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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줄곧 인터넷 서비스 품질저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KT의 서비스 품질 역량이 얼마 전 불거진 통신장애 사태를 기점으로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그 배경에 KT의 경영방침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등장하면서 수장인 구현모 사장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설비투자액을 줄이고 할당된 기지국을 건설하지 않는 등 이동통신 분야에 대한 인색한 투자와 무관심 등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구 사장은 취임 이후 사업다각화를 위한 비통신 분야, 미래먹거리 사업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아현지사 화재 이후에도 설비투자 인색…타 이통사 대비 투자액 적어
지난 25일 오전 11시 전후로 KT 유·무선 네트워크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전국 곳곳의 가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각 사무실에선 인터넷 접속 오류로 업무가 마비됐고 일선 자영업자 점포에선 카드결제 오류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겨났다. 네트워크 오류가 발생한 시점이 점심시간 전후인 탓에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경제적 피해까지 입게 됐다.
KT는 접속 장애 당시 디도스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했지만 곧 입장을 바꿔 라우터(네크워크 경로 설정) 오류라고 밝혔다. 구 사장은 사과문을 통해 “인터넷 장애로 불편을 겪은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설비 교체작업 중 발생한 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가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KT 통신장애 사태와 그로 인한 국민 피해 발생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KT 아현지사 건물의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서울 일부 지역에서 KT 인터넷과 핸드폰 무선통신 등이 마비됐다. 2019년에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약 6시간 동안 인터넷이 마비되기도 했다. 서버 용량을 늘리기 위한 주기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던 중 이용자트래픽이 몰리면서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 제한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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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올해 상반기에는 KT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이 일었다. IT 유튜버 ‘잇섭’에 의해 KT의 10기가 인터넷 서비스의 실제 속도가 100메가바이트 수준에 그쳤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KT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KT는 인터넷 속도 저하를 방치한 점이 인정돼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와 관련해 구현모 사장은 25일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해 “어제 전국적으로 발생한 인터넷 장애로 불편을 겪으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속하게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KT 약관에 따르면 이용자의 잘못 없이 이동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3시간 이상 제공하지 못할 경우 시간당 요금의 6배를 보상하도록 돼 있다. 이번 사태는 약관 상 피해 보상 의무는 없지만 전국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만큼 KT에서도 보상안을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비통신 사업 중시·네트워크 홀대…“눈에 띄는 성과 챙기기만 급급”
여론 안팎에선 국내 통신사 중 KT 통신 서비스에서만 문제가 끊이지 않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일고 있다. 결정적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가장 설득력을 얻는 원인으론 KT의 소극적인 이동통신 분야 설비 투자가 지목되고 있다. KT는 구 사장 취임 이후 비통신 부문에 공을 들였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 이동통신에 대한 투자는 소극적으로 이뤄져 결국 서비스 품질 저하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앞서 구 사장은 취임사에서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5G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빠르고 유연하게 제공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바꿀 것을 바꾸자”며 이른바 ‘탈통신’을 선언했다.
이후 KT의 이동통신 분야 설비투자액은 감소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KT는 2019년 설비투자에 3조2570억원을 사용했다. 구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에는 설비투자가 2조8720억원으로 줄었다. KT의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8641억원이었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1조696억원이었고 LG유플러스는 1분기에만 8633억원을 사용했다.
KT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른 이동통신사와 함께 5G 28Ghz 기지국 구축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부는 2018년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올해 말까지 총 4만5215국의 기지국 수를 할당했다. KT는 이 중 1만5000국을 할당받았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가 8월 말 기준 설치된 28Ghz 기지국 장비는 161대에 불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1년 5G 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중간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KT의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782.21Mbps였다. 5G 서비스를 선보이며 LTE보다 20배 빠른 최대 20.0Gbps를 약속한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KT 내부에서도 네트워크 분야를 홀대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KT 직원은 “전국 지점에서 AI 사업 성과를 강조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담당 직원을 빼내서 AI 개발에 동원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차출되지 않은 직원들이 업무 부담을 호소하기도 하고 네트워크 분야 홀대에 불만을 드러내는 직원도 많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KT 직원은 “네트워크 분야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되니까 직원들 사이에서도 네트워크 산업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위기를 느끼는 직원이 많다”며 “위에서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KT 새노조는 통신 장애 사태 이후 성명문을 발표해 “이번 사태는 3년 전 아현화재 사태와 같이 통신사업자로서의 기본도 충실히 하지 않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장애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구현모 사장이 AI 기업으로 KT를 포장하기 급급했고 통신망 운영과 유지보수 기본도 지키지 않다가 이런 참사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KT 노조는 구 사장이 비통신 분야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개인적 성과와 이익 챙기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구현모 사장은 눈에 보이는 주가를 올려 본인의 성과급을 챙길 생각만 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이사회에서 구 사장의 해임을 결의해도 할 말이 없는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KT 사장에 취임한 구현모 사장의 급여는 기본급 연 3억5600만원, 직책수당 2억원이 책정돼 있다. 상반기 구현모 사장은 기본급과 직책급을 합쳐 급여 2억78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성과에 대한 상여금으로 5억5900만원을 수령했다. 상여금 책정에는 통신 주력사업의 수익성 강화와 신성장 사업 내실화로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고 고객 중심의 혁신성과 창출, 기업 이미지 개선 및 그룹 포트폴리오 효율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한 점 등이 고려됐다.
연이은 통신장애 사태를 둘러싼 구현모 책임론에 대해 KT 홍보실 관계자는 “2019년 이후 설비투자액이 줄어든 것은 2019년 5G 상용화 시기에 일시적으로 설비투자액이 늘어났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며 “KT는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꾸준히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산업 등을 위해 네트워크 사업을 홀대한 적이 없으며 인력을 빼서 쓴 적도 없다”며 “AI 인력과 네트워크 하는 인력은 하는 일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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