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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와 관련해 서부 경남, 대전 등 지역 간...'))
‘항공우주청(가칭)’ 설립을 둘러싼 논의가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우주청의 설립 취지와 기능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채 어느 지역에 설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만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항공우주청 설립이 국가 미래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불필요한 논쟁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항공우주청이라는 명칭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과학계 등에선 항공과 우주가 엄연히 다른 분야인 만큼 항공우주청이 아닌 ‘우주청’이란 이름으로 설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항공계에서는 별도의 ‘항공청’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본질 사라지고 지역 유치전만…“항공우주청 설립 논의, 목적·기능에 초점 맞춰야”
항공·우주 업계에 따르면 항공우주청은 국가 우주 산업 정책 등을 전담할 기관으로 설립될 예정이다. 경상남도, 대전 등 각 지방자치단체는 접근성, 인프라 등 여러 근거를 제시하며 항공우주청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항공우주청 유치에 성공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등 여러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항공우주청 유치전은 여야 대선후보들이 특정지역 내 설립을 약속하면서 본격화됐다. 먼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경남 고성과 사천 등에 항공우주청을 설립해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항공우주청에 대해 청(廳) 행정 단위의 국가기관은 대전에 집결하는 정부 기본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청 설립과 관련한 대선후보들의 발언이 나온 이후, 경남도 18개 시장·군수 협의체로 구성된 경남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달 10일 “항공우주청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며 국가균형발전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서부경남에 유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이어 “국내 항공우주산업 기업의 60%가 경남에 입지해 있으며 지난 10월 누리호 발사에 기여한 업체의 80%가 경남에 집중돼 있어 항공우주청 설립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대통령비서실과 국회의장, 행정안전부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경남도지사권한대행 및 각 정당의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대전시 역시 항공우주청 유치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우주관련 기업, 대학교 등 우수한 인프라가 갖춰진 대전에 항공우주청이 설립돼야 한다는 것이 대전시의 입장이다. 대전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카이스트(KAIST) 등 40여개의 항공우주산업 기관·기업 등이 밀집돼 있다.
연초 정태희 대전세종충남경제단체협의회장은 “대전은 국내 최고의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된 과학도시로서 항공우주청이 설립된다면 최적지는 마땅히 대전이어야 한다”며 “대전은 항공우주기술 기반의 위성·항공 등 연관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기에 충청권 경제단체와 지역민 모두 항공우주청 대전 설치를 염원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자체 간 항공우주청 유치전을 두고 ‘주객전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지역 공약으로 인해 항공·우주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부기관의 역할이나 기능 등의 본질적인 의미·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항공이나 우주산업 발전 등 설립 목적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각 지차제의 지역 유치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은 주객전도 현상이다”라고 지적했다.
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은 “우주산업은 국가전략적 산업이기 때문에 확고한 목적을 갖고 설립돼야 하는데 지역을 미리 정해서 해당 지역 조건에 맞는 조직을 설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라며 “항공우주청의 설립을 두고 우주산업 및 전략에 대한 논의가 아닌 지역 유치에 관한 논의는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팔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선 명칭 두고 설왕설래…“항공우주청 아닌 항공청·우주청 각각 설립돼야”
학계에선 항공우주청이란 명칭을 가진 기관의 설립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은 국토교통부 소관이고 우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기 때문에 청(廳) 행정 단위 신설로 두 중앙부처가 충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과학계에선 항공우주청 대신 ‘우주청’이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항공과 우주는 산업 규모·관련 부처 등이 서로 다른 별개의 분야라는 이유에서다.
향후 우주 분야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우주 분야를 전문적으로 컨트롤 할 행정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은 “우주청은 정부부처 아래 있는 단순한 ‘청(廳)’ 조직이 아닌 미국 항공 우주국(NASA) 같은 조직”이라며 “한국 우주산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우주 산업, 전략, 정책 등 다양한 측면을 아우르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원장은 특히 “항공은 국토부 차원에서도 문제없이 유지되고 있다”며 “만약 국토부에서 항공을 별도로 분리하게 된다면 국토부가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항공계에서도 항공우주청이 아닌 항공청이 설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희복 민간항공조종사협회 사무총장은 “현재 한국은 세계 6위에 이르는 항공 강국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16개 국가가 독립된 항공청을 설치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항공을 전담하는 부처가 없다”며 “우리나라의 항공수송 산업 규모나 미래 성장 가능성 고려했을 때 미래 산업을 총괄하는 항공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항공산업과 우주산업이 연방항공국(FAA)와 NASA로 분리돼있다”며 “예컨대 우주 계획 및 연구 등을 수행하는 NASA가 우주관광선을 만들면 이 관광선의 안전·규제 관리는 FAA가 수행하는 식이다”라며 항공청 설립 주장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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