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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 경쟁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간 ‘실체 없는 자산’이라고 치부하며 규제에 초점을 맞췄던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다가올 디지털시대에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산업적 가치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선진 금융시장에서도 가상자산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9일(현지시간) 가상자산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투자자 보호 △금융안정 △불법행위 단속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금융 수용성 △혁신 지원 등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가상자산 산업의 중심은 바로 미국이 돼야 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매우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과시한 셈이다.
영국 정부는 아예 대놓고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정부는 이달 5일 정부 공식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발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가상자산 기술과 투자에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을 합법적인 지불 수단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마련한다는 것이 영국 당국의 입장이다.
우리나라보다 경쟁력이 뒤처질 것으로 평가되는 중동에서도 가상자산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토후국 두바이는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 및 FTX에 사업허가를 내 줬다.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를 개발하는 데 사활을 건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바레인도 바이낸스에 사업허가를 부여하며 세계적인 수준의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움직임은 정반대다. 블록체인 기술을 진흥한다고 언급하면서도 ‘내재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가상자산 투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물론 지난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개정했지만 이는 법제화라기보다는 ‘자금세탁 행위와 공중협박자금 조달행위를 규제’하는 쪽에 가깝다. △가상자산 정의 △가상자산 사업자 기본 요건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을 담은 가상자산업법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오랜동안 잠들어 있는 상태다.
최근 들어 이러한 분위기가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일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달 10일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실질적인 변화가 도래할지 궁금하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가상자산 양도소득세 5000만원 비과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및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NFT활성화를 통한 신개념 디지털자산시장 육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은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이다. 현재 가상자산을 전담하는 주무부처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소속 금융혁신기획단 금융혁신과의 12개 업무 중 하나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폭적인 지원 아래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상황과는 걸맞지 않은 구도라는 얘기다. 정부의 수수방관으로 인해 ‘미래 먹거리’로 인정받는 가상자산 시장을 다른 국가에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관계자는 “장관급 가상자산 주무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가상자산은 과학·금융·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얽혀 있으므로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주무부처로 신설해야 한다. 이유도 비슷하다. 문민정부가 정보통신부를 신설하며 초석을 다진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모든 게 윤 당선인의 의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도한 규제보다는 산업 육성에 집중해 훗날 윤석열정부가 가상자산 산업의 초석을 다진 정부로 평가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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