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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 김진강·배태용·여이레 기자]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촉발된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보름이 채 안된 7월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한국에 유엔군 파병을 결정했다. 미국을 주축으로 영국, 프랑스,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그리스 왕국, 에티오피아 제국,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터키, 남아프리카연방 등 16개국 군대로 유엔군이 편성됐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의 수는 총 170만명에 달한다. 그 중 미국의 파병 규모가 48만명으로 가장 컸다.
한국에 파병된 세계 각국의 군인들은 이국의 낯선 땅에서 목숨 바쳐 싸웠다. 희생자도 상당수 발생했다. 유엔군 추산 한국전쟁 참전 유엔군 실종자 수는 1만여 명에 이른다. 살아 본국에 돌아간 유엔군 중 일부는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에 시달리며 가족 해체를 겪기도 했다.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여해 엄청난 희생을 겪었음에도 파병 군인들 중 상당수는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참전한 사실 자체가 잊혀 지기도 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치적 견해차로 인해 한국전쟁을 두고 종종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 불리기도 한다.
피난민 10만 여명 생명 구한 흥남철수작전의 주역 ‘에드워드 포니 대령’
‘흥남철수작전’은 국제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가 구출된 작전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작전이다. 당시 미군이 구출한 피난민 수는 10만 여명이 넘는다. 미국 해병대 소속으로 참전해 흥남철수를 진두지휘했던 에드워드 포니(Edward H. Forney) 대령은 군수물자를 바다에 버리면서 까지 피난민들을 한국으로 수송한 인물이다. 명령불복종으로 군 재판에 회부되거나 혹여 배가 침몰하기라도 하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했지만 그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한국사랑은 한국전쟁 참전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그는 1957년 한국으로 파병을 자처해 한국 해병대의 기틀을 다지는데 일조했다. 한국 해병은 에드워드 포니 대령을 기념해 2010년 해병 1사단 영내 주 도로의 명칭을 ‘포니로’(Forney路)로 명명했다.
한국인들에게 에드워드 포니 대령은 영웅 중의 영웅이지만 안타깝게도 가족들에게는 ‘잊혀진 영웅’으로 평가되고 있다.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손자 네드 포니(Ned Forney·55)는 “아버지(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아들)도 할아버지처럼 해병으로 복무했지만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할아버지는 2차 세계 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파시즘과 공산주의에 대항해 싸우며 수많은 인명을 구했지만 잦은 파병으로 가족과는 사이가 소원했다”며 “항상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그는 가족에게 ‘잊혀진 영웅’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네드 포니가 할아버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시기는 1998년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전우 현봉학 박사(흥남철수 당시 해병대 문관 재직·2007년 작고)를 만나게 되면서부터였다. 네드 포니는 “현봉학 박사는 20년 동안 할아버지의 가족 ‘포니가(家)’를 찾아 헤맸다”며 “현봉학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나에게 ‘할아버지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했지만 그 때 당시만 해도 별로 아는 게 없어 설명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할아버지는 1965년 1월27일 55세의 나이로 작고했는데 그 때 내 나이가 두 살에 불과했으니 당연히 알 턱이 없었다”며 “그러자 현봉학 박사는 ‘당신의 할아버지에 대해 얘기해주겠다’며 여러 가지 일화를 이야기 해주었다”고 설명했다.
네드 포니는 현봉학 박사를 통해 34년 만에 할아버지 에드워드 포니 대령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 여러 가지 일화를 듣고 난 네드 포니는 새삼 뿌듯하면서도 벅찬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미국 국적의 한국전쟁 영웅…잠시 잊혀졌으나 후손에 의해 활약상 재조명
흥남철수작전에서 활약한 에드워드 포니로부터 시작된 포니 가문과 한국의 특별한 인연은 자손을 통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네드 포니와 그의 아내 조디 베이트먼(Jodi Bateman·51)은 한국에서 4년째 체류하며 책을 집필하고 있다. 한국어와 영어로 출판될 이 책을 통해 네드 포니는 한국전쟁과 할아버지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공적 그리고 한·미 양국간의 우호관계를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에드워드 포니의 증손자 역시 한국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네드 포니로부터 증조할아버지의 업적을 알게 된 증손자 벤자민 포니(Benjamin E Forney·32)는 한국에 큰 관심을 가지고 풀브라이트 장학금(미국의 학자, 교육자, 대학원생, 연구원, 각종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국제 교환 프로그램 및 장학금 제도)을 신청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시 장학금 위원회의 위원 중 한 명이 흥남철수 때 구출된 피난민의 후손이었다. 해당 위원은 “당신의 증조할아버지가 나의 부모님을, 그리고 나를 구했다”고 말하며 감사를 표했다. 이후 장학금 혜택을 받게 됐고 한국에서 9년간 생활하며 연세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게 됐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벤자민 포니는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 표현한다. 할아버지 에드워드 포니와 한국의 인연이 4대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이레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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