 부친을 잃었던 경험이 서둘러 후계 밑그림을 그리게 된 바탕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서경배 회장의 조모이자 故 서성환 의 모친인 故 윤독정 여사의 창성상점이 모태가 아니겠느냐”면서 “또한 여성 임직원이 다수 포진해 있는 그룹문화 특성상 여성 후계자에 대한 거부감 역시 적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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