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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 후 현대사의 영욕을 품어 온 용산구 이태원이 특화거리 조성과 클럽문화를 바탕으로 상권이 활기를 띄고 있다. 사진은 이태원 거리 상권 위치도(상) 및 이태원거리 입구(이태원1동)에 설치된 조형물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음식·가구·패션 등 특화거리 다양한 상권
지난 1997년 서울시 첫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태원이 세계음식거리와 클럽문화 등으로 낮과 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5일 용산 이태원 일대 부동산 및 상인 등에 따르면 이태원에는 특화 상권들이 다양하게 발달하면서 외국인들의 발길은 예전만 못하지만 내국인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화거리 상권은 해밀톤호텔 뒤편의 ‘세계음식거리’를 비롯해 그 맞은편으로 안쪽 골목길의 ‘로데오패션거리, 인근의 천주교 이태원성당을 끼고 있는 ‘엔틱가구거리’, 고급 패션문화를 선도하는 ‘꼼데가르송 길’(일명·꼼데길) 등으로 형성돼 있다.
여기에 한남동 가로수길과 소월길 등이 남산자락과 어우러지면서 이곳만의 또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이처럼 각종 특화상권이 발달하면서 이태원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이색적이고 특색 있는 상권으로 발달했다.
“세계음식거리·클럽문화로 통해요”
무엇보다 이태원 상권을 대표하는 상징은 세계음식거리와 거리 곳곳에 터를 잡아 성업 중인 클럽들이다.
▲ 용산구는 지난해 10월 지역상권활성화를 위해 세계음식거리를 조성했다. ⓒ스카이데일리
이곳의 한 상인은 “현재 이태원에서 볼거리 중 으뜸은 음식거리를 꼽을 수 있다. 상권이 다양하게 발달해 과거에 비해 외국인들이 줄고 있지만 음식거리, 클럽 등을 찾는 국내 수요자들이 늘어나 소비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용산구는 지난해 10월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해밀톤 호텔 뒤편 약 510M(메인거리 300M, 연결로 210M)를 ‘세계음식 특화거리’로 조성·완료했다.
구는 조성사업에서 ▲보행자를 위한 비움 디자인(차 없는 거리, 휴식공간 조성) ▲포장특화로 보행자 중심의 거리 유도 ▲테마가 있는 음식거리 이미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시설물 조성 ▲가공선 지중화로 경관 향상 등에 주력했다.
이태원거리는 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클럽문화가 발달한 것이 특징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태원로를 기준으로 북쪽 지에는 클럽이 20여곳에 이른다. 맞은 편으로는 일반클럽이 10여곳으로 적지만 게이클럽 10여곳, 트랜스젠더클럽 10여곳 등 전체적으로 약 50여개 이상 클럽이 성업 중에 있다.
특히 클럽을 찾는 젊은 세대 및 인근 상인들은 B 모 클럽을 가장 핫한 곳으로 손꼽고 있다.
인근 펍 매장 매니저 B씨는 “B모 클럽은 인테리어와 다양한 음악들을 서비스하면서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요리…쉐프도 해당국 요리사 조리
세계음식특화거리는 이태원역 2번 출구 옆 조형물을 시작으로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좌우로 펼쳐진 작은 도로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이 지역에 세계 각국의 음식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굳이 세계여행을 하지 않고도 ‘맛기행’을 할 수 있을 정도다.
▲ 세계음식거리 내 각국을 대표하는 전 세계 다양한 음식점들은 현지인들이 직접 쉐프로 나서 나라별 음식맛을 선보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요리의 본고장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물론 중국, 터키, 멕시코, 불가리아, 파키스탄, 베트남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국가들의 전문 레스토랑들을 이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J모 불가리아 음식점 관계자는 “사장님과 쉐프가 불가리아 사람이다. 그릴요리와 치킨, 카뜩(에피타이저) 등이 주요 인기메뉴다. 판매가는 1만6000원에서 2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유럽의 성처럼 생긴 P 모 유러피안 정통 펍은 1층에서 40여 종류의 병맥주 및 생맥주를 판매하고, 2층에서는 클럽 및 라운지바가 한 곳에 모아져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이 상가 관계자는 “총 400여 좌석 가운데 주말 대부분은 꽉 찬다”며 “이태원거리는 오전에는 브런치·카페거리, 점심은 식사와 레스토랑, 저녁은 홍대거리처럼 패션과 편집샵, 늦은 밤과 새벽은 클럽 등 유흥거리로 다양한 변신을 한다”고 말했다.
평일 일매출 250만원…맛 승부 ‘만두집’ 인기
음식거리 내 펍, 카페, 파스타 등의 메뉴와는 다르게 저녁 무렵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며 북새통을 이루는 한 가게가 눈길을 끈다. 이태원 분위기와는 맞지 않을 듯한 만두집이다.
▲ 세계음식거리내 J 모 만두집은 평일 하루 매출이 약 250만원에 달한다. ⓒ스카이데일리
이 집은 영업시간이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9시50분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주점과 클럽을 방문하는 수요층과도 연계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평일 하루 250만원, 주말 하루 35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메뉴는 7000원대의 새우물만두, 군만두 등 총 6가지를 판매하고 있다.
J 모 만두집 관계자 A씨는 “만두 속으로 새우, 돼지고기, 버섯을 넣어 만들고 주문을 받는 동시에 손으로 직접 만든다. 총 9개의 테이블로 영업하는데 한 테이블당 5~10분 회전율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부동산에 따르면 이태원로 대로변 시세는 10평 기준 보증금 1억원, 월세 400~500만원, 권리금 1억5000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또 세계음식거리는 같은 평수 기준으로 보증금 1억원, 월세 300~400만원, 권리금 2억원이 형성돼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세계 음식거리 월세는 2~3년 전보다 올라간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월세가 높아 매장을 새롭게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쇼핑·관광→보세상권→나이트클럽→선술집→특화거리·클럽
이태원거리는 용산구청이 있는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부터 시작해 남산방향으로 이태원역, 제일기획 등을 거쳐 한강진역에 이르는 이태원로 남북으로 형성된 상권을 말한다. 행정구역으로는 이태원1동에서부터 시작해 한남2동까지의 약 1.4km 구간이다.
▲ 이태원거리 내 클럽은 약 50여곳이 성업중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곳 이태원거리에는 본래 외국인이 가장 많은 지역 중 으뜸으로 꼽힌다. 따라서 상권도 외국인을 위한 호텔, 음식점, 상가 등이 집중적으로 밀집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1945년 해방 후 용산에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미군을 중심으로 한 외국관광객들이 쇼핑과 관광을 이곳 일대를 중심으로 하면서 상권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곳은 외국특색의 쇼핑거리로 변모됐다.
하지만 외국인 상권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은 40여년 전 부터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값싼 보세물품 살 수 있는 쇼핑가로 발전한 것이다. 1980년대에는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대회가 열리면서 이태원은 명실공히 외국인들의 쇼핑·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이 일대는 전두환 전 군사정권의 심야영업금지로 나이트클럽이 크게 번성하기도 했다. 12시 이후 유흥주점 영업이 금지되자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이태원은 밤의 환락거리로 바뀔 만큼 대단한 불야성을 이뤘었다.
군사정부 이후 이태원은 또 한 번의 변화를 겪으면서 서민형 음식점과 옷가게를 비롯해 잔잔한 선술집·맛집 등의 거리로 변모한다. 한 때 이곳 일부 지역은 슬럼가로 변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상권이 침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태원은 저력을 살려 외국인 명소로 진가를 높이게 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97년 9월 서울시 이태원을 ‘관광특구’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이 조치로 이태원은 영업시간제한과 옥외영업제한 등을 완화 받게 됐다. 이를 통해 이태원은 유럽풍의 노천카페 및 야외음식점이 인기를 끌게 됐다.
이후 내국인을 겨냥한 상권이 다양하게 발달하면서 지금과 같은 다종 특색상권의 이태원거리 문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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