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인권을 지키는 것은 전투를 가장 잘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시쳇말로 ‘작살’났다는 군을 취재하다가 한 취재원의 절치부심(切齒腐心
·이를 갈며 분해 함) 끝에 나온 군 보호를 위한 한마디의 해결책은 위와 같았다.
국군통수권자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사건에 가담한 군사령관들도 형사 재판에 넘겨지며 지휘 체계 공백은 장기화하고 있다. 설상가상, 공군에서는 한 달 사이 공군 오폭 사고에 이어 낙하물 추락 사고까지 발생했다. 군의 허리를 이루는 중간급 간부들의 이탈로 국방 허리가 꺾였다는 ‘곡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야권 인사들은 현재에도 계엄군을 범죄자 취급하며 국군 방첩사령부를 해체하고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등 군의 기본을 훼손하고 힘있는 정예 장교 요람에 칼질을 하겠다고 으르렁거린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우파 국민들 사이에선 사기 탄핵·불법 탄핵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사법부 카르텔과 무소불위의 입법부 권력 남용에 더해 정치재판소로 추락한 헌법재판소까지… ‘87년 체제’에 대규모 칼질이 불가피하다는 공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올라야 하는 것은 야권이 만든 ‘군인 천시 문화’와 ‘군의 정치 중립 강박증’이다. 야권은 국민 군대를 부르짖지만 군을 정치권력에 굴종한다며 ‘군바리(군과 발바리의 합성어)’라 경멸하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급여로 군 간부들이 직업군인으로서 자부심도 느끼기 어렵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국부 독재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 87년 체제의 중심에 선 운동권 세력은 ‘군바리 문화’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박정희·전두환정부를 ‘학살자’라 지칭하는 정당성을 만들었다.
이후 김영삼(YS)과 김대중(DJ) 두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문반(文班)정치 세력에 의한 군의 위상과 명예 실추를 정당화했다. 이들은 ‘역사 바로 세우기’이라는 미명으로 장교와 간부를 멸시하는 문화를 더욱 노골화시켰고 이어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사실상 해체된 문재인정부에서 군의 위상 꺾기가 완성됐다는 것이 군 내부 관계자들 중론이다.
‘군 문화 개혁’을 필두로 한 일련의 운동은 정권이 좌로 바뀔 때마다 군을 들쑤셨다. 문(文)의 세력은 무(武)의 세력을 ‘척살’한다며 민주화 세력 결집의 동력을 얻었다.
사실상 군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핑계로 철저하게 정치화한 조직으로 변태했다. ‘국민의 군대’를 강요받으며 군의 조직 원리인 상명하복의 근본 원칙마저 버리게 했다. ‘셀프 항명’은 현실화했다.
군 수뇌부에서는 12.3 비상계엄 이후 제2·제3의 계엄이 있더라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공개 발언이 나오고 있다. 국군통수권자의 지시를 국회에서 공공연히 왜곡해 공론화하는가 하면, 야당 의원들에게 줄을 섰다는 군 관계자들의 여권 공격용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요원(의원) 끌어내라”는 지시를 두고 지휘관들의 폭로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야당 정치인들은 3성·4성 장성을 가두고 수갑 채우고 수시로 국회로 불러 망신을 주고 윽박질렀다. 비례대표 재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번 국면에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이진수 수도방위사령관을 두고 “4성, 3성 장군씩이나 돼서”라는 말로 국군을 모욕해 예비역 장교·장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인사권을 쥐고 ‘상관’으로 군림하며 장성들은 하층 정치 집단으로 추락했다. 선거철마다 줄을 서는 예비역 장성들을 현역들은 ‘똥별’이라고 비하한다. 진급에 목숨 건 무능한 지휘관 문화에 “우리의 주적은 간부”라는 말이 병사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좌편향 비판의 군 해체를 목표로 군내 폭로를 일삼는다는 군인권센터에 먹잇감이 무한 생성되고 있다. 지휘관은 스치기만 해도 ‘갑질 고발’을 당하고 옷을 벗는다는 웃픈(?) 비판과 자조(自嘲)가 일상이 됐다. ‘부하’가 가장 무섭다는 장군에게 정예 강군을 육성하라는 형용 모순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끊임없는 군인 멸시 사회에서 이제 군은 명예도 존중도 최소한의 양보도 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소음 민원에 훈련을 축소하고, 사유재산 침해 민원으로 군사 훈련장 하나를 못 짓는다. 육군 복무 기준 18개월, 병은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는 훈련 한 번 없이 전역한다. 상무 정신을 갖고 장기 복무를 택한 군 장교·간부는 이 같은 모습에 처우와 환경과 상관 없이 ‘한국 군은 약해 빠졌다’며 줄전역을 하고 있다. 전시에 가장 중요하다는 정신전력(정훈)이 붕괴한 모습이다.
최근 기자는 군의 중추를 이룬다는 위관·영관급 장교와 야전을 지키는 중사·상사 등의 군간부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잘 싸울 수 있는 군이 되게 해 달라. 마음껏 군사 훈련을 받게 해 달라. 군에게 최고의 인권은 최상의 전투력에 기반한다”
징병제가 이어지는 한 우리 국민은 모두 군인의 가족이다. 87년 체제 극복의 첫걸음은 ‘명예로운 군인의 나라’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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